보드의 설계는 일러스트레이터를 활용한다. 사실 이번 제작에 앞서 프로세싱으로 스펙을 넣으면 보드를 그려주는 프로그램을 만들어보기도 했는데, 막상 실제로 내가 원하는 요소를 다 반영하려니 일러스트레이터 만한 툴이 없었다.
아마추어 제작자가 사비를 쏟아가면서 보드를 만드는데에는 가장 필요한 것이 '명분'이다. 이미 갖고 있는 보드들을 뛰어넘을 수 있는, 새로운 보드가 필요한 명분. 작년에 만들었던 보드의 퀄리티가 상당히 좋았고, 제조상의 실수도 거의 없었기 때문에 결심을 하는데 꽤 오랜 시간이 소요 되었다.
이번에 보드를 만들기로 한 이유는, 1)캠버 디자인의 완성도를 높이는 것, 2)올해 내가 탈 수 있는 보드를 만들어보는 것이었다.
내가 작업하는 보드의 설계 순서는 다음과 같다.
1) 보드의 스펙(길이, 사이드컷, 유효엣지, 레퍼런스 스탠스 등)을 결정하고 이를 기입한다. 이는 기존의 보드 스펙시트를 참고하여 상상해서 작성한다.
2) 노즈와 테일 쉐입 결정. 이부분은 어느정도 감이 적용되는 부분으로, 최대한 자연스럽고 보기에 좋은 (form follows function이라 하지않았나) 라인을 그려내었다.
3) 보드의 형태를 기반으로, CNC를 해야하는 베이스의 도안과, 가운데 들어가는 우드 코어의 형태 등의 세부 설계를 결정한다. 결국은 기본 형태에서 얼마나 오프셋을 주는가에 대한 이야기이다.
이렇게 그린 여러가지 보드들 가운데, 올해 타기위한 보드로는 위의 형태가 결정되었다.
175cm - 78kg의 신체 조건을 가진 라이더가 전천후로 탈 수 있는 파우더 데크로, 리조트 안에서 타는 것도 가능하고 백컨트리를 나갈때 가져갈 수도 있도록 고안하였다.
하나 재미있는 것은, 내가 완성형이라고 생각한 형태가 계속 보드에 나타난다는 점이다. 그래서 작년에 만들었던 delightful 모델과 지금 모델이 겉보기에는 큰 차이가 없다. (하지만 스펙 상으로는 좀더 올라운드에 가까운 형태, 스위치라이딩이 용이한 형태로 변경되었다)
좌측이 작년에 만든 delightful, 우측이 올해 제작 중인 모델
전체적인 색상은 화이트 톤, 혹은 라이트 그레이 톤으로 가고자 하고, 상판은 역시나 무늬목을 얇게 덧대어줄 예정이다. 추가 그래픽은 없을 예정이고, 스텐실이나 다이컷 스티커를 이용하여 로고 정도 추가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