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럭과 은행나무

by 시와 카피 사이

<트럭과 은행나무>



공사장 인근

텅빈 도로 한쪽에


화물트럭 하나 멈춰 있다


검푸른 방수포 가득,

염증처럼 부풀어오른

트럭의 등허리 위에


은행나무

노란 손바닥 얹혀 있다


무겁지 않았느냐고

힘들지 않았느냐고


밥때도 없이

새벽 눈 붙일 새도 없이

이곳 저곳 옮겨다니느라

오늘 하루

수고했다고,


정말 고생 많았다고




'최초의 에로스는 손으로부터 시작한다.

손을 잡으며 모든 마술적인 일들이 일어난다.

무엇보다 이 손은 부드럽게 쓰다듬는 손이다.'

-서동욱 [철학은 날씨를 바꾼다] 중



"빛이 있으라"


오직 말씀만으로 온세상을 창조한 신이

유일하게 손으로 만든 것이 있습니다.

공들여 수작업한 작품이 있죠.


바로, '인간'


유일하게 신의 손길로 만들어진 창조물이

우리라는 겁니다.


그렇게

누군가의 손길로 만들어진 우리이기에

누군가의 손길이 없인 살아갈 수 없나봅니다.


사랑의 손, 위로의 손, 존경의 손, 격려의 손, 용서의 손...

우린 무수한 손을 겪으며 살아가고

살아왔습니다.

살아 있을 수 있었습니다.


부모의 손바닥에 머물던 작은 아이가

토닥여주는 손길 지나

친구의 손을 잡고 학교로 가고,

애인의 손을 쥐고, 그 손에

반지를 끼우고, 그 손에

안긴 채 잠이 들다

잠이 깨면

어느새,

떨리는 두 손 안에

다시 아이를 안고 있는


인생은, 손의 연속입니다.


태초의 손이 우리를 살아나게 했다면

타인의 손은 우리를 살아가게 합니다.


너, 나, 우리뿐인

이 지구에서


두 개뿐인 나의 손이

다정했으면 좋겠습니다.




‘이 손끝에는 무한한 힘이 있으니까’

-Apple Mac 일본 광고




https://brunch.co.kr/@hyungsic7/127


*위 시는 자작 시입니다

*구독료

넷플릭스 13500원. 티빙 9500원. 쿠팡플레이 7900원. 시와카피사이 0원.









수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