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 신입생입니다

by 시와 카피 사이

<잘 부탁드립니다>



선상님, 우리 손주점 잘 부탁함니다


딸뻘 되는 여자에게

고이 포장한 내복을 쥐여주며

연신 고개 숙이시던

우리 할머니


선상님, 우리 남편점 잘 챙겨주셔요


지랄맞은 간병인에게

봉투 하나 더 얹어주며

연신 허리 굽히시던

우리 할머니


선상님, 우리 딸 마지막 잘점 부탁드림니다


모래알처럼 작고

부드러워지는 딸을 보며

연신 눈물 삼키시던

우리 할머니


따지고 보면

세상에 선생 아닌 사람 없다고


선상님,

선상님,


졸업이란 졸업은 다 하고도

세상을 학교처럼 다니시는


우리 할머니, 아직

신입생입니다


부탁드립니다




“회사는 배우러 오는 곳이 아니잖아요”


광고회사 인턴 마지막 날,

제가 선임에게 들었던 말이었습니다.


‘많이 배우고 갑니다’라는

제 마지막 인사에 대한

선임의 대답이었죠.


하고픈 말은 많았지만

꾹 참았습니다. 마지막이기에.


어디서든

배울 것을 찾아내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의 차이는

성장에 격차가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격차는

시간이 흐를수록 선명해지죠.


저는

세상 모든 것이 배움이 될 수 있고

세상 모든 이가 선생이 될 수 있다는 태도를

할머니로부터 배웠습니다.


덕분에

입꼬리가 아름다운 이에게선 미소를,

말끝이 다정한 이에게선 따뜻함을,

생각을 행동으로 옮기는 이에게선

강한 책임감과 실행력을 배울 수 있었죠.


그렇게

오늘의 나를 만들어가는

무수한 선생들이 있기에


저는 아직

배워가는 중입니다.

나아가는 중입니다.

성장하는 중입니다.


그러니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서른이지만, 신입생입니다




우진아,

12번 수학문제를 틀리는 것을

두려워하지 마라

몇 번의 시험,

몇 번의 만남,

그리고 몇 번의 헤어짐

몇 번이 될지 모르는 입사 면접

너는 앞으로 수많은 문제들을 만나고

결정해야 될지도 모른단다

수학은 틀려야 한다

그것도 용감하게 틀려야 한다.

세상의 모든 문제가

그렇게

틀리면서 배우기 때문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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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시는 자작 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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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