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부탁드립니다>
선상님, 우리 손주점 잘 부탁함니다
딸뻘 되는 여자에게
고이 포장한 내복을 쥐여주며
연신 고개 숙이시던
우리 할머니
선상님, 우리 남편점 잘 챙겨주셔요
지랄맞은 간병인에게
봉투 하나 더 얹어주며
연신 허리 굽히시던
우리 할머니
선상님, 우리 딸 마지막 잘점 부탁드림니다
모래알처럼 작고
부드러워지는 딸을 보며
연신 눈물 삼키시던
우리 할머니
따지고 보면
세상에 선생 아닌 사람 없다고
선상님,
선상님,
졸업이란 졸업은 다 하고도
세상을 학교처럼 다니시는
우리 할머니, 아직
신입생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회사는 배우러 오는 곳이 아니잖아요”
광고회사 인턴 마지막 날,
제가 선임에게 들었던 말이었습니다.
‘많이 배우고 갑니다’라는
제 마지막 인사에 대한
선임의 대답이었죠.
하고픈 말은 많았지만
꾹 참았습니다. 마지막이기에.
어디서든
배울 것을 찾아내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의 차이는
성장에 격차가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격차는
시간이 흐를수록 선명해지죠.
저는
세상 모든 것이 배움이 될 수 있고
세상 모든 이가 선생이 될 수 있다는 태도를
할머니로부터 배웠습니다.
덕분에
입꼬리가 아름다운 이에게선 미소를,
말끝이 다정한 이에게선 따뜻함을,
생각을 행동으로 옮기는 이에게선
강한 책임감과 실행력을 배울 수 있었죠.
그렇게
오늘의 나를 만들어가는
무수한 선생들이 있기에
저는 아직
배워가는 중입니다.
나아가는 중입니다.
성장하는 중입니다.
그러니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서른이지만, 신입생입니다
우진아,
12번 수학문제를 틀리는 것을
두려워하지 마라
몇 번의 시험,
몇 번의 만남,
그리고 몇 번의 헤어짐
몇 번이 될지 모르는 입사 면접
너는 앞으로 수많은 문제들을 만나고
결정해야 될지도 모른단다
수학은 틀려야 한다
그것도 용감하게 틀려야 한다.
세상의 모든 문제가
그렇게
틀리면서 배우기 때문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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