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광펜을 긋다>
녹색 형광조끼를 입은
아주머니 한 분이
공원에 흩어진
낙엽을 쓸다 말고
그네 위로
낙엽처럽 앉는다
그네 곁에
몸을 기댄 빗자루도
잠시 쉬어가고
그네에 앉은 아주머니는
마지막 여름 잎새처럼
형광빛으로 흔들린다
가을의 풍경 위로
몇 번이고
푸르고 진한 밑줄을 긋는다
저는 밑줄을 그으며 책을 읽습니다.
지나쳐선 안 되는 것들에
주로 밑줄을 긋죠.
가을은 유독 밑줄이 많아지는 계절입니다.
지나치지 못 할 풍경과
아름다움이 널려 있기 때문이죠.
그렇게 한 줄, 두 줄,
가을 위로 밑줄을 그으며 생각합니다.
이런 풍경들이 모여
내 세계의 배경을 이루는 거라고.
내가 인식하는 곳까지가
나의 한계이고, 나의 세계입니다.
만일 아름다움이 있어도 인식하지 못한다면,
소소한 행복들이 존재해도 알아채지 못한다면,
그건 나의 세계가 아니며
나의 한계인 것이죠.
그러므로
보고, 듣고, 느끼며
인식하는 일은
일상에
밑줄을 긋는 일은
나의 세계와
아름다움의 한계를
확장해가는 일일지도 몰라요.
거대한 펜을 쥔
당신을 상상하며,
바라봅니다.
오늘, 이 세계 어딘가에
무수한 밑줄들이 그어지기를
‘노트 위 하이라이트가 모여
인생의 하이라이트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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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시는 자작 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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