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뻥튀기 내리는 밤>
맛있는 것들이 차고 넘치는 세상에
아직 뻥튀기가 남아 있는 것은
아직 뻥튀기에 손이 가는 것은
희고 둥근 튀밥들 사이에
이야기가 있어서
꽉 막힌 그날의 고속도로, 나들이 가던
99년식 프라이드 안에서
가족 셋 나란히
뻥튀기를 입에 물던 일과
하나 남은 것 반을 쪼개어
너와 나눠먹던 일
뻥튀기가 입안에서 다 녹을 때까지
혀로 굴리다보면
처음 눈을 집어 먹던 날이 떠올라서,
뻥튀기를 집을 때마다 나는
어린아이가 된다
오래된 이야기가 된다
언젠가 눈은 녹고
뻥튀기는 사라지겠지만
오늘은 하늘 위로 펑 펑
끝없이
뻥튀기가 쏟아지는 밤
‘저 사람 참 밥맛이야’
우리는 누군가가 못마땅하거나 성에 차지 않을 때
‘밥맛’이라는 표현을 씁니다.
그러나 밥을 음미해본 사람은 알죠
한 톨 한 톨, 꼭꼭 씹어본 사람은 압니다.
은근한 단맛과
뭉근한 고소함이 우러나오는
진짜 밥맛의 가치를.
음미해본 적 있는 사람만이 압니다.
낙엽을, 눈발을, 거리를,
오후의 빛과 나무들의 깊은 호흡을
음미해본 사람만이
압니다
더 깊은 삶을.
만납니다
더 큰 세상을.
음미에서
취향이 탄생하고
취향에서
나의 깊이가,
나의 깊이로부터
삶의 깊이가 시작되기에
음미하지 않는다는 건
깊이를 만들지 못한다는 것.
음미를 잃어버린 시대,
시는
문제풀이의 대상이 되고
커피는
졸음을 쫓는 수단이 되었으며
영화와 책은
요약본으로 몰아보는 세상입니다.
깊이는 점점 얕아가고
즉각적인 자극과 보상에 길들여지고 있죠.
작은 화면에 몰두하느라
거대한 세상을 놓치며 살아요
그러나
우리는 뻥튀기의 민족,
밥맛을 알고
음미를 알던
민족입니다.
하나 하나
뻥튀기를 집어 먹듯
다시 세상을 음미해보아요.
풍경을, 계절을,
걷고 서는
무수한 순간을
음미하면 음미할수록.
씹으면 씹을수록.
단물이 우러나오는 걸
느낄 수 있을 거예요
고것 참,
밥맛 같은 인생이 아닐 수 없습니다
시간은 흘러가주세요
이쪽은 천천히 갈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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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시는 자작 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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