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야근이 당신의 야경이 되도록

by 시와 카피 사이

<야근파티>



열차를 기다리는

사람보다


새벽을 기다리는

별빛이 더 많은


노량진역, 별들은 야근이다


사랑하는 연인들은

서로의 마음 한 모퉁이에서 야근하고


홀로 쓸쓸히

계단을 밀어올리는

에스컬레이터도 야근이다


회전을 멈춘 개찰구도

주인 없는 광고판도


공중화장실

텅 빈 형광등도


조금씩

눈꺼풀이 감겨 드는


저 달빛도 야근이다


나 혼자 남은 밤이 아니구나

나 혼자 애쓰는 밤이 아니구나


아무도 없는 횡단보도 위에서


신호등 불빛이

조용히 깜빡이고 있다




광고와 시의 공통점이 있다면

누구도 찾아보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업계 종사자나 관련인이 아닌 이상

모 브랜드의 신규 광고나

어느 젊은 시인의 첫 시집을

사람들은 찾아보지 않습니다.


카피라이터와 시인의 공통점이 있다면

누구도 알아주지 않는 일에 최선을 다한다는 것입니다.


거리에서 스쳐갈 한 문장을 위해

클릭 한번에 SKIP될 몇 초짜리 영상을 위해

눈길조차 닿지 못할 시 한 편을 위해


야근을 하고 밤을 새고

때론 주말 출근을 불사하기도 합니다.



대다수가

알아채지도 못하고 흘려버리는 문장들을

그럼에도 불구하고

써야만 하는 이유는


그 메시지가 꼭 필요한

한 사람이 있기 때문입니다.


때로,


생활의 문제를 마주한 한 사람에게

광고는 해답을 주기도 하고


삶의 깊은 고민을 가진 한 사람에게

시는 길이 되기도 합니다.


그러니까 시와 카피는

모두를 향해 쓰이는 것이 아닙니다.


크고 작은 문제와

고뇌 사이에 있을


그 한 사람,

그 한 영혼을 향해

저는 씁니다. 오늘도.

퇴근시간이 지나도록

모니터를 바라보며 동료들과

무릎을 마주하고 앉아 생각합니다.


심야 지하철 안에서

핸드폰 대신 문장을 쥐고

골몰합니다.


어떤 말이

당신의 마음을 흔들어 놓을 수 있을지


당신의 삶을

더 멀리 나아가게 할 수 있는지




이 한 줄을 만나러 왔어

-제 78회 독서주간 일본 광고




https://brunch.co.kr/@hyungsic7/149

*위 시는 자작 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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