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에 사연 보내던 그 시절

10년 추억을 떠올리며

by Ahn네의 일기

아침에 장대비가 내려 나의 출근 의지를 꺾어 놓았다. 평소 지하철을 타고 출근하는 나인데, 정부의 알림 문자(되도록 대중교통을 이용해 달라는 내용이 포함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출근 의지를 다잡고자 차를 이용하여 출근했다. 예상대로 도로엔 차가 많았고, 평소보다 더 오래 걸려 회사에 도착했다. 이렇게 날씨가 안 좋고 태풍이 올라온다는 뉴스가 나오면 운전할 때도 자연스레 라디오에 손이 가는 것 같다.


요즘은 라디오를 차에서밖에 듣지 않는 시대가 되었다. 내 나이 40대 초반, 중고등학교 시절엔 라디오에 사연이 나오게 하려고 별의별 짓을 다했던 기억이 있다. 당시 팩스로 사연을 보내도 읽어주는 시간이 있었는데, 특히 생일 축하 관련 사연은 팩스로 많이 읽어줬던 기억이 난다. 내 기억으로는 친구들과 아버지 생신을 포함해 세 번 정도 사연이 읽혔던 것 같다. 참고로 팩스가 읽히려면 해당 라디오 프로그램, 예를 들어 '이본의 볼륨을 높여요'가 방송되는 시간대 내내 팩스를 시도해야 했다.


우연히 유튜브에서 무한도전 '라디오 스타' 편을 보게 되었다. 이 편은 내가 미국에서 유학하던 시절, 한국 날짜로 추석(미국에서는 유학생들끼리 모여 밥 한 번 먹는 날일 뿐이다...)에 봤던 기억이 난다. 지금으로부터 정확히 10년 전이다. 가뜩이나 한국이 그리운 유학생에게 무한도전은 늘 위로와 웃음, 그리고 한국에 대한 그리움을 잠시 해소해 주는 프로그램이었는데, 에피소드가 라디오에 관한 이야기라 재미있고 웃프게 봤던 기억이 있다. 솔직히 고백하면 이 이후로도 1년에 한 번씩은 이 에피소드를 지금까지 보고 있다. 가을이 되면 생각나는데, 마치 몸이 자동으로 반응하게 된 것 같다.


향수가 있지만 여전히 나는 라디오를 즐겨 듣지 않는다. 대신 유튜브로 내가 생각하는 유용한 정보나 음악을 듣는다. 뭔가 그립지만, 지금 라디오를 들으면 예전의 느낌이 나지 않아 잘 듣지 않게 되는 것 같기도 하다.

내가 어렸을 때도 어른들은 낭만을 찾았다. 지금은 그 마음이 이해가 간다. 나이가 들어 젊은 날을 생각하면 낭만이 느껴진다기보다는 그때의 어리석지만 순수했던 순간들이 지금, 때가 많이 탄 입장에서 보면 너무나 귀하게 느껴지기에 이를 낭만이라는 단어로 표현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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