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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형석 Jan 31. 2020

생각과 실행, 무엇이 더 중요할까.

회사를 다니다보면 굉장히 많이 접하게 되는 질문이다. 생각과 실행, 무엇이 더 중요할까.


1. 생각이 더 중요하다


대체로 나이가 어리거나 경력이 적을 수록 아이디어 그 자체에 매혹된다. 가령 '끝내주는 사업 아이템' 혹은 '세상에 없는 서비스' 같은 것들이다. 좋은 아이디어만 생각해내면 그 다음은 일사천리로 진행될 것 같다. 그러나 현실에서 대부분의 아이디어는 1) 생각만으로 끝나거나, 2) 실행 후 비극적인 결말을 맞게 된다.


매번 생각만으로 끝나는 경험을 반복한 사람들은 무기력해지고, 실행했다가 실패를 경험한 사람들은 다시 도전할 마음을 잃어버린다.


시간이 지나고 연차가 올라갈 수록 실행에 대한 갈증은 더욱 커져간다. 실행하지 못할 이야기는 꺼내지도 말라는 말에 좌절하게 된다. 어차피 회사의 리소스는 제한되어 있고, 실행하지 않을 아이디어를 검토하는 것 자체가 스스로도 시간낭비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2. 실행이 더 중요하다


언뜻 맞는 말인 것 같다. 성공이든 실패든 간에 일단 실행을 해야 그 결과를 확인이라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제는 실행했다고 다 성공하는 것은 아니란 점이다. 오히려 첫 실행의 대부분은 실패로 이어지는 경우가 더 많다. 특히 '생각'의 중요성을 무시한 채 '실행'만 강조하는 회사의 실행은 특히나 그 성공율이 낮다.


해보지 않고 어떻게 알 수 있냐고?


음... 사실 해보기 전에 알 수 있는 것이 많다. 똥인지 된장인지 꼭 먹어봐야 하는 것은 아니다. 진짜 될 것 같다고 생각한 것들도 막상 실행을 해보니 생각대로 진행되지 않는 경우가 생기는 것이지, 안 될 것이 뻔히 보이는데 모든 경우의 수를 점검하듯 진행할 필요는 없다.


3. 생각과 실행 둘 다 중요하다


에이... 이런 결론은 재미없다. 


실제로도 생각과 실행 둘 다 중요하다고 막연히 결론짓게 되면 일은 더 어정쩡하게 처리될 따름이다. 생각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을 때의 단점과 실행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을 때의 단점을 쌍무지개로 뜨는 경험을 만끽할 것이다.


그럼 어떻게..?


4. 생각과 실행 둘 다 중요하지 않다


가령, 모든 것은 다 '운'에 좌우된다고 생각하는 경우다. 


뭐, 마음의 평화를 얻는데는 도움이 될 지 모르지만 이 경우 학습효과는 사라진다. 운의 비중이 절대적으로 높다면 기도 외에 무엇을 할 수 있겠는가.


5. 중요한 것은 생각과 실행 사이에 있다


생각이 중요한가, 실행이 중요한가의 질문을 One Time Question으로 생각하면 답이 없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실행하기 전에는 반드시 생각을 해야 하고, 어느 선에서는 생각을 멈추고 실행을 해서 결과를 확인해야 한다. 


그러나 보다 근본적인 차이가 발생하는 것은 그 다음이다. 첫 실행의 결과는 대부분 만족스럽지 않게 결론이 난다. 그 때 그 이유에 대해서 생각하고, 가설을 세우고, 그 가설을 확인할 방법을 찾아 다시 실행하고, 그 결과를 다시 생각하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하다.


단순히 생각과 실행 둘 다 중요하다고 여기는 것이 아니라 생각과 실행 사이에서 벌어지는 '반복적 상승작용'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향으로 작동하는가가 더 중요한 것이다. 


6. Grit은 어떤 역할을 하는가


성공하는 사람은 성공할 때까지 생각과 실행을 반복한다. 


그러나 아무리 일을 좋아하는 사람이라 하더라도 이 과정 자체를 순수하게 즐길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 이 과정을 극복하고 결국 문제를 해결했을 때의 그 짜릿함에 중독되는 것이지, 과정 자체까지 여행을 떠나는 것처럼 한없이 즐거운 것은 아니다.


반대로 실패하는 사람은 언제나 멈출 이유를 찾는다. 충분히 노력했다고, 원래 안되는 거였다는 위안을 받고 싶어한다. 물론 멈추는 것이 좋은 순간은 있다. 그러나, 그 전에는 스스로 납득될 때까지 생각-실행의 과정을 충분히 반복 진행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렇게 견딜 수 있는 여력이 클 수록 어떤 프로젝트가 실패하지 않고 답을 찾게 될 확률은 비약적으로 증가하게 된다. 


그 여력, 견디는 힘이 바로 Grit이다.


다만 존버가 Grit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생각-실행의 반복적 상승작용을 전제로 하지 않는 존버는 그냥 하늘을 바라보며 천운을 기다리는 것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7. 감각은 전환 타이밍을 잡는 역할을 한다


Grit이 견디는 힘이라면 감각은 언제 생각에서 실행으로, 그리고 언제 실행에서 생각으로 전환할 것인가를 결정짓는 타이밍이다. 


충분한 생각없이 급하게 실행을 하는 것도 비효율적이지만 그렇다고 주구장창 생각만 하는 것도 답이 없다. 어떤 것은 해보기 전에도 걸러낼 수 있는 반면, 어떤 것들은 정말로 될 것 같지만 해보고 나서야 이해가 되기 때문이다. 또한 일단 실행을 한 후에도 Grit! 이라고 외치며 전진하거나 실행하자마자 Pass!를 외칠 타이밍을 목빠지게 기다리는 것도 의미가 없다. 


어느 순간까지는 실행을 지속하고 어느 순간에는 물러나서 생각의 공간을 만드는 것, 이것은 마법같은 규칙이 있다기보다는 사람마다 최적의 타이밍이 있는 감각의 영역이다.


생각-실행 간에 단서를 찾고 범위를 좁혀갈 수 있는가,

충분히 오랫동안 견딜 수 있고

그 과정 안에서 적절하게 생각-전환을 할 수 있는가.


생각, 실행 그 자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언제나 그 사이(in-between)에서 벌어지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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