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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형석 Apr 03. 2020

내 생각과 다른 결정이 내려질 때

일을 할 때 내 생각과 다른 결정이 내려지는 경우가 있다. 


이러나저러나 상관없는 결정이면 '뭐, 어떻게든 되겠지'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회사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결정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특히 자신이 가진 삶의 원칙에 위배되는 결정이 내려질 때는 꽤나 고민이 될 수 밖에 없다. 이럴 때 어떻게 대응하는 것이 좋을까.


1. 의견을 분명히 말한다.


미팅에 참여했다고 해서 꼭 의견을 제시할 필요는 없다. 자신이 잘 모르는 문제에 대해서는 말하는 것보다는 듣고 이해하려 노력하는 것이 더 좋다. 그러나, 자신이 잘 아는 영역이거나 확신의 정도가 클 때는 미팅에 참여한 이상, 분명하게 자신의 의견을 말하는 것이 필요하다. 


아, 이렇게 결정되면 안되는데.


당연한 이야기지만 누군가의 마음을 읽는 것은 매우 어렵다. 특히 여러 사람이 참여하는 미팅에서라면 더욱 그렇다. 뭔가 잘못되어 가고 있을 때 속으로만 그렇게 생각한다면 다른 사람들은 알 수가 없다.


사실 저는 다른 의견이었습니다.


결과가 나온 뒤에 이야기하는 것은 쉽다. 미팅 때 아무런 의견을 제시하지 않다가 나중에 이런 말을 하는 것은 자신은 자신이 잘 아는 문제에 대해서도 이야기하는 것이 어렵다는 자백이나 다름없다. 


리더가 사람들이 자신의 의견을 솔직하게 말할 수 있도록 배려했어야 하지 않나요?


음... 그럼 반대로 리더가 그런 상황을 만들지 않는 한 스스로는 의견을 말하지 않을 것인가. 그렇게 일을 해도 스스로에게 괜찮은가.


2. 감정을 가라앉힌다.


업무와 감정은 철저히 분리한다. 


사람인 이상 자신의 의견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분명해보이는 사실을 다른 사람들이 받아들이지 않으면 순간적으로 화가 치밀어오를 수 있다. 만약, 자신이 낸 의견에 대해 쏘아붙이는 한 마디를 들었다면 더욱 그렇다. 이럴 때는 의식적으로 심호흡을 하는 것이 좋다. 


실제로 미팅 중에 심호흡을 한다기 보다는, 머리 속에서 아주 잠깐이라도 호흡을 멈추고 감정을 리셋시킨다. 속으로 하나, 둘, 셋 하고 숫자를 세도 된다.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미팅 중에 감정을 조절할 수 없는 사람은 미팅에 참여해서는 안된다. 특히, 자신에게는 이 부분을 더욱 엄격하게 적용해야 한다. 


3. 얼마나 큰 영향을 주는가를 생각한다.


모든 문제에 대해서 팀(Team)의 의견과 자신의 의견이 일치할 수는 없다. 만장일치는 아름다워 보이지만, 사실 독재보다 더 위험할 수 있다. 굳이 미팅할 이유가 없는 안건에 대해서 논의를 하고 있었거나, 아니면 동의하지 않음에도 모두가 책임을 회피하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람들은 모두 다르고, 상황에 따라 자신의 의견과 다른 결정이 내려질 수 있나는 것을 받아들인다. 


언제나 물러날 준비를 하라는 것은 아니다. 


모든 문제에 대해 자신을 관철시키려 하지 말고 자신이 잘 아는 문제, 중요한 영향을 끼치는 문제 위주로 자신의 의견을 강하고 분명하게 이야기하라는 의미에 더 가깝다.


본격적으로 거친 논쟁을 하려 한다면, 그만큼 가치가 있는 사안인지를 먼저 살피는 것이 좋다.


4. 어느 선까지 이야기할 것인지를 정한다.


피해갈 수 없는 순간이 있다. 


정말로 중요한 업무에 있어서 자신의 의견이 팀(Team)과 다른데, 이것을 설득하기 어려운 경우는 늘 있게 마련이다. 다른 사람들이 잘못 생각하고 있건, 자신의 설득 능력이 부족하건 이런 것들은 중요하지 않다. 아무리 서로 신뢰하는 관계라 하더라도 의견이 다른 경우는 반드시 존재한다. 


세상에는 정답이 없는 문제라는 녀석이 반드시 있기 때문이다.


서로의 생각을 이해하려고 얼마나 노력했는지 충분히 효율적으로 논의를 했는지와는 관계가 없다. 정답이 없는 문제의 정답을 찾으려 끝없이 논쟁하는 것은 소모적일 뿐이다. 어느 순간에는 논의를 멈추고 반드시 결정을 해야 한다.


결정이 내려지기 위해서는 어느 선에 이르면 누군가는 자신의 의견을 접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 '선'이 어디까지인지는 모두 다르다. 사람에 다라서도 다르고, 상황에 따라서도 다르다. 모두 다르기 때문에 아무렇게나 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상황에서는 자신이 그 선을 어디까지로 그을 것인가를 스스로 정해야 한다.


물론 마지노선은 있다. 


지금 이렇게 결정이 내려진다면 나는 이 회사를 그만둘 것인가.


너무 지나치다고 생각할 지는 모르지만, 회사가 결정을 한다고 해서 법의 테두리를 벗어나거나 자신에게 정말로 중요한 삶의 원칙을 훼손하면서까지 그 결정을 따를 필요는 없다. 


마지노선이 있다고 생각하면 반대로 마음이 한결 자유로워진다. 회사를 그만둘 정도의 결정이 아니라면, 어느 선까지 자신의 의견을 낼 것인가는 조금은 더 여유를 가지고 결정할 수가 있기 때문이다.


5. 결정된 사안에 대해서는 따른다.


자신의 생각과 다른 결정이 내려졌다고 해서 태업을 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 이러한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능력과 관계없이 중요한 업무나 의사결정에서 철저히 배제해야 한다.


일단 의사결정에 참여했고, 누군가 어떤 결정을 내렸다면 그 의사결정에 참여했던 사람들은 그 업무가 성공하도록 각자의 최선을 다해야 한다. 오히려 자신이 반대했던 업무에 대해서는 좀더 분명하게 그 업무가 성공하도록 최선을 다하는 것이 좋다.


내 생각과 다른 의견이 채택되더라도 일단 결정이 되면 따른다. 이런 기반이 있는 상태에서만이 신뢰가 형성된다. 더 치열하게 논쟁할 수 있다.


6. 결과를 리뷰한다.


한 번의 잘못된 의사결정으로 회사가 나락으로 빠지는 것이 아니다. 


보통은 잘못된 결정이 여러 번 반복되면서 회사가 무너지게 된다. 악수는 악수를 부른다는 말이 있다. 각각의 결정은 독립적인 것이 아니라 서로 영향을 주는데, 한 번 잘못 내린 결정은 그 다음 결정까지 잘못된 길로 이끌 가능성을 높게 한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어떤 하나의 결정'이 아니라, '잘못된 결정이 반복되는 것을 막을 수 있는가'하는 점이다.


어떤 중요한 의사결정이 내려졌고 의사결정에 참여한 사람들이 최선을 다했다면, 일정 시점이 지난 후 예전에 내렸던 의사결정을 복기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것은 회사 차원에서 하면 좋지만, 사실 누군가에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 지난 상황을 돌아보면 된다.


잘못된 결정이라고 생각했는데 결과적으로 잘 진행이 되었다면 왜 자신이 잘못된 생각을 했던 것일까를 고민한다. 다음 번에 다른 논의에선 무엇을 개선해야 할 것인가를 돌아본다. 자신이 어떤 영역의 판단에 강하고, 어떤 사각(보이지 않는 영역)을 가지고 있는가를 이해해야 자신을 성장시킬 수 있다.


잘못된 결정에 따라 굉장히 많은 사람들이 고생했음에도 불구하고 프로젝트가 망해버렸다면, 왜 그 잘못된 결정을 맞기 못했을까, 어떤 식으로 더 설득하는 것이 좋았을까를 돌아본다. 만약 이러한 상황이 반복되고 답을 찾을 수 없다면 회사를 떠나는 것을 매우 진지하게 고민하는 것이 좋다.


7. 절대로 자신을 책임에서 배제하지 않는다.


거봐, 내 그럴 줄 알았지. 어차피 내 회사 아니니까. 결정한 사람이 책임지라고 해.


이러한 생각들은 자신을 좀먹는다. '내 탓이 아니야'는 것은 위로가 될 수 있지만 문제를 해결하지는 못한다. 


신발에 돌멩이가 들어가 상처를 만들고 걸을 때마다 고통을 준다면, 세상은 다 그런 것이라고 스스로를 위로하는 것보다는 돌멩이를 꺼내는 것이 좋다. 새 신발을 사면 잠시 동안은 괜찮을 지 몰라도, 신발에 돌멩이가 들어갈 때마다 새 신발을 살 수는 없다.


돌멩이는 꺼내야 한다. 돌멩이를 꺼내줄 누군가를 기다릴 필요는 없다. '돌멩이를 꺼내는 것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을 떠올리는 것은 자신이 찾아낼 수 있다.


의사결정에 참여한 이상, '나'는 그 의사결정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잘못된 의사결정이 내려지지 않도록 노력해야 하고, 일단 의사결정이 내려졌다면 최선을 다해 프로젝트를 성공시켜야 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종적으로 프로젝트가 망했을 때에는 다음 번에 이러한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의사결정에 보다 효과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나는 내가 하는 일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정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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