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9개월 동안 나를 괴롭히던 업무가 마침내 끝이 났다.
모두가 하기 싫어했던 일이고 나도 정말로 하기 싫었다. 지난 2년 동안 이 업무를 맡지 않으려고 정말 무던히도 애를 썼었다. 업무를 담당하던 부서를 지원하고, 어려움을 겪을 때마다 중간에 2-3개월 프로젝트처럼 참여하여 정상궤도로 돌려놓곤 했다. 그러나, 결국 담당부서는 두 손을 들었고 이 일을 누가 맡을 것인가에 대한 정말로 지리한 논의가 계속 되었다.
이 회의에 한 번만 더 들어오면 미쳐버릴 것 같아.
그렇게 하여 손을 들고 그 업무를 맡게 되었다. 그게 9개월 전이었다.
업무를 맡을 때는 두 가지를 생각한다.
- 내가 이 일을 정말 하고 싶은가?
- 이 일은 회사에 얼마나 중요한가?
모든 업무에는 암에 걸릴 것 같은 요소와 순간들이 있다. 아무리 좋아하는 주제의 업무라도, 참여하는 모든 동료가 아무리 훌륭하더라도 상관없다. 일을 시작하면, 그리고 그 일이 복도에 떨어진 휴지를 줍는 정도의 일이 아니라 정말로 해결이 필요한 업무라면, 일을 포기하고 싶은 순간은 반드시 온다. 따라서, 스스로에게 묻는다. 중간에 그런 일들이 벌어진다고 해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갈 만큼 정말로 그 업무를 하고 싶은가.
만약 그렇다면 두 번째 질문을 한다. 이 일은 회사에 얼마나 중요한가. 회사에는 해결이 필요한 업무들이 많다. 어떤 업무는 회사의 성장에 큰 영향을 미치고, 어떤 업무는 상대적으로 적은 영향을 미친다. 혹은, 어떤 업무는 매우 시급하게 처리를 해야하고, 어떤 업무는 잠시 미해결인 상태로 두어도 된다. 그렇다면, 지금 이 시점에 나는 내 시간을 어떤 업무에 투입할 것인가.
그러나 9개월 전 새로 맡게된 업무는 위 두가지에 모두 해당되지 않았다. 정말로 하기 싫었고, 이 일을 맡는 것보다 더 중요하고 시급한 프로젝트가 있었다. 그렇다면 맡지 않았어야 했는데, 결국은 하겠다고 손을 들었다. 왜 그랬을까. 무엇이 나의 원칙을 무너뜨렸을까. 그 질문을 업무를 진행하는 9개월 동안 계속하였다.
아무도 맡고 싶어하지 않는 업무가 늘 그렇듯이 일은 엉망진창인 상태였다.
진행된 히스토리와 현재의 상황, 앞으로 해야하는 업무를 점검하는데 정말로 양파 껍질을 벗기듯 계속해서 새로운 독소들이 튀어나왔다. 그리고... 내가 맡기로 한 업무와 관련된 숨겨진 다른 업무들이 하나씩 나타났다.
대니얼이 맡기로 했다면서요? 그렇게 책상 위에 쌓이는 업무들.
가장 미안했던 것은 나와 같이 일하는 동료를 볼 낯이 없었다는 것이다. 업무의 커리어에도 도움이 되지 않고, 재미도 없고, 그리고 해결되었다고 해서 회사로부터 딱히 뭔가를 기대하기도 어려웠다 무엇보다도, 이 업무를 맡게되며 원래 집중했어야 했던 업무를 준비할 시간을 잃어버렸다는 것.
최근에 누가 내게 물었다.
일을 새로 맡게 되었는데 굉장히 부담이 된다고. 그럴 때 어떻게 해야하는지를.
하기로 한 일은 끝까지 한다, 이렇게 생각하시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어떤 업무를 할 것인지를 굉장히 신중하게 생각하는 만큼, 내가 맡은 업무는 끝까지 마무리짓는 편이다. 설령 그것이 아무리 후회가 되는 결정이었다고 하더라도.
이것은 뭔가 멋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거나, 회사에서 인정을 받기 위함이 아니다. 오히려 내가 나에게 주는 페널티에 더 가깝다. 이미 내린 결정을 후회하는 것 만큼, 그 결정의 여파로 매일매일이 괴롭다고 하더라도 과거의 선택을 바꿀 수는 없다. 그러나 분명히 바꿀 수 있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미래의 선택'이다.
다음 번에 무엇을 결정해야 할 때 나는 어떻게 할 것인가?
내가 지금 뼈져리게 느끼는 만큼,
내 면역체계를 흔드는 바이러스들과 싸우고 나서 그것들은 내 안의 항체가 된다.
하기로 한 일은 끝까지 한다. 이렇게 생각하면 하겠다는 말을 쉽게 하지 못한다. 상황이 바뀌었고, 지원이 부족하고 이런 것들은 모두 쓸모가 없다. 하기로 했다면 어떠한 상황이 오더라도 그 안에서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그렇게 부담을 주면 아무도 하겠다고 손을 들지 않을 것 같은데요?
부담을 주는 것은 다른 사람이 아니다. 회사도 아니다. 맡은 일은 끝까지 해야한다고 부담을 주는 것은 다름아닌 내 자신이다. 회사에 가나, 집에 있으나, 걸을 때나, 밥을 먹을 때, 아침에 일어나고, 샤워를 할 때 365일 24시간 언제나 나를 따라다니면서, 내가 했던 선택과 내가 할 선택에 대해 Pressure를 주는 주는 것은 다름아닌 내 자신이다. 나를 변화시킬 수 있는 것도 내 자신이다.
맡은 업무 하나가 끝난 것이다.
받았던 상처들은 모두 고치 안에 남겨두었다. 나는 다시 집중할 것을 찾을 것이고, 이번엔 좀더 나은 결정을 내릴 수 있을 것이다.
잘못된 선택을 할 수 있다. 그 다음에 어떻게 하는가가 내 삶을 결정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