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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형석 Jun 14. 2020

PM/PO가 되어서는 안되는 사람

PM/PO가 되어서는 안되는 사람. 


1. 이 일을 왜 하는가를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


에이 설마...


그러나 회사에서 너무나 많은 사람이 어떤 일이 주어졌을 때 그 일을 왜 하는지, 회사의 전체 방향에서 어떤 역할을 담당하는지, 그리고 얼마나 중요한 업무인지를 생각하지 않고 그 일을 맡는다. 


- 누가(특히 대표가) 시켜서

- 일은 원래 해야 하는 거니까

- 좋은 기회인 것 같아서


자신이 잘 모르는 업무여도 괜찮다. 회사는 동료들과 같이 일하는 곳이고, 정말로 해결하려는 생각이면 어떻게든 할 수 있다. 그러나, 왜 하는지 모르면 다른 동료들에게도 그 기운을 불어넣을 수 없다.


몰라, 위에서 하래.


지구엔 중력이란 것이 있어서 위를 보고 침을 뱉으면 아래로 떨어진다. 자기 얼굴에만 떨어지면 상관없는데, 동료의 얼굴에도 바이러스 가득한 업무들이 떨어진다. 모두가 위험해지는 것이다.


2. 납기와 최소스펙 개념이 없는 사람


대표는 멀리봐도 괜찮다. 아니, 멀리보는 것이 더 좋은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일을 끌고 가야 하는 사람은 다르다. 그 일을 왜 하는지를 이해했다면 Deadline이 있는지를 반드시 살펴야 한다.


- Deadline이 있다면 그 기간을 염두에 두고 업무를 짠다.

- ASAP라면(보통 다들 이러시죠), 현실적으로 가능한 가장 빠른 일정을 산정한 후 확인을 받는다.

- 가끔은 Deadline 없이 정말로 '답'을 찾는게 필요한 때가 있다. 이 때는 몰입한다. 


납기(Deadline)가 중요한 것은, 최소스펙(Minimum Spec)을 설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최소스펙이다. 최대로 아름다운 스펙이 아니다. 시간이 3개월밖에 없는데 모든 것이 다 완성된 3년 뒤의 모습을 그리면, 가슴도 뛰고 막 성공할 것 같고 대표도 좋아하고 장표도 멋지게 그릴 수 있겠지만, 3개월이 지나가면 '그리고 아무것도 없게' 된다.


최소스펙을 설정하는 것이 중요한 것은 '최소'이기만 해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MVP(Minimum 'Viable' Product)가 의미하는 것은, 많은 것을 걷어냈더라도 가설을 증명할 가장 핵심적인 부분은 달성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납기 내에 실행 가능하다는 전제 하에서 말이다.


납기 안에서 경영진이 납득할 최소스펙을 설정하는 것, 이것은 PM/PO의 핵심 자질이다. 


3. 전체 판을 보지 못하는 사람


PM/PO는 시작부터 끝까지 앞으로 업무가 어떻게 진행될지에 대한 프로세스를 머리 속에 그릴 수 있어야 한다. 물론, 처음 프로젝트를 맡았을 때는 모든 것이 흐릿하다. 그러나, 머리 속에 도화지를 한 장 펼쳐놓고 어떤 Block들이 필요한지, 그것들의 순서는 어떻게 되는지, 각 Block은 다른 Block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하나씩 이해하고 채워넣으면 된다.


자신이 직접 업무를 하지 않아도, 모든 업무를 속속들이 알지 못해도 괜찮다. 어떤 업무들이 필요한지, 그 업무를 어느 부서의 누가 진행하고, 그것을 진행할 때 사전적으로 정의되어야 하는 요소가 무엇인지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정리하면 된다.


만약 프로젝트의 취약한 부분이 있다면 PM/PO가 그 Block에 들어가 해결책을 찾도록 노력할 수 있다. 그러나 프로젝트의 약한 고리가 아닌, 자기가 자신있는 혹은 하고싶은 부분만 하게 되면 전체의 균형이 깨지게 된다.


4. 우선순위를 설정하지 못하는 사람


모든 것을 동시에, 다, 잘할 수는 없다.


전체 판을 어느 정도 정리했다면 순서와 중요도에 기반하여 우선순위를 설정해야 한다. 가령 집청소를 할 때는 위에서 시작해서 아래에서 끝내는 것이 정상이다. 어느 것부터 해도 상관없다면 가장 중요한 것, 그 프로젝트를 성공시키는데 가장 큰 영향을 주는 것에 집중하는 것이 필요하다.


디테일이 중요한 것은 맞다. 그러나 그것은 디테일을 논할 수준이 된 후의 이야기다.


언제나 가장 중요한 업무가 있다.

그것이 뭔지 모르겠다면 생각을 하자. 다 중요하다고 말하지 말고.     


5. 수면 위에 드러난 것만 보는 사람


빙하의 대부분은 수면 아래에 잠겨있다.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기반'이다. 이것을 이해하지 못하고 Scene에만 집중하면 왜 동료들이 난감해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가령 서로 다른 두 시스템의 데이터가 결합되어야 한다면, Key를 맞추는 작업부터 해야 한다. 제품이나 서비스를 사람들이 쓰게 하려면 사야 하는 이유부터 명확히 정리되어야 한다. 건물을 올리고 싶다면 지하부터 파야 하는 것과 같다. 


세상에 '당연한 것'은 없다.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덜 중요한 것, 사후적으로 조정 가능한 것들에 신경을 쓰고 싶어서 정작 가장 중요한 것은 적당히 알아서 해달라고 요청한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나중에 변경할 수 없다. 그런 업무를 '중요한 것'이라고 부르기 때문이다. 


6. 질문을 하지 못하는 사람


당연한 이야기인데 모든 것을 아는 사람은 없다. 회사에 중요한 영향을 끼치는 프로젝트라면 더욱 그렇다. 일을 잘 하는 사람은 답을 알고 있는 사람이 아니라, 답을 찾아가는 방법을 알고 있는 사람이다. 


모르는 것은 질문한다.

들은 것은 이해하려고 노력한다.


이 둘만 잘해도 정말 중간은 간다. 문제는 자신이 무엇을 모르고 있는지 모르는 경우와, 모르는 것이 있는데 자존심 상해서 물어보지 못하는 경우다. 답을 들었을 때도 마찬가지다. 한참 설명해주었는데, 분명 이해한 것 같았는데 묻고, 또 묻고, 계속해서 물으면 정말로 난감해진다. 


질문은 그 사람을 말해준다. 정말이다.


7. 문제를 인식하지 못하는 사람


계획대로 되고 있어. 이렇게 생각할 수 있는 것은 정말로 계획대로 되고 있을 때다. 뭔가 무너져내릴 때는 언제나 '징조'라는 것이 있다. 발끝에 걸리는 돌멩이가 그냥 돌멩이인지, 천정에서 떨어진 것인지를 센싱하는 것은 PM/PO의 역할이다. 


걱정만 한다고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웃고 힘내자고 말하는 것으로 문제가 해결된다면 세상은 정말로 아름다운 곳일 것이다.


물론, 업무를 진행할 때는 자신의 업무에 확신이 있어야 한다. 자신도 확신하지 못하는 업무를 다른 사람에게 설득할 수는 없다. 그러나, 확신하는 것 만큼 새로운 정보, 의견에도 열려있어야 한다. 확신해서 달릴 때와 차분히 앉아 프로젝트의 위험성을 돌아보는 것에는 균형이 필요하다.


문제를 인식해도 바로 해결하지 못할 수는 있다. 그러나 회사에 키다리 아저씨가 있지 않는 한, 인지하지 못한 문제는 시한폭탄처럼 자란다.


8. 압박을 견디지 못하는 사람


프로젝트를 처음 맡으면 정말로 막막하게 느껴진다. 그러나 어떻게든 하다보면 눈에 익고, 길이 보이고, 같이 일하는 동료들이 있고, 하나씩 해결이 되기 시작한다. 그러나 모든 중요한 프로젝트에는 위험한 순간이 반드시 찾아온다.


턱을 맞으면 다리에 힘이 빠진다. 


경기가 아직 끝나지 않았고, 중요한 경기라는 것도 알겠고, 일어나면 또 어떻게든 기회가 생길 것이라는 것도 아는데 그렇다고 일어나기 쉬운 것은 아니다. 어떻게 어떻게 일어난 경우에도, 이젠 안다. 아차 하면 다시 그 펀치를 맞을 거라는 것을. 그리고 이번에는 일어나지 못할 수 있다는 것을.


압박은 누구에게나 괴롭다. 이상한 성향의 사람이 아니고서야 압박이 즐거울 수는 없다. 그러나 압박을 받았을 때의 대처는 사람마다 다르다. 누군가에게는 성장의 동력이 되고, 누군가에게는 트라우마의 시작이 된다. 


한 끗 차이.


지나고 나서 깨닫게 된다. 얼마나 위험했는지. 그리고 얼마나 성장했는지.


9. 끝을 보지 않는 사람


과거에 실패한 경험이 있는 PM/PO와는 다시 일할 수 있다. 오히려 한 번도 실패한 적이 없는 사람과 일하라고 하면 더 겁이 날수도 있겠다. 


그러나 중간에 포기한 적이 있는 PM/PO과 다시 일하는 것은 매우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도망가는 것은 습관이 된다. 

언제라도 포기할 준비가 되어 있다면 더욱 그렇다.


문제의 원인을 자신에게 두지 않는 한, 그 사람은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10. 실패했다는 것을 알지 못하는 사람.


이건 답이 없다. 


사람은 누구나 실패할 수 있다. 정말 괴롭지만, 왜 실패했는지를 곱씹고 다음 번에는 그 실패를 반복하지 않겠다고 다짐을 할 수 있다. 그리고, 믿을 수 없을 만큼 다시 똑같은 실패를 반복할 수도 있다. 자책하고, 갑절로 괴로워진다. 그러나 그 시간들을 버티고 다음 걸음을 내딛는 순간, 다시 기회는 찾아오게 마련이다.


그러나 실패를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엔 이 모든 것이 블랙홀처럼 사라진다. 그 사람 뿐이 아니다. 같이 시간을 보낸 모든 사람들의 시간이 빨려들어 간다.


실패한 프로젝트를 성공한 것처럼 어떻게든 꾸미려는 것은 잘못된 행동이지만 이해는 할 수 있다. 그러나 실패했다는 것 자체를 모르는 이상, 그 사람과는 같이 시간을 보낼 수 없다.


그 프로젝트의 실패 원인이 바로 그 사람이기 때문이다. 


--


누구에게나 처음은 있고, 그 처음에 우리는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경우가 많다. 그리고, 설령 문제가 있고 실패했다고 하더라도 한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당신은 어떤 프로젝트를 맡아서는 안되는 사람이에요'라고 이야기할 수 있을까.


사실 이 글은 내가 나에게 던지는 이야기이다.


돌이켜보면 겁없이 업무를 맡고, 실패하고, 괴로워하고,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고, 지나고 나서야 깨닫게 되는 많은 도움을 받았다. 앞으로 얼마나 더 직장생활을 할 지 모르겠지만, 어떤 프로젝트를 새로 맡을 때 꺼내놓고 한 번 나에게 읽어주고 싶었다.  


그리고, 가능하다면...


다른 사람들이 새로운 업무를 맡을 때
이제는 나도 조금은 그 사람들에게 더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그런 생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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