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딩에세이 #07
쓸까말까 굉장히 망설였던 주제이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나는 페이스북을 대표하는 사람이 아니며(사실, 페이스북에서도 꽤나 특이한 캐릭터였다), 여기 나오는 질문들이 실제로 면접 때 많이 물어보는 질문이라 하더라도 이 포스팅이 쓰여지는 순간 더 이상 의미가 없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렇든 저렇든 간에 욕먹기 딱 좋은 포스팅이기도 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포스팅을 쓰는 것은,
꼭 페이스북이 아니더라도 그동안 여러 회사를 지원하면서 많이 받았던 질문들과 그 의미를 한 번쯤은 정리해 보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면접에 익숙하지 않아서' 자신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하게 되면 지원지원하는 사람이나 그 면접을 진행하는 사람이나 너무나 아쉽기도 하고.
대신 나는 HR 전문가는 결단코 아니기 때문에 혹시 이 포스팅의 내용이 맘에 들지 않아도, 분노하는 대신 가볍게 웃으며 넘겨주셨으면 하는 바램이다.
1. 본인을 간단히 소개해 주시겠어요?
굉장히 많은 면접이 이 질문으로 시작된다. 왜 그럴까? 면접을 하는 사람이 '면접 전문가'라고 생각하면 곤란하다. 특히 페이스북처럼 매니저 외에 '실제로 같이 일할 동료'들이 면접에 많이 참여하는 회사의 경우, 면접관은 면접 직전까지 자신의 업무를 하다가 면접에 들어오는 경우가 많다. 또한 여러 명의 지원자를 동시에 불러 4명의 면접관이 돌아가면서 1:1로 30-45분의 면접을 연속해서 진행하는 것을 Batch라고 부르는데, 이 경우 면접관은 해당 지원자를 보기 직전까지 다른 지원자의 면접을 하고 나온 상태가 된다. 페이스북은 채용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고, 면접관은 굉장히 집중을 하다 들어왔기 때문에 아무리 해당 지원자의 레쥬메를 이전에 여러 번 읽었다고 하더라도 Refresh가 되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본인을 간단히 소개해 주시겠어요?'라고 가볍게 질문을 던지고, 그 사이 레쥬메를 다시 살펴보면서 그 지원자가 누구인지 자신이 확인하고 싶은 질문들이 무엇인지를 리마인드 하게 되는 것이다.
이 순간은 지원자에게는 굉장한 기회다. 면접자는 아직 준비가 되지 않았다. 면접에서 유일하게 지원자가 상황을 미리 예측할 수 있고 우위를 갖는 순간이다. 편안하게 자기의 이야기를 펼치면서, 레쥬메 내용 중 면접자의 관심을 끌 수 있는 요소를 부각하면 된다. 무엇보다 그 중요하다는 첫 인상을 심어주는 순간이 아닌가!
주의할 점은 다음과 같다.
- 본인 소개를 너무 길게 하지 말자.
- 레쥬메에 있는 내용을 그대로 읽거나, 처음부터 횡설수설 하면 곤란하다.
- 무엇보다 외운 티를 내지 말고 '자연스럽게' 시작하자.
2. 이 부분에 대해 좀더 이야기해 주시겠어요?
애초에 레쥬메를 작성할 때나 1번 질문에서 자기소개를 할 때, 의도적으로 자신의 이전 경력 중 어떤 부분에 대한 질문이 나오도록 유도할 수 있다. 해당 회사에서 가장 관심이 있어할 부분을 부각시키고, 다른 부분들을 간략히 쓰면 된다. 일종의 '강약조절'을 하는 것이다. 자신의 모든 경력이 중요한 것처럼 쓰는 것만큼 어리석은 것이 없다. 면접관의 시선이 레쥬메의 어떤 부분에 멈추게 할 수 있다면, 그만큼 답을 잘 할 가능성도 높아진다.
자신의 경력을 돌이켜보고, 자신이 했던 업무 중 무엇이 지금 지원하고 있는 회사의 관심을 끌 지를 생각해보자. 그 부분을 좀더 눈에 잘 띄도록 하면 된다. 혹시 실패했다고 패닉하거나 실망할 필요는 없다. 이런 부분들을 준비하고 전략적으로 생각해보는 것만으로도 면접을 준비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자신의 경력 중에 굉장히 특이한 부분을 의도적으로 부각시킬 수도 있겠지만, 일반적으로는 가장 큰 성과를 낸 업무이면서 지원하는 포지션과의 연관도가 높은 부분을 강조하면 된다. 제대로 끌어냈다면 '본인이 생각하는 강점이 무엇이 무엇인가요?' 혹은 '가장 큰 성과를 낸 경험을 말씀주세요'라는 질문이 자연스럽게 생략되며 면접이 물 흐르듯 진행된다는 인상을 면접관에게 심어주게 된다.
3. 가장 큰 어려움을 겼었던 것은 무엇이었나요? 그것을 어떻게 극복했지요?
면접을 진행할 때 '쌍으로 된' 질문이 존재하는 경우가 많다. 만약 면접관이 지원자가 겪은 '가장 큰 난관'이 무엇이었는지를 물었다면, 이것은 거의 99% 그 위기를 '어떻게 극복했는지'의 질문으로 이어진다. 이렇게 쌍으로 된 질문에서 더 중요한 것은 당연히 뒤에 나오는 질문이다. 대부분의 면접관은 그 사람이 실제로 어떤 위기를 겪었는지는 크게 관심이 없다. 묻고 싶은 것은 그러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 '어떻게 대처했는가' 하는 점이다.
이런 맥락을 이해하면 '대처를 제대로 못한 위기'를 말한다거나, '너무 작은(간단히 해결되어 버린) 위기'를 말하는 멋적은 상황에서 벗어나게 된다. 전자는 위기 관리 능력의 부재로 인식될 수 있고, 후자는 그 사람의 진정성을 의심할 수 있게 되는 상황이다. 그렇다고 '슈퍼 히어로의 탄생'을 그려낼 필요는 없겠지만, 위기를 극복하는 모습을 싫어하는 사람은 없다. 무엇보다 면접이 끝나고 결과를 적어야 하는 경우가 많은데, 면접관으로 하여금 이것을 채우는 부담을 덜어주는 것은 꽤 의미가 있다.
4. 왜 이직을 결심하게 되었나요?
이 질문에 기다렸다는 듯이 직전 회사(심지어 지금 다니고 있는 회사)에 대한 악담을 하는 것은 자살행위다. 설마 이런 사람은 없다고 치고, 오히려 더 자주 걸리는 덫(!)은 본인이 얼마나 유능하고 지금 다니고 있는 회사에서 얼마나 굉장한 성과를 내고 있는지를 자랑하는 탓에,
왜 이직을 결심하게 되었는지에 탁 막혀버리는 것이다.
무난하지만 맥이 빠지는 대답은 '더 나은 기회를 찾아서'이고, 최악의 답변은 (가령 페이스북에 지원하고 있다면) '페이스북을 동경해서'와 같은 답이다. 특히 멋진 사무실, 근무환경, 복지, 겉으로 보이는 여유로움, 본인이 페이스북을 얼마나 많이 사용하고 있는지와 같은 답은 여러가지 오해와 우려를 낳을 수 있다.
왜 이직을 결심하게 되었는지를 묻는 질문은,
- 전체 면접 과정에서 언제 나올 지는 알 수 없으나,
- 반드시 나오는 질문이고,
- 굉장히 신중하게 대답해야 하는 질문이기도 하다.
이 질문 하나를 잘못 답하게 되면, 전체적인 맥락이나 일관성 및 신뢰도가 크게 낮아지기 때문이다. 물론, '어떤 답이 가장 좋은가'는 정답은 지원자 스스로가 찾아야 한다.
5. (페이스북의) 강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페이스북의(혹은, 지원하는 회사의) 어떤 점을 좋게 생각하는지와는 완전히 다른 질문이다. '좋은 점'이 지원자의 발길을 페이스북으로 이끈 매력이라고 한다면, '강점'은 지극히 이성적인 측면에서 페이스북을 설명할 수 있어야 하는 부분이다. 어떻게 보면 '페이스북이 약한 부분은 무엇이고, 어떻게 개선하는 것이 좋을까요?'는 정반대의 질문인 것 같지만, 면접자가 지원자에게 확인하고 싶어하는 목적은 사실상 같다.
무엇을 답하든 단답형만은 피하자. 가령, '페이스북이 광고 플랫폼으로서 가진 강점이 무엇인가?'의 질문에 대해 '타겟팅입니다!'라고 자신있게 대답하는 것은 절망적이다. 면접은 사지선다 답변을 원하는 수능이 아니기 때문이다. 차라리 오답을 말하더라도 자신이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를 조리있게 설명하는 편이 낫다.
반복된 이야기지만, 면접관이 지원자로부터 알고 싶어하는 것은 그 사람이 '얼마나 많은 것을 알고 있는가?'하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가, 어떤 식으로 사고를 하는가?'에 훨씬 가깝다.
6. (페이스북에서) 무엇을 기대하고 있나요?
사람마다 굉장히 다른 대답이 나올 수 있는 부분이다. 5번 질문에 대해서는 면접관 입장에서 지원자가 어떤 답변을 할 지 예측되는 부분이 많겠지만, 이번에는 어떤 답변이 나올까 하고 면접관 스스로가 기대하게 된다. 대응 밥법도 완전히 다르다. 5번 질문에서 자신이 가진 이성적인 측면을 강조했다면,
6번 질문에서는 지원자가 가진 개성을 보여줄 수 있다.
업무적으로 한 걸음 더 깊이 나아가 페이스북에서 해 보고 싶은 것들을 설명할 수도 있고, 페이스북을 통해 자신이 세상에 기여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부분들을 강조할 수도 있고, 사람들을 만나 무엇인가를 '같이' 하는 행위 자체에 중점을 둘 수도 있다. 하고 싶은 것이 중요할 수도 있고, 그것을 말하는 방식에서 Impression을 줄 수도 있는 것이다. 어떤 답이나 가능하겠지만, 망설이지 않고 자신을 드러내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이 질문이 좀더 변형되면 '페이스북에서 3년 후, 5년 후에 본인이 어떤 모습일지를 설명해보세요'란 질문으로 이어질 수 있다. 어쨌거나, 답 그 자체보다는 답을 하는 방식이 훨씬 중요하다.
7. 본인을 뽑지 말아야 할 이유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면접이 거의 끝났다고 생각하는 순간, 특히 면접이 나쁘지 않게 진행되었다고 방심하는 순간 이 질문이 나올 수 있다. 표현을 달리하면 '본인의 단점은 무엇인가요?'의 질문이다. 게다가 6번 질문에 답하는 과정에서 한껏 업(Up)되어 있는 상태에서 이 질문을 받으면 적지않게 당황할 수 있다. 하나를 답하는 것도 쉽지 않은데 본인을 뽑지 말아야 할 이유 '세 가지'를 말해보라고 하면 더욱 난감해지기도 하고.
앞서 있었던 '어떤 위기를 겪었고'와 근본적으로 다른 점은, '자신의 단점'을 말한 후에 쌍으로 나오는 '그 단점을 어떻게 극복할 생각인가요?'의 질문이 나오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특히, 면접 시간이 거의 끝났을 때 이런 질문이 나온 경우라면 더욱 그렇다. 이 때 질문의 의도를 '본인의 단점을 얼마나 정확하게 인지하는가?' 혹은 '얼마나 솔직한 사람인가?'로 생각하면 곤란하다. 이 때는 정말로 '지원자가 어떤 단점을 가지고 있는가?'의 슬쩍 확인하는 경우가 많다.
지나치게 오래 당황하는 것도 문제겠지만, '기다렸다는 듯이 자신의 (단점같지 않은) 단점'을 술술 이야기하는 것은 좋지 않다. 잠시 멈추었다가 답을 하는 것이 더 자연스럽게 보인다. 가장 안전한 답 중의 하나는, 자신의 장점과 동전의 앞뒷면처럼 연결되는 단점을 말하는 것이다. 가령, '자신은 의견을 매우 솔직하게 이야기하는 편인데, 이 과정에서 누군가 서운해할 수 있다'는 그런 이야기 말이다(이미 많은 사람이 이 포스팅을 보고 있을 수 있는 만큼, 실제로 면접 때 이 예시를 써먹지는 말자). 그렇기 때문에, 정기적으로 사람들에게 '먼저 다가가' 자신이 일하는 방식에 대해 적극적으로 피드백을 받는다고 이야기한다면 더욱 좋을 것이다.
자, 이제 면접이 끝났다. 대부분의 면접관은 지금까지와는 사뭇 다르게 편안하게 말을 걸어준다. 특히, 일부러 압박면접을 진행한 경우라면, 지원자에게 양해를 구하기도 한다. 어쨌거나, 면접은 끝났고 서로 웃으며 헤어지려고 하는 순간, 생각났다는 듯이 면접관이 지원자에게 한 마디를 가볍게 던진다.
아, 혹시 묻고 싶은 점 있으세요?
최악의 답변 3종세트는 1) 없는데요, 2) 그런데 정말 출퇴근 시간이 없나요?, 3) 만약 저를 뽑지 않는다면 어떤 이유 때문일까요? 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세 번째가 최악의 답변 중 하나인 이유는 당신이 이 포스팅의 내용을 보고 다음 면접에서 토씨 하나 안 틀리고 똑같이 답변하게 되면 알게 될 것이다.
한 가지 절대불명의 조언이 있다면, '어떤 경우에도 답변을 외우지 말자'는 것이다. 키워드 정도만 생각해두고 들어가면 충분하다. 문장으로 준비하면 괜히 말이 꼬이게 된다. 면접관이 무슨 질문을 해도 미리 준비한 답변을 하게 되는 어색한 상황이 벌어지기도 하고.
피할 수 없다면 즐기라는 말이 있다. 자신을 믿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열심히 노력하겠다는 말은 언제나 스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