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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형석 Mar 04. 2018

일은 원래 재미없는 것일까?

#직장을즐겁게 #02

직장에서 많은 사람들이 너무나 쉽게 고개를 끄덕이는 생각이 있다. 바로, 일은 원래 재미가 없다는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 현상: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재미가 없다

- 근거: 월급을 받는다 (보통 재미있는 것은 반대로 돈을 낸다)

- 확인: 다른 동료들도 일은 원래 재미없다 한다.


멋진 삼단콤보다. 혹시나 해서 서점에 가면 시대의 변화(!)를 알 수 있다. 많이 힘들었죠?(위로). 당신 혼자가 아니에요(치유), 직장과 개인의 삶을 분리하세요(워라밸), 어디로든 훌쩍 떠나요(여행), 직장을 그만두는데도 준비가 필요해요(퇴사), 웃으면서 NO라고 이야기하세요(처방). 그런데 이상하다. 이러한 책들을 읽으면 울컥하고 자존감이 올라가며 직장에 가서 다른 사람으로 살 수 있을 것 같은데,


리셋.

월요일에 출근하면 모든 것이 그대로다.


이건 '신발안에 돌멩이가 들어간 상황'으로 비유할 수 있다. 돌멩이가 들어가 있으면 걸을 때 아프다. 처음엔 그냥 걸리적 거리는 정도인데 꾹 참고 계속 걸으면 굳은 살이 배겨서 더 이상 안 아픈게 아니라, 상처가 생기고 염증이 발생한다. 그걸 참고 계속 걸으면 감염까지 발생해서 병원에 가야할 수도 있다. 앞선 조언들은 대부분 '잠시 멈추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걷지 않으면 아프지 않는다. 그런데, 아뿔사...! 당신이 금수저가 아닌 이상, 혹은 통장에 돈이 없어도 행복할 수 있는 그런 기적같은 사람이 아닌 이상,


월요일이 되면 다시 걸어야 한다.


이 때 머리 속에서 아무리 '나는 소중한 존재다, 나는 행복하다, 걷는 것은 내가 아니다, 어디 좀더 편하게 걸을 수 있는 길이 없을까?' 이런 고민을 해도 지금 당장 발바닥이 아프다. 아파도 너무너무 아프다. 다른 사람들도 다 버티고 있는 것이란 말은 위로가 되지 않는다. 이런 상태로 한 10년 정도 더 걸어야 하는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들면 앞이 까마득하다.


그런데 너무 아프다 보니 정작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는 것이 아닐까. 그것은 바로 '걷는다는 것은 원래 아픈 것일까?'하는 것이다.


현상: 지금 발바닥이 (죽을만큼) 아프다

근거: 걷는 대가로 돈을 받는다

확인: 같이 걷는 사람들도 발바닥이 아프다


소름이 쫙. 현상, 근거, 확인과는 관계 없다. 걷는 것은 원래 아픈 것이 아니다. 살아 있음을 느끼게 하는 인간의 기본에 더 가깝다. 세상에, 걸으면 얼마나 즐거운 풍경이 보이고 걷는 것만으로 마음이 편해지는데! 오죽하면 걸으러 머나먼 산티아고까지 갈까. 마찬가지로 일은 원래 재미없는 것이 아니다.


발바닥이 아프면 일단 멈추는 것은 맞다. 아무리 바빠도 '달리면서 돌멩이 빼기'에 성공한 사람을 아직 보지 못했다. 그러나 '왜 멈추는가?'는 잘 생각을 해야 한다. 위로를 받기 위함이 아니라 왜 아픈지를 생각하고, 돌멩이를 빼내기 위해 멈추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직장인은 일이 재미가 없다고 생각되면, 잠시 멈추고 '직장에서의 돌멩이 제거법'을 고민하는 것이 필요하다.


일은 원래 재미없다는 이야기는 '우리 앞으로도 같이 아파해요'와 다름이 없다. 이런 사람들은 누군가 일에서 재미를 느낄 수록 불안해한다. 그 사람들은 걸을 때마다 여전히 아프기 때문이다. 이런 말들은 지금껏 많이 들어왔으니 이제는 귓등으로 흘려버리고, 다른 사람에 대한 이야기 대신 자신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면 된다.


일은 원래 재미없는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면 돌멩이를 빼낼 수가 없다. 실제로 돌멩이를 빼내기가 어렵기 때문이 아니라, 일은 원래 재미가 없는 것이란 '전제' 때문이다. 문제 해결에 있어 이 차이는 굉장히 크다. 반대로 일은 원래'는' 재미있는 것인데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재미가 없다면 '왜 그럴까?'를 생각할 수 있게 된다.


이것이 직장에서의 '돌멩이 빼내기'이다.


숫자는 그리 많지 않지만, '일은 원래 재밌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직장에서 볼 수 있다. '재미있는 척' 하는 것도 아니고 일을 하는 과정이 365일 즐겁기만 한 것도 아니다(Up & Down 없이 늘 즐겁기만 한 사람은 조심해야 한다. 뱀파이어같은 사람이기 때문이 아니라, 같이 일하기 위해서는 먼저 체력을 키워야 하기 때문이다). 이 사람들에게 있어,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재미가 없다는 것은 문제의 시작이지 결과가 아니다. 일시적으로는 재미없는 일을 할 수도 있고 하고 있는 일이 어느 순간 재미없어질 수도 있다. 그러면 해결하면 된다. 오히려 이 사람들이 더 어려워하는 것은 '왜 돌멩이를 빼내야 하는가?'를 사람들에게 설득하는 것이다.


재미가 있으면 일도 잘하게 된다. 정말이다. 노력하는 사람은 즐기는 사람을 이기지 못한다. 물론 가끔은 '문제가 없음에도' 일에 집중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가령, 회사 밖에서 '더 재미있는' 일을 발견한 경우를 예로 들 수 있겠다. 이럴 때에는 하고 있는 일을 (큰 사고만 없게) 관리모드로 전환하고 잠시 그 일에 푹 빠졌다가 돌아온다. 회사 입장에서는 손해라고 생각할 지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도움이 된다. (일을 잘하는 사람이란 것을 전제로) '푹 빠져 뭔가를 한 경험'은 직장에서 일을 더 효율적으로 하는데 분명히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회사가 A급인재에게 줄 수 있는 굉장히 좋은(그러나 돈이 들지 않는) 보상이기도 하다. 즉, 돌멩이를 빼내는 것에 익숙한 사람들에게 있어,


일은 ‘하고 싶지 않은 영역’에 있는 것이 아니라, 무엇을 '더' 하고 싶은가의 경쟁 안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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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 ehan  http://bit.ly/illust_eh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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