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형석 Mar 06. 2018

일이 왜 자꾸 재미가 없어지지?

#직장을즐겁게 #03

이상하게 들릴 지 모르겠지만, '일은 원래 재미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 하더라도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재미없다'고 느껴지는 상황은 매우 자주 발생한다. 일을 재미없게 만드는 일곱 개의 돌멩이들을 살펴보자.


1. 뻘짓을 하고 있다


뻘짓은 '허튼 짓, 바보같은 짓, 쓸모없는 짓'을 의미한다. 도무지 왜 하는지 모르겠거나, 오히려 해서 더 상황을 악화시키는 일을 의미하며, 강제된 야근을 통해 완성된다. 직장인으로 하여금 일을 재미없게 만드는 가장 큰 요인 중의 하나로, 뻘짓은 단순히 '일이 많은 것'과는 분명히 구분되어야 한다.


뭔가 굉장히 의미있는 일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면 체력과 환경(ex: 아빠를 기다리는 두 딸)이 허락하는 한, 일이 많은 것은 오히려 즐거움에 가깝다. 이건 서점에 갔는데 읽고 싶은 책을 몇 권이나 발견한 것과 같다. 좀 더 적나라하게 표현하자면, 넷플릭스에서 정말 마음에 드는 미드의 첫 번째 에피소드를 봤는데 알고보니 이미 시리즈가 7개나 나왔고 한 시리즈에 스무 편의 에피소드를 포함하고 있다는 것을 발견한 것과 같다.


이것과 정확히 반대되는 상황이 있다. 회사에서 필수로 수강해야 하는 온라인 교육 과정 1편을 막 끝마쳤을 때다(회사를 막론하고, 회사에서 만든 온라인 교육과정이 직장 혹은 삶에 도움이 되는 것을 본 기억은 없다). 사람들이 동영상을 틀어놓고 딴 짓(여기서는 아이러니컬하게도 '업무'를 의미한다)을 하는 것을 막기 위해 중간 중간 클릭도 해야 하고, 쪽지 시험도 보게 세심하게 신경을 쓴 경우는 더 짜증이 난다. 어쩔 수 없이 모니터 앞에 앉아서 좀비처럼 클릭을 하고 있는 자신이 한심하게 느껴지는 순간이다.


직장인 개인 입장에서는 뻘짓을 하지 않기 위해 들여야 하는 노력이 그냥 닥치고 뻘짓을 하는 노력보다 더 큰 경우가 많은데, 해당 그룹 전체의 합을 놓고 보면 뻘짓을 줄이는 것은 조직의 사기와 생산성 증가에 필수적이다. 따라서, 누군가 손을 들고 '이건 뻘짓인 것 같은데요!'를 손을 드는 것이 필요한데,


그 손을 직접 들지 않더라도 최소한 손을 든 사람을 적극적으로 지지해 주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쟤는 또 왜 그래?'라는 삐딱한 시선으로 보는 것 대신에.


2. 자신이 페이스를 조절할 수 없다


아무리 의미있는 업무를 하고 있더라도 잠도 안자고 밥도 안먹고 할 수는 없다. 만약 집에 무슨 일이 생기면 하고 있는 업무에 집중하기도 어렵다. 일을 하다보면 유난히 머리 속이 휙휙 잘 돌아가는 날이 있는가 하면, '나이를 먹은게야'라고 생각될 정도로 생각이 잘 안 떠오르는 날도 있다. 특히, 감기에 심하게 걸렸다면 불굴의 의지로 출근해서 계속 기침을 해대는 것보다는 휴가를 내든 재택근무를 하든 그냥 집에 있는 것이 낫다.


어떤 사람도 일년 내내 같은 속도로 일을 할 수는 없다. 몰입이 필요한 순간인지, 휴식을 취해야 하는 순간인지는 본인이 가장 잘 안다. 자신의 상태에 따라 일할 때와 쉴 때를 선택하면 그만인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같이 뛰는 것'을 유독 강조한다. 정말 물리적으로 컨베이어 벨트에 연결되어 있는 업종이라면 또 모를까, 굳이 그럴 필요가 없는 곳에서도 일단 회사는 나와야 한다. 퇴근 시간까지는 버텨야 하고, 자신의 역할이 딱히 없는데도 야근 분위기에 몰리기도 한다. 상태가 안 좋은 상태에서 업무에 반복적으로 투입되는 것은 심각한 집중력 저하를 낳고 그 다음날에도 영향을 준다. 이걸 1년 내내 진행하면, 전 직원이 좀비가 된다.


등산 혹은 행군을 해 본 사람은 알 것이다. 분명 똑같은 거리를 걷는데, 앞에서 걷는 사람보다 뒤에서 따라오는 사람이 훨씬 더 힘들다. 선두에 있는 사람들은 속도를 자신이 결정할 수 있는 반면, 뒤에 따라오는 사람들은 앞선 사람들의 페이스에 자신을 맞추어야 하기 때문이다. 최악은 방금 막 도착했는데, 한참을 기다린 선두그룹 사람들이 '자, (쉴 만큼 쉬었으니) 이제 갑시다!'하고 외칠 때다. 젠장, 니가 뒤에서 걸어봐.


3. 어디로 가는지 모르겠다


'내가 왜 이 일을 하고 있는지'를 알 지 못할 때 사람들은 일에 '의미'를 부여하기 어렵다. 보다 더 문제가 되는 것은 각자의 자리에서 스스로 판단을 하지 못하고 계속 물어볼 수밖에 없다. 이렇게 진행되는 일이 재미가 있을 리가 없다. 


방향 자체가 자주 바뀌는 것이 문제는 아니다. 지금은 과거에는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세상의 변화 자체가 매우 빠르다. 지난 달과 이번 달의 급변한 상황 속에서는 정기적으로 방향을 점검하고 항로를 조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만약 항로를 바꿀 생각이 처음부터 없다면 방향을 점검할 필요가 왜 있겠는가? 


문제는 방향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왜 방향을 변경했는지?'를 직원들에게 공유하지 않을 때 발생한다. 더 무서운 것은, 애초에 왜 그 방향을 택했는지 그리고 지금 왜 방향을 바꾸었는지 경영진 스스로도 잘 모르는 경우라고 할 수 있다 '미래는 예측할 수 없다'는 말 자체가 틀린 것은 아닌데, 백가지 일을 벌리다가 하나 걸린 것을 키우겠다고 한다면 나머지 99개를 하던 직원들을 같이 챙겨주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 마루타 취급을 받는 직원이 회사에 대한 애정을 갖고 일을 즐겁게 할 수 있을 리가 없지 않은가.   


4. 사사건건 확인하고 계속 수정한다


마이크로 매니징을 당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은 없다. 일을 맡겼으면 기한과 목적을 명확히 하고 그 사람에게 맡기는 것이 낫다. 아니면 그냥 직접 하시던가.


그런데 위와 같이 말하고 끝내기에는 직장의 현실은 사뭇 다르다. 능력치가 뛰어난 팀장이 알아서도 잘 하는 직원을 마이크로 매니징 하는 경우는 없다. 단연코 없다. 알아서 잘 하는데 굳이 뭣하러 시간을 들이겠는가? 따라서, 마이크로 매니징 이슈가 발생하는 것은 현실에서는 크게 두 가지 경우라고 할 수 있다.


1) 능력없는 팀장이 일 잘하는 팀원을 매니징할 때

2) 일잘하는 팀장이 실력이 안되는 팀원을 어떻게든 끌고 가려는 때


전자는 그 팀장을 매니저로 앉힌 리더가 책임져야 하는 이슈이고, 후자는 팀장이 어떻게든 팀원을 끌어가려고 챙기려는 경우에 발생한다. 이것을 나이스하게 하는 팀장이라면 다행인데, 일을 잘 한다는 것과 누군가를 키운다는 것은 굉장히 다른 영역이기 때문에 이것이 반드시 일치하지는 않는다. 


따라서 '사사건건 확인하고 계속 수정하는' 경우가 문제가 되는 경우는 1번에 국한된다.  


2번의 경우, 마이크로 매니징을 하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 고객이 마루타가 된다. 그렇다고 마이크로 매니징을 강화하면 어떻게 될까. 팀장도 지치고 팀원도 회사를 떠나게 된다. 기승전 '채용'으로 귀결되는 이야기인데, 지식이나 경험보다는 '일을 잘 할 수 있는' 성향을 가진 사람을 뽑는 것이 언제나 최선이라고 할 수 있다.


5. 자신의 의견을 낼 수 없다


의견을 낼 수가 없으면 수동적이 된다. 자신이 낸 의견이 꼭 반영되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백명의 직원 의견을 모두 반영하면 회사는 산으로 간다. 천명의 의견을 반영하려는 회사는 생각하고 싶지도 않다(사실, 그렇게 되기 이전에 망했을 것 같다).


목소리를 낸다는 것은 채택 여부와 관계 없이 그 자체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잘못된 관행이나 개선이 필요한 부분에 대해서 입을 꼭 다물어야 하는 회사에서 즐겁게 일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정말로 (사회통념상으로) 심각한 해를 끼치지 않는 이상, 표현의 자유가 보장될 수록 서로의 입장 차이를 이해할 수 있고 더 나은 개선책을 찾아낼 수 있다. 생각과 생각이 맞닿으면서 미처 생각지 못했던 좋은 생각으로 발전되기도 한다.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서 '주도성'을 갖을 수 있는가는 굉장히 중요한 일이다. 회사라는 큰 틀 안에서 내가 하는 일의 의미는 무엇일까, 어떻게 하면 더 효율적으로 업무를 할 수 있을까를 꺼내놓고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한다. '그냥 시키는 대로 하세요'만큼 사고를 멈추게 하는 일이 없다. 생각이 멈추면 흥미도 사라지기 때문이다.    


6. 결정을 못 내린다


결정하지 못하는 리더 밑에서 일을 하는 것은 굉장히 힘들다. 계속 왔다갔다 헛발질을 하는 것도 문제겠지만, 골이 들어가려면 어느 순간에는 슈팅을 해야 한다. 꼭 골이 되지 않아도, 다음 기회를 다시 노리면 된다. 골이 들어가지 않았던 이유와 상대방의 반응을 보면서 해답을 찾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리더가 결정을 못 내린다는 것은 크게 두 가지 상황으로 요약된다.


- 추가 사항을 확인하여 '다음' 회의에서 결정한다.

- 우선순위를 결정하지 못한다(모든 것이 중요하다)


회사에는 용두사미로 진행되는 프로젝트가 굉장히 많다. '기승전'에 너무나 많은 거시적 시장 분석으로 힘을 뺀 나머지, 결과적으로는 1시간 회의했으면 충분한 결론을 내는 것이다. 추가 사항에 대한 분석, 모든 상황에 대한 고려(MECE란 말이 꽤 유명하다)가 필수처럼 받아들여진다. 고민의 시간이 성공의 확률을 높일 수 있다면 좋으련만, '장고 끝에 악수'란 말이 갖는 의미가 더 절절하게 다가오는 경우가 많다.


또한, 이상한 일이지만 리소스가 부족한 회사일수록 모든 방법을 다 해보려는 경향을 보인다. 적은 예산, 적은 인력으로 넓은 범위의 일을 진행하다보니 개별 업무의 완성도도 낮아지고, 같은 사람이 여러 과제에 동시에 투입되는 경우도 많아진다. 관련없는 업무의 멀티 태스킹에 빠지게 되었을 때, 집중도는 현저하게 떨어지고 일은 말 그대로 '일'로서 귀결되어 버린다.   


7. 감정을 섞는다


일과 감정을 구분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굉장히 많다. 그 사람이 한 '말'이 아니라, 그 사람이 '누구'인지에 더 신경을 쓴다. 자신과 친한가, 어떤 말투로 이야기했는가를 더 중요시 하는 것이다.


간단한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보자. 

"중요한 결정에 있어, 누군가 기분 나쁜 말투로 좋은 제안을 했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실제 현실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가와 관계없이, 이렇게 물으면 많은 사람들이 '채택한다'고 답을 한다. 그 때, 질문을 한 번 더 바꾸어서 해보면 된다.


"어떤 제안을 설득하려 할 때, 말투에 신경을 쓰는 것은 얼마나 중요한가?"


이렇게 물으면 거의 99%의 사람들이 말투가(전달하는 방식이) '매우 중요하다'고 답한다. 이 두 가지 대답 사이의 이상한 점을 눈치챌 수 있을 것이다. 만약 정말로 누군가의 말투에 관계 없이 좋은 제안을 채택한다고 한다면, 반대로 제안을 할 때에도 신경을 써야할 것은 말투가 아니라 '얼마나 괜찮은 제안을 할 것인가'에 집중되어야 한다. 그러나, 회사는 일반적으로 이렇게 흘러가지 않는다.


조금 더 확장해 보면 회의실을 나와서까지 이러한 감정을 연장시키는 사람들이 있다. 싫어하는 사람이 하는 일은 다 싫다는 것으로, 이런 분위기가 조성되면 많은 사람들은 이러한 케이스에 자신이 들어가지 않도록 신경을 쓴다. 물론, 상식을 떠나 무례하게 보일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것은 지양해야 겠지만, 감정이 일에 영향을 주기 시작하면 사람들은 '일 자체'보다 '관계'에 더욱 신경을 쓰게 된다. 편이 갈리고, 정치가 시작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다.


직장에서 일을 재미없게 만드는 요소는 이렇듯 도처에 깔려 있다. 


어떻게 보면 일이 재미있다고 느껴지는 순간이 적고, 하고있는 일이 재미가 없다고 여겨지는 때가 많다는 것도 이해가 된다. 그러나 그렇다고 '일은 원래 재미없는 것'이라고 생각해버리면 직장은 월급을 받기 위해 다니는 곳이 되어 버린다. 이러한 생각 보다는,


일을 재미없게 만드는 직장의 돌멩이들을 어떻게 치워버릴까 고민하는 것이 훨씬 더 생산적이다.  



일러스트 ehan  http://bit.ly/illust_ehan  

매거진의 이전글 일은 원래 재미없는 것일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