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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형석 Mar 24. 2018

직장인 in 트레바리

즐겁고 의미있게 일하는 방식에 대하여

트레바리는 같이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는 유료 독서 모임이다. 4개월 단위로 운영되고, 한 달에 한 번 모인다. 모임 전에는 미리 선정된 책을 한 권씩 읽고 짧은 독후감을 써내야 한다. 압구정과 안국에 모임을 위한 트레바리 전용 공간이 있고, '아지트'라고 부른다. 여러 주제의 모임이 있고 일반 모임은 19만원, 클럽장이 있는 경우 29만원의 비용을 낸다. 


책을 읽고, 독후감을 쓰고, 그리고... 비싼데요?


트레바리에 대해 물으면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보이는 반응이다. '그게 사업이 되겠어요?'라고 걱정하는 사람도 있다. 그런데 이제 트레바리의 모임이 시즌당 200개까지 늘어났다고 하면 또 깜짝 놀란다. 페이스북에서도 자주 보이고, 잘 되는 듯 하니 또 이번에는 안티 기사도 나와서 트레바리가 진지한 독서 모임의 본질을 흐리고 있는지, 혹은 왜 그렇게 많은 비용을 받고 있는지에 대해 비판하기도 한다.


그런데, 막상 '200개 x 모임당 회원수 x 금액 x 3시즌(1년 기준)'을 구하고 연간 건물 임대료와 트레바리에 속한 사람수, 그리고 클럽장에게 나가는 금액을 고려하면 (조금만 엑셀을 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전제로)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아, 트레바리는 돈 벌려고 하는 사업은 아니겠구나 하는 것을.


그런데 그건 트레바리 입장이고, 사람들은 왜 적지 않은 비용까지 지불하며 트레바리에 갈까. 원래 책은 그냥 혼자서 읽는 것이 아닌가. 굳이 같이 읽고 싶으면 회사에서 친한 몇몇이 근처 카페나 도서관에서 만나서 읽으면 될 텐데 말이다. 안 그래도 페이스북에 보면 이렇게 뜻이 맞는 사람들이 자체적으로 모임을 개설하고 사람들을 모으는 것도 종종 보인다. 그런데,


모임을 준비하고 공간을 마련하고 사람들의 일정을 챙기는 것은 실제로 해보면 꽤 어렵다.


가뜩이나 회사를 다니는 것도 한계치에 다다르는데 누군가 모임을 조직하는 것도, 필요한 최소한의 비용을 모으고, 사람들의 참석과 취소를 챙기는 것도 모두 힘이 든다. 게다가 원래 친한 사람들이 모이면 책 대신 다른 것을 할 유혹도 커지고, 하나 둘 약속이 있다고 빠지는 사람들이 생기면 모임 자체도 흐지부지되기 일쑤다. 무엇보다, 원래 알던 사람들을 만나 책을 읽고 뭔가를 이야기한다는 것 자체가 조금은 재미가 없기도 하고.


사람들이 압구정이나 안국까지 가서 (모르는 사람들과) 유료 독서 모임을 갖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궁금한 것은 일단 해보는 성격이기 때문에 작년 말에 페메로 트레바리 윤수영 대표에게 연락을 했고, 올해 초 어느 한가한 주말에 아지트에 가서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눴다. 키가 꽤 크고 뭔가 '찰리와 초콜렛 공장'에 나오는 웡카의 느낌을 풍겼던 그는 (왠지모를 이유로) 나를 꽤 반갑게 맞아 주었는데 미팅 말미에 다음 번 시즌 클럽장을 해 줄 수 있는지를 물었다.


클럽장이라... 이것이 또 굉장히 애매한 역할인데, 클럽장이 있는 모임에는 사람들이 10만원을 더 내야 하기 때문에 가입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꽤 부담이 된다. 반대로 클럽장이 받는 금액은 이것 때문에 뭔가를 할 금액으로 보긴 매우 어렵다. 차라리 어떤 영역에서 위치를 차지하는 분들이 사람들을 만나고자 차원에서 진행하는 것이 더 자연스럽다. 자칫, '넌 또 뭔데 (무슨 자격으로) 클럽장이냐!'하는 딴지를 받기에 딱 좋기도 하고.


그런데 사실 어떻게 보면 이런 것은 하나도 중요하지 않다.


나는 책읽는 것을 좋아하고,

브런치나 페북에 글쓰는 것도 좋아하고,

직장에 대해서 다른 사람들과 오프라인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흥미로울 것 같았다.


사람들이 직장에 대해서 위로를 받으러 오지만 않으면 되요, 이렇게 말하고 클럽장을 하기로 했다. 주제는 브런치에 쓰고 있는 주제인 '직장인: 즐겁고 의미있게 일하는 방식'에 대한 것이다.   


네이버, 페이스북, 카카오에서 일하면서 직장인에 대한 생각을 많이 했다. 내가 일하는 모습과 사람들이 일하는 방식을 관찰하고, 인사 전문가나 성공한 기업가의 입장이 아닌 '그냥 어느 직장인'의 관점에서 생각한 부분들에 대해서 글을 쓰고 있는데,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글에 반응을 보여준다.


이제 5월부터 트레바리 클럽이 시작되면 안국 아지트에 모인 분들과 함께 직장에 대한 좀더 많은 관점과, 같이 읽고 이야기해 볼 수 있는 책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 볼 생각이다. 첫 책은 Quiet이고, 그 다음 책들은 첫 모임 후에 바뀔 수도 있지만 Originals와 Essentialism, 그리고 Sprint로 생각하고 있다. '어, 직장인에 대한 책 맞아요?'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직장인에게 중요한 것은 처세나 위로, 혹은 스킬이 아니라,


자신이 누구이고, 어떤 강점을 가지고 있고, 그것을 어떻게 직장 안에서 살려나가는 것이 좋을까에 대한 부분이기 때문이다. 


자신을 이해하는 것이 그 모든 것의 시작일 테니까.


직장인 in 트레바리: http://trevari.co.kr/club_groups/1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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