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을즐겁게 #12
모든 직장에는 월급루팡이 있다. 하는 일 없이 시간을 보내거나, 정말로 적은 일을 정말로 오랜 시간 동안 하는 사람이다. 자리에 없을 때도 많고 회의실에 있는 것도 아니다. 도대체 '저 사람이 어떻게 들어왔을까, 어떻게 저 위치에 있는 것일까'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는 사람이다.
월급루팡은 TO 하나를 갉아먹는다.
그러나 그 뿐이다. 그의 조직장이 아닌 이상, 월급루팡은 그냥 두는 것이 최선이다. 월급루팡이 얼마나 월급루팡처럼 회사를 다니고 있는지를 관찰하는 시간이 더 아깝기 때문이다. 더 피해야 할 사람은 따로 있다. 그것은 바로 '시간도둑'이다.
1. 시간도둑은 누구인가?
시간도둑은 말 그대로 '시간을 뺏어가는' 사람이다.
강도와 다른 점은 웃으며 다가온다는 것이고, 사기꾼과 다른 점은 다른 사람들의 시간을 뺏고 있다는 사실을 정작 본인은 잘 모른다는 점이다. 겉보기에는 다른 사람과 똑같이 생겼고, 말도 한다. '시간을 뺏으려는 의도'를 가지고 접근했다면 이쪽도 쉽게 눈치챌텐데,
의도를 가지지 않은 채로 자연스럽게 접근하니 당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도 미칠 노릇이다.
2. 월급루팡 vs. 시간도둑
월급루팡은 회사 기여도가 0일 수 있다.
그러나 시간도둑은 마이너스의 회사 기여도를 갖는다. 그것은 시간도둑이 주로 일을 잘 하는 사람에게 접근하기 때문이다. 무엇인가를 묻고, 도움을 요청하고, 그 모든 설명을 들은 후에,
- 아무런 결과를 내 놓지 못하거나
- 잘못된 결과를 내 놓아 다시 누군가 그 일을 수습하도록 만든다.
월급루팡은 멀리 하면 되는데, 시간도둑은 찾아온다. 월급루팡은 모든 사람들이 자신에게 관심을 꺼 줬으면 하는데, 시간도둑은 자신도 회사에서 주목받는 뭔가를 하고 싶어한다. 월급루팡은 일을 조금이라도 하면 기여도가 플러스가 되는데, 시간도둑은 하면 할 수록 마이너스가 된다.
월급루팡은 회사에 큰 기대가 없다. 그러나 시간도둑은 존중받고 싶어한다.
3. 시간도둑은 악한 사람이 아니다
말 그대로, 시간도둑은 '악한' 사람이 아니다. 회사에서 일을 하고 존중받고 싶어하나 자신의 노력으로 문제를 해결해나가지 못할 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누군가에게 묻고 도움을 청한다. 들은 내용을 이해하지 못하고, 다시 또 묻고, 잘못 이해한 내용을 적용함으로써 사태를 심화시킨다.
원래 업무를 망칠 생각이 없었고, 본인 스스로 괴로워하고, 나름대로 굉장히 많은 노력을 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회사가 왜 자신을 인정해주지 않을까'의 비운의 주인공 역할에 빠진다.
정말로 악한 사람은 의외로 많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직장인들이 회사에서 힘든 시간을 보낸다. 악한 누군가가 있는 것도 아니고, 그 사람의 행동 때문에 그 사람을 악하다고 말할 수도 없다. 모든 것을 선악의 이슈나 친하고 친하지 않고의 관점에서 바라보기 때문에 이러한 부조화가 발생하는 것이다.
4. 시간도둑을 변화시키는 것은 어렵다
사람은 잘 변하지 않는다는 말을 많이 한다. 그러나 이 말이 시간이 아무리 지나도 그 사람이 처음 그 모습 그대로라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을 것이다. 가령, 경험이 쌓이면 아무리 일을 못하는 사람도 최소한의 업무 역량과 사고 시 대처방안을 익히게 된다. 따라서, '사람이 잘 변하지 않는다'는 말은,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기본 성향 자체가 바뀌지 않는다는 의미에 좀더 가까울 것이다.
직장에서 이러한 성향에 가장 영향을 끼치는 부분들, 다시 말해서 시간을 두고 교육해도 가장 변화시키기 어려운 요소들은 아래와 같다.
- 호기심: 세상이 돌아가는 원리에 관심을 가짐
- 책임감: 일을 마무리짓고자 함
- 자가 동기부여: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의지
- 믿음: 자신이 결국 해낼 수 있다는 생각
- 학습력: 이미 알고 있는 것이 아니라, 부딪히는 과정에서 알게 되는 것을 업데이트하는 것
시간도둑을 변화시키는 것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것은 '정말로 특별한 사람'에 한정된다.
5. 시간도둑을 어떻게 알아보는가?
숙련자라 하더라도 한 눈에 시간도둑을 구별하는 것은 어렵다. 그렇다고, 다가오는 모든 사람을 의심하는 것은 정신건강에 좋지 않다. 그렇게 하다가는 누군가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순간 아무도 도와주지 않을 것이다. 결국, 한 번은 속아줄 필요가 있다. 확실치 않다면 몇 번 더 속아줄 수도 있다.
그러나 계속해서 망설인다면 회사생활은 엉망이 될 것이다.
따라서 속을 때 속더라도, 얼마나 효율적으로 시간도둑을 판별할 수 있는가가 중요하다. 몇 가지 패턴은 아래와 같다.
- 당신에게 뭔가를 물으러 왔는데 자신이 뭘 묻고 있는지를 모른다
- Yes와 No를 불분명하게 답한다
- 그래서 무엇을 할 것인지에 관심이 없다
- 분명히 설득했다고 생각하는데 다음 날 Reset되어 다시 나타난다
- 같은 내용을 반복해서 묻는다
- 회사의 방향이나 그 일을 왜 하는지에 관심이 없다
- 하겠다고 한 일을 하지 않는데, 계속 자신의 입으로 무엇인가를 제안한다
- '존중'받고 싶다는 말을 반복한다
다시 말하지만, 시간도둑은 자신이 누군가의 시간을 뺏고 있다는 사실을 자각하지 못한다. 왜 사람들이 더 이상 친절하게 답해주지 않는지를 이해하지 못할 뿐.
6. 어떻게 자신의 시간을 지켜야 하는가?
스스로에게 다짐을 해야 하는 것이 필요하다.
첫째, 자신의 시간을 소중하게 생각하자. 그 시간동안 정말로 의미있는 일을 할 수 있다.
둘째, 최소한 한 번 이상은 진심으로 답을 하자. 같이 일하고 싶은 한 명을 제대로 찾는 것은 열 명의 시간도둑에 당하는 것 만큼이나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셋째, 시간도둑과는 R&R과 Action Plan을 철저하게 나눈다. '같이' 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
넷째, 시간도둑과의 업무를 줄이고 제대로 일하는 사람과의 일을 늘릴 수 있도록 의식적으로 노력한다. 회사에서 그게 가능한지 물을 수도 있겠다. 그러나, 노력하는 만큼 길게 보았을 때 정말로 큰 차이를 불러 일으킨다.
마지막으로, 그 사람과 얼마나 친한가 하는 것은 시간도둑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경험적으로 보면, 친한데 일을 못하는 사람이 더 많은 시간을 뺏어가기 때문이다.
7. 나 자신도 누군가의 시간도둑은 아닐까?
기억하자. 시간도둑은 자신이 시간도둑이라는 것을 모른다.
다른 사람이 자신의 시간을 뺏는 것에 대해서도 경계해야 하지만, 자신이 다른 사람의 소중한 시간을 뺏고 있지 않은가에 대해서도 스스로를 돌아보는 것이 필요한 것이다.
모두에게 시간은 똑같이 주어져 있다. 그렇게 주어진 시간은 스스로 지켜야 한다.
일러스트 ehan http://bit.ly/illust_eh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