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형석 Apr 16. 2018

'일잘사'는 공유합니다

#직장을즐겁게 #14

일을 잘 하는 사람들은 뭔가 발견하면 동료에게 공유하고 싶어한다. 꽂힌 일에 막 파고들어가서 한참을 고민하다 '유레카!'하며 알게 된 내용을 아무런 대가 없이 공유한다. 


1. 공유를 왜 하냐면 그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어렵사리 얻은 정보를 혼자만 알고 싶어하는 사람 중에 일을 잘하는 사람을 본 적이 없다. 자신만 아는 비법으로 성과를 내려는 것 자체가 뭔가 자신감이 부족한 것이다. 


공유해도 자신이 가장 잘 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인가요?


그런데 사실 이게 또 그렇지도 않다. 뭔가를 발견하는 것과 일단 발견된 것을 활용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영역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애초에 이렇게 복잡하게 생각하지도 않는다. 발견한 것은 공유한다, 이것이 기본이다. '배가 고프면 밥을 먹는다'와 같다. 이미 다른 사람도 알고 있는 것이어서 머쓱할 수도 있고 동료의 시간을 뺏는게 아닐까 걱정할 수도 있지만, 그러면 또 금방 다른 것을 찾아나선다.


당연한 것을 설명하는 것이 가장 어렵다. '일잘사'는 자신이 발견한 것을 그냥 공유한다.


2. 공유하면 화학작용이 일어난다


뭔가 발견해서 동료들에게 공유하면 꽤 높은 확률로 동료들이 거기에 연결할 수 있는 좋은 생각 하나를 해낸다. 보통 혼자만 알고 있었을 때는 생각하기 어려운 것들이다. 그럼 이 둘을 하나로 연결하여 쿵짝쿵짝 하다보면 굉장히 근사한 것들이 생겨난다. 이것을 조직 내 '화학작용'이라고 부른다.


화학작용을 일으키기 위해 공유하는 것이 아니다. 공유하면 화학작용이 일어나는 것이다.


'일잘사'가 많은 조직은 누군가 근사한 발견을 해서 공유하면 달려와서 의논하고, 자신의 업무에 활용될 수 있는 부분을 생각하고, 그렇게 발견한 것들을 다시 공유한다. 우연이든 고생해서 발견한 것이든 간에 '혼자만 알고 누군가 그 비법을 알아챌까 노심초사하는' 조직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3. 업무효율이 비약적으로 증가한다


당연한 결과겠지만 공유와 화학작용이 많이 일어날수록 그 조직에 있는 비효율이 큰 폭으로 감소한다. 그리고 뻘짓이 감소할 수록 어떤 사람이 그동안 미처 신경을 못 쓰고 있었던 영역에서 뭔가 의미있는 것을 발견할 가능성이 극적으로 증가한다. 이것은 크게 두 가지 이유이다.


- 시간이 더 많아졌기 때문이다

- 뻘짓을 하면서 받았던 스트레스가 감소했기 때문이다


발견과 공유는 일종의 '컨테스트'가 되어간다. 주변의 동료가 좋은 생각들을 내는 것을 보면 불안해지는 것이 아니라 자신도 분발하게 된다. 또한, 바로 옆 자리 동료들이 좋은 의견들을 내는 과정을 바라보다 보면 자신이 어떻게 자신의 문제에 접근해야 하는지 힌트를 얻기도 쉽다.


이렇게 되면 그 조직은 제이커브를 그리며 성과를 내게 된다.


4. 자연스럽게 동료를 좋아하고 존중하게 된다


'동료를 존중(Respect)하라'라는 말을 백 번 듣는 것보다, 자신의 동료가 발견한 근사한 아이디어 하나를 접하는 것이 훨씬 낫다. 혹은 그렇게 노력하는 동료의 모습을 보면 저절로 좋아하게 될 수 밖에 없다.


공유하지 않는 조직과 공유하는 조직은 분위기가 엄청나게 다르다.


특별히 심성이 꼬인 사람이 아닌 이상 사람들은 도움을 받으면 기뻐하고, 다음 번에는 자신이 누군가를 도울 수 있는 뭔가를 발견하고 싶어한다. 도움을 주고 받는 것이 반복되면 동료들간에 신뢰가 쌓이고, 같이 근사한 것을 해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커져간다. 


팀은 그렇게 만들어지는 것이다.


5. 공유를 위한 공유는 하지 말자


물론 조직에 일을 잘 하는 사람만 있는 것은 아니다. 다른 동료들이 뭔가 의미있는 것을 공유하기 시작하면 자신도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무엇인가를 공유해야 한다는 압박을 느끼는 사람들이 생겨난다. 어느 순간 공유할 필요가 없는 것들이 돌아다니며 걸려든 사람의 시간을 뺏게 되는 것이다.


중요한 것을 공유하는 사람들은 아무런 대가를 원하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중요하지 않은 것을 공유하는 사람들은 끝끝내 기여도를 인정받고 싶어한다.


그냥 단순하게 생각하는 것이 좋다. 공유한 숫자가 중요한 것도 아니고, 공유하는데 자격이 필요한 것도 아니다. 공유할 만큼의 가치를 가진 것을 찾았다고 생각한다면 공유하면 그 뿐이다. 그렇지 않다면 그냥 좋은 생각이 떠오를 때까지 더 생각을 해도 좋고, 아니면 누군가 공유했을 때 기쁜 얼굴로 맞아주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 Case Study: 구글스프레드시트에서 이미지 넣기 ]


구글 스프레드시트에 이미지를 넣어야 할 때가 있다. 가령 여성 패션몰의 경우 제품번호, 제품명, 가격, 판매량, 판매금액, 이미지, 분류(블라우스, 원피스 등) 등을 넣어서 정리하는 경우다. 제품명만으로는 해당 옷을 정확히 알 수 없기 때문에 이미지를 넣게 된다.


문제는 그냥 이미지를 삽입해서 넣으면 이미지가 스프레드시트 위에 '떠 있게' 된다는 점이다. 따라서 필터를 건다거나(ex: 원피스 선택), 정렬을 하면(ex: 매출 순) 엉망진창이 된다. 그렇다고 시트는 복사해서 매번 별도로 정리하자니 시간도 많이 걸리고, 업무도 재미없어 진다.


동료들이 하는 업무를 살펴보다가 이런 고민이 있는 것을 알게 되었고, 뭔가 방법이 있겠지 하고 구글링해서 찾아보았다. 결과는 단순했다.


- 이미지를 웹에 올린 후 '이미지주소'를 복사한다

- image 함수 안에 그 이미지주소를 넣는다(ex: =image("이미지주소")


끝.


이미지는 더 이상 이미지로 삽입된 것이 아니다. 셀에는 그냥 텍스트인 이미지주소가 있을 뿐이다. 따라서 필터, 정렬 등을 해도 각 셀은 이슈없이 해당 이미지를 불러오게 된다. 


세상 일이 다 그렇듯 알면 엄청나게 단순하다. 이 방법을 동료들에게 공유하자 거의 쇼크 상태가 일어났다. 물론 앞으로 업무시간이 줄어서 기쁘기도 하겠지만, 그동안 여기에 쏟았던 엄청나게 많고 짜증나던 기억들이 한꺼번에 몰려왔기 때문이다.


그리고 화학작용이 일어났다.


쇼핑몰에 올라간 이미지주소의 패턴을 통일할 경우, 일일히 이미지주소를 찾지 않아도 제품번호 만으로 이미지를 불러올 수 있겠다는 생각을 누가 한 것이다. 만약 이미지 업로드 url을,


'www.사이트명.com/upload/image/제품번호' 이와 같은 형태로 통일한다면 일일히 제품 이미지주소를 복사하는 대신 스프레드시트에서 제품번호만 넣어도 이미지를 불러오게 세팅할 수 있다.


제품에 따른 이미지주소를 일일히 찾을 필요가 없게 된 것이다.


여기까지 진행되자 나머지 화학작용은 알아서 진행되었다. 기존에 있었던 여러 스프레드시트에서 어디에서나 이 팁을 이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매출별로 정리된 시트, 판매수량별로 정리된 시트, 전략상품 시트 등의 기존 시트에서 열 하나만 추가하고 한 줄 함수를 넣으면 이미지를 쉽고 편하게 넣을 수 있게 되었다. 


결국 같은 시간 내에 훨씬 더 많고, 의미있는 성과를 낼 수 있게 되었다. 어떤 사람들은 그렇게 절약된 시간에 어차피 다른 일을 하게 되었으니 나아진게 없다고 생각도 했지만 이런 사람들은 어느 회사에나 있는 법이다. 더 중요한 업무에 시간을 쏟을 수 있게 된 것 자체를 좋아하는 동료도 당연히 있었고, 기존에 하고 있던 다른 노가다성 업무도 혹시 효율적으로 해결가능한 것이 아니었을까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공유하고, 공유받고. 화학작용까지 일어나면 조직은 활력을 띄게 된다.   

일러스트 ehan  http://bit.ly/illust_ehan

매거진의 이전글 질문엔 답을 한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