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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형석 Dec 08. 2017

스스로 판단하세요

#직딩에세이 #03

페이스북에는 출퇴근 시간이 없다. 몇 시까지 출근해야 한다는 규정도 없고, 몇 시 이후에 퇴근할 수 있다는 규정도 없다. 언제 출근하든 하루에 최소 8시간을 채워야 한다는 규정 역시 없다.


정말요? 실제로 그렇게 해도 되요?


자율출근제를 도입하는 회사가 속속 생겨나고 있는 상황이지만 아직 언감생심이기도 하고, 비슷한 규정이 있다고 해도 눈치가 보여 실제로 적용할 수 없는 곳이 많기 때문에 이런 질문이 나오는 것 같다. 자율출근제 자체가 야근수당을 안주고 하루종일 부려먹기 위한 목적으로 악용되는 경우도 많고.


사실, 출근하지 않고 집에서 일해도 되요.


이렇게 말하면 확실히 믿는다. 좋겠어요, 부러움과 시샘이 교차하는 순간이다. 듣는 사람이 어떻게 받아들이는지는 모르겠지만, 페이스북에 다니면서 이런 이야기를 할 때는 보통 두 가지 목적이 있었다. 첫째, 누군가를 리크루팅하고 싶을 때. 둘째, 자율출퇴근에 대한 사회적인 공감대를 마련하고 싶을 때.


많은 회사들이 출퇴근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한다. 물론, 컨베이어 벨트로 연결되어 모두가 같은 시간에 같은 자리에서 근무하는 것이 효율적인 회사도 있다. 그러나, 굳이 그렇게 할 필요가 없는 회사까지 지나칠만큼 관습적으로 출퇴근 자체에 목을 매는 경우가 많다. 9시 출근을 정말로 중요하게 생각한다면, 6시 퇴근을 목숨처럼 지켰으면 좋겠는데 아주 예외적인(그리고 내가 굉장히 좋아하는!) 경우를 제외하면 이게 또 그렇지 않다.


새벽까지 회식을 하고도 9시 전에 오는 것을 직장인의 기본으로 생각하는 회사도 있었고, 일 하지 않아도 좋으니 한 달에 몇 번 이상은 야근을 했으면 좋겠다는 요청을 한 회사도 있었다. 특별히 할 일이 없는데도 주말에 출근을 시키는 경우도 있었고, 12월31일 자정에 '새해를 같이 맞이하자'며 강제소집한 경우도 있었다. 특근수당을 주는 경우도 있었지만 대부분 그렇지 않았고, 그나마 택시비라도 주면 다행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회사들의 가장 큰 공통점은 아래 두 가지였다.


1) 실제로 출근해서 무엇을 하는지에 관심이 없다.

2) 출근 그 자체를 회사에 대한 애사심의 척도로 생각한다(최악은 야근비율을 충원 기준으로 삼는 경우다).


페이스북엔 WFH(Work From Home)이란 제도가 있는데, 이게 위에서 말한 '출근하지 않고 집에서 일하는' 행위를 지칭한다. WFH하겠다고 시스템에 등록하는 것도 없고(페이스북에서는 이렇게 직원들을 '관리'하기 위한 시스템을 거의 만들지 않는다), 횟수 제한도 없고, 사전 승인도 필요하지 않다. 매니저에게 통보(라고 표현하지만, 사실 '공유'의 의미다)하면 그것으로 끝이다. 


어떻게 보면 굉장히 허술한 제도다. 악용될 여지가 아주 충분하다. 그리고 실제로 WFH과 개인휴가를 아주 애매하게 사용하는 것처럼 보이는 직원들도 있다. WFH 이야기를 하면, '에이, 페이스북에 계신 분들이니까 그런 제도를 유지할 수 있겠죠'라고 하는 의견이 있는데, 사실 나는 이 말에 그다지 동의하지 않는다. 차라리, '우리 회사의 비즈니스는 같은 시간에 같은 공간에서 같이 일할 때 가장 시너지가 나거든요'라는 답이 훨씬 좋다고 생각한다. WFH 자체가 모든 회사에 가장 효율적인 방법은 아닐 테니까.


그런데, 자율출퇴근이나 WFH 자체에서 벗어나 페이스북은 왜 이런 (허술한) 제도를 운영하는 걸까 하는 부분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직원들을 믿으니까?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렸다.


많은 사람들이 '완벽한 가이드'에 목말라한다. 자신이 어떤 행동을 해도 되는지, 어디까지 해도 되는지, 얼마를 써도 되는지를 궁금해한다. 정말로 궁금하기도 때문이고, 뜬금없이 '일벌백계' 케이스에 적용되고 싶어 하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문제는 모든 상황에 적용 가능한 완벽한 가이드를 만드는 것 자체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고, 설령 가능하다고 하더라도 이를 유지하고 보수하는데 엄청나게 많은 리소스가 든다는 점이다.


택시비에 대한 예를 들어보자. 아침에 회사에 출근할 때 택시비를 청구해도 되는가? 대부분의 사람들은 No라고 할 것이다. 그러면 회사로 출근하지 않고 바로 거래처를 만나러 가는 경우는 어떠한가? 이건 Yes이다. 따라서, '업무에 관련되서 직출한 경우에는 택시비를 청구할 수 있다'는 가이드가 필요하다. 그런데, 다음날 중요한 PT가 있어서 새벽까지 회사에서 일하다가 택시를 타고 집에 갔다가 샤워만 하고 다시 회사로 택시를 타고 왔다고 치자. 새벽 퇴근 시에 사용한 택시비는 청구 가능하고, 회사로 돌아온 택시비는 청구할 수 없는가? 이런 경우를 해결하려면 '매니저의 승인을 받은 경우 택시비를 청구할 수 있다' 식의 가이드가 또 추가되어야 한다. 회식이 끝나고 밤늦게 퇴근하는 길의 택시비는 어떠한가? 강남역에서 택시가 안 잡혀 모범택시를 불렀다면 또 어떻게 할 것인가? 공항에 갈 때 택시를 타도 되는가? 잦은 야근으로 아침에 일어나보니 몸이 피곤한데, 회의가 있어 WFH을 할 수 없을 때는 어떻게 할 것인가? 매번 매니저에게 물어볼 것인가? 보통 사람마다 판단이 다 틀린데, 매니저가 바뀌면 위 질문들을 처음부터 다시 할 것인가?


여기에 두 가지 해결 방법이 있다.


첫째, 위 사항을 모두 포괄할 수 있는 가이드를 만들고 예외사항이 생기면 이를 추가한다.

둘째, 택시비를 청구할 것인지 직원의 판단에 맡긴다.


페이스북은 후자를 선택하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직원들을 100% 믿기 때문이라기 보다는 '택시비를 관리하는데 들어가는 리소스'가 '과다 청구될 수 있는 택시비 총액'보다 더 손실이 크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택시비를 한 번 이렇게 가이드를 만들기 시작하면 식사, 커피, 회식, 접대, 출퇴근, 휴가, WFH 등의 규정 또한 정비하지 않을 수 없다. 이것은 마크 생각에는 재앙에 가깝다. 그는 세상을 연결하는데 시간을 쓰고 싶지, 세세한 가이드를 리뷰할 생각은 꿈에도 없다. 본인이 하기 싫다고 누군가에게 위임하는 그런 사람은 또 아니다. 이럴 바에는 차라리 '어떤 사람을 채용할 것인가'에 시간을 더 사용하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회사에 출근하지 않고 집에서 일하는 것과 회사에 출근했는데 카페테리아에서 노닥노닥하는 것 중 무엇이 더 안좋은가? 이 질문 자체를 페이스북에서는 하지 않는다. 대신,


- 페이스북이라는 회사를 통해 무엇을 하고 싶은지에 대해 직원들과 지속적으로 대화를 한다.

- 궁금한 것은 마음껏 물어보게 한다.

- 직원들이 가장 중요한 업무에 집중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든다.

- 분기가 끝나면 어떤 Impact을 냈는지 물어본다.


사실상 페이스북에는 단 하나의, 정말로 중요한 가이드가 있다. 


스스로에게 떳떳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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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yungsuk Kim의 브런치입니다. 직장에세이를 중심으로 발행되며, [Tips]는 일종의 부록으로 페이스북을 비롯한 광고마케팅에 대한 내용을 다루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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