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대학원 입학시험 문제에 대한 간단한 답변
자기를 파괴한다는 것은 무엇인가? 신체와 정신에 위해를 가하는 것을 의미한다면 안중근 의사의 독립 투쟁은 자신의 목숨을 바친 자기 파괴인 것인가. 마약, 자살은 일반적으로 자기 파괴로 여겨진다. 이들과 안중근 의사의 독립 투쟁을 같다고 할 수 있을까? 이들로 말미암아 자기 파괴의 특성을 추론해보면 자기를 파괴하는 행위는 어떠한 목적을 갖는다. 마약과 자살은 괴로운 현재에서 벗어나기 위해, 독립 투쟁은 말 그대로 국가의 독립을 위함이라는 목적이 있었다. 심지어 충동적으로 행한 자기 파괴조차 순간의 충동을 해소하고 카타르시스를 얻기 위함이라는 목적이 존재한다.
반면 의도하지 않은 자기 파괴도 물론 존재한다. 실수로 먹어선 안되는 약을 먹거나 성격이 고약한 친구를 사귀거나 하는 것들이다. 하지만 의도하지 않는 일에 대해 권리를 논할 수 없다. 의도되지 않는다면 이는 자유의지(혹은 자의로 느껴지는 것)로 인해 벌어진 일이 아니기에 권리를 행사하는 주체인 본인의 소관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자기를 파괴할 권리라는 것은 앞서 말했던 것처럼 자신의 목적을 위해 의도를 갖고 파괴해도 되느냐에 대한 문제이다.
두 가지의 입장 모두 설득력이 있다. 일반적으로 자신을 파괴할 권리가 없다는 것은 개인 외에 사회를 고려한 판단이며 권리를 부여하는 주체는 사회 구성원의 합의체이다. 사회 구성원의 합의체는 마약이나 자살과 같은 자신을 파괴하는 행위가 사회 구성원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침을 고려하는데 이와 같은 사례는 실제로 세상에 만연하며 관련 위험을 경고하는 여러 연구와 보고가 존재한다.
이러한 입장에는 사회에 의해 개인의 자유가 억압된다는 비판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인간은 필연적으로 사회를 이루어 살아가며 그렇지 않더라도 사회와 어떻게든 연결되어있기에 권리가 용인되어 발생하는 사회 시스템의 붕괴는 어떻게든 개인에게 돌아온다. 어떠한 이유로든 발생하는 사회 시스템의 붕괴는 개인이 의도하지 않은 위해를 가할 수 있어 이 경우, 개인의 자유를 억압하는 것이 오히려 개인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한 조치가 된다. 설령 한 당사자가 사회에서 단절되어 있거나 그것이 목적이라고 해도 인간은 전부 다양하고 모두 다른 자아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권리의 용인은 사회에 어떻게든 혼란을 가져온다. 따라서 사회적 합의체가 판단했을 때 인간의 자유를 옹호하는 최선을 방법은 자기 자신의 파괴를 허용하지 않는 것이다.
자신을 파괴할 권리가 있다면 이는 개인의 자유의지를 전적으로 존중하며 그 의지가 사회의 어떠한 판단보다 우위에 있음을 의미한다. 이때 권리를 판단하고 부여하는 주체는 사회를 넘어 인간 존엄의 자연법칙, 절대신 등이 된다. 자기 파괴적인 개인은 사회 진보와 관련되어 어떤 것도 의도하지 않는다. 설령 그렇지 않더라도 그들을 위해 그러한 이들의 권리를 뺏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엔 당시 그가 온전한 자아가 아닐 수 있다는 우려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파괴의 자유를 보장해야 하는 이유는 우리는 사회 구성원이기 이전에 인간이며 인간은 절대로 완벽한 판단을 할 수 없기 때문에 본인을 포함한 누구도 선택의 옳고 그름을 따질 수 없기 때문이다. 또한 만약 그가 온전한 자아가 아닐 수 있다는 이유로 권리 박탈을 논하기엔 온전한 자아가 아닌 그는 자신의 권리도 망각할 것이기에 이를 논하는 것은 의미를 잃을 것이다. 현재 법이 마약할 권리를 빼앗고 있음에도 마약 범죄가 속출하는 상황이 이와 관련된 예가 된다.
권리를 허용했을 때 우리는 드디어 인간 존엄성을 인정하게 된다. 인간이 자신이 죽는다는 것을 인지했을 때 삶이 가치 있어지는 것처럼 인간이 자신을 파괴할 수 있을 때 자신을 보존하는 것에도 의미가 생긴다. 따라서 자신을 파괴할 권리는 인정되어야 한다고 주장할 수 있다.
이와 같이 두 입장은 사회가 개인을 만드냐 개인이 사회를 만드냐와 관련된 문제로 일축된다. 두 입장 중 하나를 선택하기 위해서는 사회 지도자의 입장과 인간을 만든 신 혹은 자연의 입장을 생각해 보아야한다. 입장은 생각하는 사람의 현재 위치에 따라 서로 다를 것이다. 생각하는 사람이 사회에서 큰 역할을 담당하고 거기서 보람을 느끼고 있다면 사회 지도자의 입장에서 사회를 보존하기 위한 선택을 할 것이고 고립된 사람이라면 신과 자연의 입장에서 자신의 존엄성을 지키기 위한 선택을 할 것이다. 하지만 인간의 대부분은 때때로 사회속에서 삶을 살아가며 때때로는 혼자 고립되기도 한다. 그렇다면 사실 모든 문제의 답은 중도에 있다. 어느 한 곳에 치우치지 않고 모두를 자신의 입장에서 최선의 판단을 하는 것이야말로 필연적으로 변화하는 인간이 할 수 있는 최고의 선택이다. 따라서 본인은 두 주장의 중도인 자기 자신을 파괴할 권리를 제한하는 데에 동의한다. 인간은 자신을 파괴할 권리를 가지나 이는 때때로 제한 될 수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