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함과 아름다움의 무도회
한 번도 틀리지 않은 걸 맞다고 생각한 적이 없다. 어떤 문제도 어떤 사람도 그랬다. 바람이 들려주는 공기의 마찰음에서 음악이 들릴 때, 그 모순에 대해서 한 번 더 생각한다. 스쳐간 모든 시간은 조각이다. 조각이 맞춰져 인생이란 작품을 이룬다. 작품은 모순이다. 모순이야말로 작품이 된다. 세밀화 보다 피카소의 그림에서 예술성을 느끼는 것처럼, 때로는 안경을 벗고 맨눈으로 본 세상이 아름다워 보이는 것처럼. 아름다움은 모순적이어서 어긋나있다.
세상은 아름다움을 품고 있기에 모순적이다. 때문에 이 세상에 사는 모든 인간은 우울하다. 어떠한 사람도 정답을 말할 수 없고 행복하다 방심할 수 없다. 행복한 이는 삶을 정리한 이 뿐. 질서를 갖춘 이 뿐이다. 우울한 인간은 삶에 대한 간절함이 있다. 매 순간 자아와 세상은 충돌한다. 충격은 인간을 흔든다. 삶이 힘든 이유는 항상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리라. 흔들리는 꽃은 시인에게 영감을 준다. 이와 같이, 흔들리는 인간은 신에게 영감을 준다. 영감은 아름다움을 가져다주고 작품을 완성 시키는 열쇠가 된다.
하여 우울한 인간은 아름답다. 우울함은 사람을 춤추게 한다. 우는 이의 눈살은 요동치고 많아진 생각에 머리를 잡고 뒤흔든다. 비명은 노래 가락이 되고 그의 절실함은 안무가 된다. 무도회다. 세상의 모습은 무도회와 같다. 수많은 우울한 사람들이 합을 맞춰 각자의 춤을 춘다. 절벽에서 몸부림친다. 손에는 힘이 풀리고 온몸엔 전율이 흐른다. 떨어진다. 화려하게 추락한다. 추락하는 이는 아름답다. 수많은 청중 사이에서 격렬한 최후의 춤을 춘다. 바람을 가른다. 하강하는 몸과 상승하는 공기가 맞대어 최후의 마찰음을 일으킨다. 빛이 보인다. 연주가 끝나가고 몸이 바닥에 짓눌려 마지막 음이 연주된다. 모순은 죽음이란 합리성으로 종결된다. 인간의 아름다움은 꺼진 향초처럼 여운만 남긴 채 흩어진다. 거기서 끝이다. 죽은 자는 아름답지 않다. 무대를 마친 이는 잊혀질 뿐인 것이다. 그의 여운은 다른 이들의 향수 냄새에 묻혀 추억과 함께 사라진다.
그러니 세상 모든 우울한 이들이여. 끝까지 살아라. 가장 멋진 낙하를 할 수 있게. 절벽을 잡고 울부짖어라. 흐르는 눈물이 강을 이룰 때까지. 마지막 순간까지 연주해라. 흔들려라. 절망해라. 죽음은 아름답지 않으니. 달려가 부딪히자. 틀리지 않은 것은 없다. 더 큰 꿈을 꾸어라. 일어나 뛰어라. 우울함에 기대지 않고 혼자 춤을 출 수 있게.
-더 아름다운 낙하를 위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