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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그리는 부모의 얼굴

by 엄마의 서랍

남편과 “어떤 부모가 되고 싶은가?”에 대해 대화를 나눈 적이 있다. 우리는 각자 본인의 경험을 바탕으로 서로 다른 부모상을 그리고 있었다.


남편은 조언을 구할 수 있는 어른이 곁에 없었던 경험으로 “친구 같은 부모보다는, 아이가 인생의 중요한 순간에 조언을 구할 수 있는 부모가 되고 싶다”라고 말했다. 또, “아이가 보고 배울 수 있는 가치 있는 삶을 사는 어른”이 되고 싶다고 했다.


나 역시 부모의 모습에 대해 오랜 시간 고민해 왔다. 내가 되고 싶은 부모는 다음과 같은 모습이다.

“시련에 무너져도 언제든 기대어 쉴 수 있는 언덕 같은 부모.”

“아이를 나의 소유가 아닌, 하나의 독립된 존재로 인정해 주는 부모.”

“나이가 들어도 자녀에게 정서적, 경제적으로 의존하지 않는 부모.”


나는 취업이 빨랐고, 스무 살 초반부터 독립한 흔히 말하는 'K-장녀'였다. 힘든 일이 있어도 부모에게 기대는 것을 어려워했다. 하지만 ‘부모에게는 잘해야 한다’는 의무감은 늘 지고 살았다. 그것이 당연한 도리인 줄 알았는데, 시간이 흐르고 주변을 돌아보니 모든 자식과 부모가 그런 관계는 아니었다. 그 깨달음이 내가 원하는 부모상의 시작이 되었다.


누구나에게나 힘들 때 기댈 수 있는 ‘안전 기지’가 필요하다. 그 기지가 있는 사람은 어려움을 더 잘 이겨내고, 선택의 순간에서도 더 나은 결정을 내린다. '안전 기지'는 가족, 부모, 친구, 배우자 등 다양한 형태로 존재한다. 우리 아이에게는 ‘부모’가 그 역할을 해줄 수 있기를 바란다.


최근, 내가 그리는 부모상에 가까운 한 사람을 발견했다. 샤이니 키의 어머니, 김선희 님이다.

“36년 동안 간호사로 근무하며 일에 대한 열정과 성실함을 몸소 보여준 어머니.”

“3교대 근무 속에서도 꾸준히 육아일기를 쓰고, 시간을 내어 함께하려 한 노력.”

“성공한 아들의 사회적 위치나 수입과 별개로 여전히 크리스마스에 용돈을 챙겨주는 모습."

즉, 자녀에게 본보기가 되는 삶을 살며, 늘 ‘주는 사람’으로 남아 있는 부모.


키는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제 명예나 자산을 싹 다 잃어도, 엄마 아빠는 변하지 않을 거라는 믿음이 있다.”

모든 걸 잃고 돌아가도 따뜻하게 안아줄 가족이라는 ‘안전기지’. 그 존재는 삶의 고비마다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힘이 되어준다. 그런 의미에서 키의 인터뷰 속 김선희 님의 삶은 내가 아이에게 기억되고 싶은 부모의 모습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하루 24시간이 부족한 워킹맘의 제한된 여건 속에서도 아이 곁을 지키며 매일을 성실하게 살아낸 그녀의 이야기가 바로 내가 가고 싶은 길이다.


우리 부부가 그리는 부모의 얼굴은 대단하거나 거창한 모습이 아니다. 그저 하루하루 진심을 담아 아이 곁을 지키고, 매 순간 사랑을 선택하는 사람. 삶이 흔들릴 때 조용히 기댈 수 있는 언덕이자, 다시 나아갈 수 있도록 다독여주는 바람 같은 사람. 그리고 나 자신의 삶 또한 성실히 살아내어 아이에게 본보기가 되는 사람. 나는 오늘도 그 얼굴에 닿기 위해 천천히 걸어간다. 조급해하지 않고, 멈추지 않으며. 아이에게 내 삶이 곧 ‘믿음’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가족 사진.jpg 한 때 유행했던 일본 애니풍 사족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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