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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추현호 Mar 03. 2016

낮아지는 독서율, 이대로 괜찮을까?

책 속에 길이 있다는 옛말 

사람들이 책을 안 읽는다. 이것이 사회적 문제인가?


 이 논의의 핵심에 존재하는 “시민들이 책을 읽지 않음으로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이 무엇인지를 사회적 관점에서  재조명해 볼 필요성이 있다. 시민들이 책을 읽지 않아서 발생하는 문제가 없다면 떨어지는 독서율 또한 사회적 문제가 될 수 없다. 책을 하나의 상품으로 본다면 이러한 책이 다른 재화와의 경쟁에서 밀려난 자유 경쟁에 의해 도태된 ‘책’이라는 상품의 시대적 흐름이라고 생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다양한 생각들을 가진 작가들과 그  수만큼이나 다양한 작품들이 시장으로 공급되어야 하는 정당성과 시민들이 다양한 책을 접할 수 있도록 유통망이  재정비되어야 함을 이야기하는 명분이 사라진다. 하지만  책을 읽지 않아서 어떤 문제가 단도직입적으로 생겼다고 정의하고 분류하기에는 독서율이 떨어지고 있는 사회의 한 현상이 드러나는데 영향을 미치는 요소가 너무 복합적이다. 하지만 그 주된 원인을 출판 환경 외부적 측면에서 분석해본다면 다양한 경쟁 미디어의 등장으로 독자들의 관심과 시선이 옮겨간 것과 출판 환경 내부적으로 본다면 도서시장이 가진 불공정성과 신진작가 육성의 한계, 지역 동네서점의 계속되는 폐업 등으로 양질의 도서가 공급되는 한계점이 지속적으로 발생한다는 점으로 분석해볼 수 있다.




현세대의 사람들은 다양한 미디어의 폭발과 정보의 과잉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우리는 무분별하게 흩어져 있는 Data속에서 유의미한 information을 만든다. 그리고 이 information이 Action을 위해서 정제되고  가다듬어질 때 우리는 Knowledge라는 이름으로 정보를 다시 분류한다. 다양한 지식 전문가들은 Knowledge의 가장 상위 개념으로 Insight를 과거와 현재를 돌아보고 바라보며 미래를 내다볼 수 있는 지식의 최정점으로 생각하고 있다. 역사의 유구한 흐름 속에서 책(Book)은 종이 위에 흩뿌려진 인쇄된 잉크의 종이 뭉치가 아닌 사회의 문화와 역사를 보존하고 후대에 전하는 기록 매체로서 중요한 역할을 맡아왔다. 때로는 지식의 전달로 그리고 때로는 낭만과 릴랙스의 역할을 수행하여 사회의 긴장과 이완을 이끌어가는 주된 문화적 코어였다. 



21세기에 들어서면 다양한 첨단 기술의 발전과 함께 등장한 TV, 라디오, 컴퓨터, 네트워킹, 모바일 환경 등으로 경쟁 미디어가 증가했다. 이런 상황에서 도서활동이라는 자체에 대한 독자들의 관심이 멀어지게 되었다. 이는 급변하는 현 사회에서 도서가 고객들의 선택을 받을 만큼 매력적인 요소로  받아들여지지 못했기 때문이다. 물론 경제적인 곤궁, 궁핍이나 지역적 어려움으로 인해서 도서에 대한 접근성이 부족하여 책을 읽지 못하는 독자층도 존재하며 이러한 취약계층과 도서 사각지대에 책을 공급하는 일은 중요한 일이다. 하지만 전 국민적인 접근으로 독서율이 떨어지는 주된 이유가 도서에 대한 접근성이 부족해서라고 단정 짓기에는 무리가 다소 따른다. 




이는 가계소득의 소비에 대한 통계를 살펴보면 한국 내 가구당  월평균 오락문화비용은 2004년의 98,218원에서 2014년 146,814원으로 크게 상승하였기 때문이다. 이 중 도서 구매에 대해서 쓰인 소비금액은 2004년 21,325원에서 2014년 18,154원으로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면 크게 줄었으며 가계 오락문화소비금액 중의 차지하는 비중 또한 2004년의 21.7%에서 약 10% 이상 감소한 2014년에는 12.4%를 차지한다. 이러한 독서의 실태는 국민 독서실태의 조사에서 여실히 드러나는데 한국 민들의 독서율이 9년 내 최저율을 기록하고 있다는 통계자료는 실질적으로 독자들이 점점 책에서 멀어지고 있음을 나타내고 있다.  



조금 더 자세히 문제의 연결고리를 살펴보자면 다양한 경쟁 미디어(멀티미디어, 스마트기기, 컴퓨터 IT제품, 오락기기 등)들의 등장으로 책 읽기 시간이 절대적으로 감소한 것이 주된 이유로 손꼽힌다. 책 읽기 시간의 감소는 자연히 가구 소비 중의 독서에 투자되는 비용 지출의 감소로 이어졌고 이러한 소비의 위축은 출판 시장이 축소됨을 의미한다. 출판시장의 파이 자체가 작아지는 와중에 도서 유통상의  불공정 거래(도서 사재기,  베스트셀러 위주의 마케팅)와 신진작가의 출판 데뷔가 힘들어짐으로 인해서 양질의 콘텐츠가 출판시장에 공급되는 것이 제한되고 국민들의 도서 선택권이 제한받고 독자들이 다양한 책에 노출될 수 있는 기회 자체가 사라지고 있다. 이는 결국 다시 도서라는 지적 매개체(intellectual medium)에 대한 흥미를 잃게 되는 문제로 이어지고 이런 총체적인 문제와 현상이 뒤 얽힌 결과로 출판계 전반에 대한 독자들의 외면이 시작되었다. 




낮아지는 독서율은 사회 문제와 직결이 된다. 이를 2가지 측면에서 바라보면서 접근해보고자 한다.  첫 번째는 낮은 독서율 그 자체가 가져오는 국민들의 낮은 문해력이다. 한 일간지의 90년대의 기사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국민들이 선진국 국민들의 실질 문맹률을 비교하는 22개 OECD 가입국 중에서 국민들의 문서해독능력이 최하위라고 한다. 이후 2013년 OECD가 발표한 업데이트된 자료를 보면 최하위를 구성하는 성분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약 16-65세 정도는 평균 수준이고 65 이후부터는 최하위에서 4번째 순위에 랭크되어있다. 그 사이 다양한 문화적 콘텐츠가 공급되고 도서시장이 활성화되어 문해력이 높아지는데 일조했다고 생각이 된다. 하지만 다시 도서시장이 축소되고 독자들이 책의 곁을 떠나고 있다. 그렇다면 다시 문해력이 떨어질 가능성이 있을까? 나는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 


문해력이 낮아지는 것은 이는 변화하는 사회에서 새로운 기술과 정보를 습득하거나 배움이 불가능할 정도로 매우 저급한 수준인데 아주 심각한 사회문제가 아닐 수 없다. 낮은 문해력은 커뮤니케이션 능력의 저하를 가져오며 이는 모든 활동이 네트워킹으로 고도화되고 있는 지식기반의 사회에서는 중요한 사회적 문제가 된다. 뿐만 아니라 낮아지는 독서율로 인한 또 다른 문제는 사회의 근원적인 철학적 기반이 약해지는 현상과 직결된다. 서로에 대한 공감과 이해 그리고 존중은 인문학적 소양이 겸비되어 문화적 자본이 충만한 선진 사회가 보이는 주요한 특징이다. 얼마 전 동시 다발적으로 발생한 프랑스의 테러 현장과  이후에서 보여준 프랑스 국민들의 의연하고도 차분한 모습은 전 세계 기자들의 호평을 받았고 프랑스인들이 보여준 높은 시민의식에 대한 기원이 그들의 교육과 문화에 깊이 스며든 독서에 기반한 철학의 힘이라고 말하는 이들이 많다. 이러한 사유와 고민의 힘은 높은 독서율을 가진 사회가 가진 강점이다. 여론조사기관이 보여준 프랑스인의 독서율은  연평균 11권, 하루 1시간 20분, 그리고 그들이 휴가를 떠나 읽는 책의 평균 권수는 3권이라고 한다. 한국의 연평균 9권 독서시간 약 20여 분과 큰 차이를 보인다. 





낮은 독서율에 의한 문제점을 파악하는 다른 하나의 방법은 책을 읽었을 때 (높은 독서율로 인해) 창출되는 긍정적인 영향을 사회가 누리지 못하게 되는 기회비용적인 측면에서 접근해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높은 독서율은 사람들이 책을 많이 읽는 것을 의미하고 낮은 독서율은 사람들이 책을 적게 읽는 것을 의미한다. 책을 많이 읽어 생기는 이로움은 책을 적게 읽었을 경우 생기는 문제점과 반대 방향(Negatively Correlated)으로 깊이 연결되어있다. 그렇다면 낮은 독서율이 가지고 있는 문제점의 반대편에 있는 높은 독서율이 사회에 제공할 수 있는 역할은 무엇일까? 왜 시민들의 삶에서 책이 늘 함께여야 한다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주된 이유는 무엇인가?


1) 학생들의 높은 독서율의 중요성

   - 일본의 전역에서 열풍을 일으킨 아침 독서 10분 운동이 보여준 책 읽기의 힘. 

 

하야시 히로시는 그의 저서 아침 독서 10분이 기적을 만든다에서 매일 아침 등교시에 초등학교에서 이뤄진 아침 독서 10분이 어떤 변화를 만들어주었는지 보여준다. 하야시 히로시와 그의 동료 교사인 오쓰카 미에코 교사와 함께 시작한 이 운동은 시작된지 17년 만에 초등학교 12,071개교, 중학교 5301개교, 고등학교 1201개교로 일본 학교의 약 50%에 달하는 18,573개교 학교들이 이 운동에 참여하게 되었다. 운동은 아주 간단하게 이뤄진다. 학생과 교사가 학교에 등교하면 일과를 시작하기 전에 단 10분 동안 독서를 하는 것이다. 책을 정하는 것은 아니고 자신이 읽고 싶은 책을 선정해서 읽는 것이 전부다. 하루, 단 10분이 만들어낸 변화는 기적에 가까웠다. 학생들의 기초학습능력이 신장되었음은 물론이거니와 10분 독서를 시행하는 학교에서의 왕따와 같은 심각한 사회문제도 줄어들었다. 심지어 한 지역에서는 학생들의 독서 10분 운동으로 귀가시간이 맞지 않게 되자 일본 국철인 JR노선의 운행시간을 5분 늦추었다는 일화도 있다. 


 학창 시절에 경험하는 독서는 한 인간의 성장과정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해마다 OECD 자살률 1위를 달리고 있는 우리나라는 고도로 경쟁이 심화된 사회이며 구성원들은 첨예한 긴장과 스트레스 속에서 매일을 살아가고 있다. 최근의 미국발 금융위기로 전 세계에 밀어닥친 경제 불황의 여파는 일본을 더욱 심한 장기 불황으로 밀어 넣었고 일본은 경제 불황 20년에 접어들었으며 발전모델을 비슷한 형태로 뒤 따라가고 있는 한국 경제에 대한 세계의 많은 전문가들은 한강의 기적은 끝이 났다고 이야기한다. 그런 상황에서 일본이 지속적으로 학교 교육에서부터 변화시키고자 하는 것은 독서이다. 책 읽기를 통한 학생들의 자기주도적 학습에 기초한 기초학습능력과  집단 따돌림(왕따)과 같이 심각한 학교 내외의 문제점을 극복하는 방안으로 학생들의 인문학적 소양과 더불어 살아가는 공감능력을 형성하기 위한 발판으로 독서에 힘을 싣게 되었다. 이는 독서가 학령기 아이들에게 다양한 직, 간접 체험의 재료가 되고 독서로 얻은 체험은 그들의 인격 형성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는 다수의 연구결과를 토대로 형성되었다. 독서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과 공감대가 형성되어 일본의 일본 학생들의 독서율은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독서에 대한 습관이 자리 잡힌 학생들이 성장하면서 자연히 그들이 성장해서 성인이 되면 높은 독서율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하루 10분 독서의 힘을 깨달은 학생들이 성인이 되어 하루 10분을 자신에게 재 투자하는 것이 어렵지 않으리라는 생각에서이다. 학령기 학생들에게 책 읽기가 가지는 힘은 이렇듯 강력하고 지속적인 변화의 터닝 포인트가 된다. 



 강원도 교육청에서는 2016학년도 51개 중, 고등학교에서 “책 읽는 입학식”을 운영한다고 공표했다. 이 프로그램은 올해로 4년 차로 교육청에서 4년간 운영한 것인데 올해는 18%에 해당하는 51개 중, 고등학교에서 실행이 된다고 한다. 이를 위해 교사를 비롯한 관계자들 90여 명을 모아 “책 읽는 입학식” 운영을 위한 사전 학교 연수를 실시했다고 한다. 관련 참가 학생들의 리뷰들을 읽어보면 이러한 새로운 시도는 학생들에게 직접적으로 큰 교육적 효과를 일으키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한편, 한국의 4년제 대학 진학률은 71%가 넘는데 이러한 고학력자(대졸, 전문대졸 이상) 중 비활동 경제인구(취업을 했거나 취업을 할 의사가 있는 이들을 제외한 인구)가 334만 6000명이라고 한다. 종전의 대학입시만을 위해 고등학교 생활의 대부분을 보내었던 학생들에게는 대학 졸업이 더 이상 사회로의 패기 있는 진출을 보장하지 못한다는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학창 시절의 독서를 통한 다양한 직, 간접 경험은 자신의 진로적성을 탐색하고 고민하는 사색의 중요한 시간의 단초가 될 것이다. 


2) 사회에 높은 독서율이 필요한 이유 - 음주, 흡연, 성폭력, 교통사고, 자살률은 세계 최고 VS 준법질서의식, 자원봉사참여율, 독서율의 사회환경문화지수 하위권 



 선진국과 후진국을 가르는 가장 큰 일반적인 기준은 GDP이다. 국내에서 생산되고 국내외로 교환되는 재화와 서비스의 양이 많을수록 그 나라는 Economically developed 된 국가로 정의된다. 하지만 그런 경제적 성장이 곧 진정한 선진국으로의 도약을 의미하는 것일까? 우리나라는 ‘한강의 기적(The miracle of Han river)’의 이름으로 전 세계의 개발도상국들의 주요한 벤치마킹 대상이 되었다. 1960년대의 전쟁 이후의 참상을 불과 반세기 만에 극복하고 세계 경제 10위권으로 진입한 유일한 나라일 것이다. 하지만 우리의 경제적 발전은 우리 사회의 문화적 발전과 병행하지는 못했다. 경제발전에 급급했기에 시민들의 문화복지에 대한 부분은 체계적일 수도 없었고 소홀한 빈틈이 있을  수밖에 없는 한계가 있었다. 우리는 “빨리빨리”여야만 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평균의 함정이 자리 잡고 있다. 바로 부의 양극화 현상이다. 평균은 이상적 사회의 수치의 기준과 비슷할 수 있으나 그 평균을 이루는 부의 재분배에서 상위 20%가 전체 80% 이상의 부를 지배하고 있는 20/80 법칙이 더 심화된 형태로 드러나고 있다. 


 사람들은 고성장의 후유증으로 생긴 각종 트라우마를 해소할 출구를 찾아내질 못했다. 음주, 흡연, 각종 범죄율이 치솟았고 세계 최고의 순위를 자랑하는 자살률은 해마다 우리를 좌절케 한다. 반면 준법질서의식이나 자원봉사참여율과 같은 주요한 선진사회로의 진입 지표는 세계 하위권에 머물고 있다. 우리는 급하게 이룬 경제발전의 부작용을 겪어야만 했다. 문화적으로 발전되지 않은 나라는 사회 내의 중산층을 그들이 가진 부동산, 주거형태, 연봉과 소유한 자동차로 분류하지만 문화적으로 선진화된 나라인 프랑스와 같은 경우는 중산층을 독서량과 그들이 연주하는 악기 등으로 분류한다고 한다. 우리 사회의 일면을 보여주는 의미 있는 비교의 사례이다.


 프랑스의 철학자 부르디외(Bourdieu)는 문화적 자본(Cultural Capital)이 유형의 자원인 경제적 자본(돈)과 사회적 자본(Social Capital)과 같이 사회 구성원들에게 내재되어 지식이나 관념화된 형태의 자본임을  이야기한다. 그는 문화적 자본이 3가지 형태로 내재화된 형태이거나 밖으로 드러난 형태이거나  교육기관으로부터 부여받은 학위로 드러난다고 설명하였다. 독서는 바로 이러한 문화적 자본을 형성하는데 주요한 지적 활동이 될 수 있다. 시민들의 독서율이 높아지면 시민 사회에 축척된 문화적 자본이 상승되고 사회문화 전반의 문제에 대한 자성적 숙고와 창의적 문제 해결의 중요한 인프라가 구축되는 것이다. 민주주의에서 결정적 의사결정의 체재로 인식되는 다수결의 원칙은 몇 가지 맹점을 가지고 있는데 다수가 항상 옳은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독서를 통한 시민의식의 성장은 다수가 의사결정권자로 참여하는 중대한 사회 국가적인 사안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선택을 할 확률이 높아진다.   



 낮은 독서율은 위와 같은 높은 독서율이 가져다 줄 사회적, 개인적 효익을 누리지 못하는 측면에서 또한 큰 사회적 문제이다. 복잡하게  얽히고설킨 사회의 다양한 문제의 현장에서 요구되는 중요한 사고력과 지성의 힘은 인문학적 교양과 독서에 의한 성찰에서 큰 힘을 부여받는다. 책 속에 길이 있다는 옛말은 결코 틀린 말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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