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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추현호 Jan 11. 2016

영어를 삶에 끌어들이기

영어가 두려운 그대에게

리나와의 첫 만남.



초등학교 6학년. 

리나가 왔다. 

엄마의 손을 잡고. 


그녀와 

나의 어색한 조우는 시작되었다. 


나는 성인을 주로 학습 코칭을 했는데 초등학생이나 어린 학생들은 사실 상담이 더 어렵다. 내가 여기서 말하는 상담은 인생 상담이 아니다. 인생 상담할 만큼 아직 긴 인생을 산 것도 아니고 필자가 달라이 추마도 아닌데 무슨 인생 강론을 펼치겠나. 


오로지 영어를 위한, 영어에 의한, 영어의 향상을 위한 상담임을 밝혀두자. 




대개 초등학교 6학년이라면 

성인들은 그 아이의 정신상태가 

"얘는 얘다" 이런 식으로 가정한다. 


1000명이 넘는 아이들을 만나보고 가르친 경험으로 

내가 단언컨대 

머릿속에 저런 생각을 가지는 순간 

나부터 "어른은 어른이다"라는 선을 긋게 된다. 


학습자와 교육자 간에는 가장 중요한 것이 소통이다. 

상담시간에 그 소통을 막는 가장 큰 장본인은 바로 

국가대표 대변인 어머니들이시다. 


기가 죽고 풀이 죽어 주눅 든 아이는 시큰둥하게 앉아있고

엄마는 열변을 토한다. 내가 지금 누구와 상담을 하는 것인지 

누구의 어려움을 해결해야 하는지 정신이 혼미할 지경이다. 

어머니는 아이 생각만 하면 속이 천불이 나는지 얼굴이 울그락 불그락 하다.




The more, The worse. 

엄마가 열을 낼수록, 아이는 더 공부에서 멀어진다. 


"어머니 잠시 고정하시고, 리나의 말을 조금 들어볼게요."



상담이 진행되는 동안 나는 2가지 옵션을 가진다. 


1) 어머니를 곁에 두게 한다

2) 어머니는 잠시 상담실 밖에서 맥심  모카커피를 드시게 한다. 


나는 주로 2번을 선택한다. 


자신의 삶에서 어려움이 있다고 치자. 

그것을 오픈하는 것이 때로는 가까운 사이여서 힘들 때가 있다. 

오히려 모르는 이에게 편하게 이야기하기가 편할 때가 있다. 

물론 그 모르는 이는 편안한 분위기를 처음부터 끝까지 조성하고 유지해주어야 한다. 


다시 이야기한다.

영어 못하는 게 정신과  치료받는 일인가?

그리고 그게 영어 못하는 게 무슨 병인가? 

그리고 나는 정신과 전문의가 아닌 영어 전문의다. 




이 상담은 정신과 상담이 아니다.  

영어 상담이다. 


나: 오늘 기분이 어때요?

리: 별로 좋지 않은데요. 

나: 기분이 별로 좋지 않을  수밖에 없겠지요. 엄마가 저리 화를 내니 속상하지요?

리: 네. 속이 상해요. 


1) 가장 중요한 것은 첫 번째로 그 사람에 대한 공감이다. 리나의 감정을 인정해주고 

    알아준다는 것만으로부터 소통은 시작된다. 


2) 영어 상담을 하는데 무슨 공감이고 무슨 소통이 필요하냐고? 

    교육은 사람이 하는 거지 기계가 하는 게 아니다. 더군다나 영어는 소통의 도구다.

    학습자가 소통의 도구를 배우는데 학습자와 교사의 소통이 막히면 어떻게 영어를 배운단 말인가.

    글을 읽는 것도, 말을 듣고 말하는 것도 그리고 쓰는 것도 소통의  일부일뿐이다. 


3) 교육을 제공하는 사람에 대한 호감이 학습자의 능률을 결정짓는다. 

    한의원에 침을 맞으러 간다. 침을 놓는 이가 온갖 인상을 구부리며 침을 놓는데 

    사람을 기계 다루듯이 대한다. 그 한의원에 누가 다시 가겠는가?

    어차피 놓을 침이라도 한마디 따뜻한 말 한마디가 따끔한 침술을 더 부드럽게 하는 것 아닐까?

    집 앞 치과에 치과진료를 받으러 갈 일이 생겼다. 몇 해 전부터 대박 치과로 소문난 그 치과는

    시설이 아주 낙후돼있다. 그런데 2-3시간을 기다려야 진료를 받을 수 있다.  그 치과의 남다른 점은

    치과 선생님의 소통방식이었다. "아고 이가 부러졌네요, 많이 아프셨지요? 이거 금방 덮으면 됩니대이"

     아픈 치과 치료를 견딜 수 있게 해 준 것은 선생님의 따뜻한 말 한마디였다.


4) 나는 가르치는 내용을 전달하는 How에 대해서 오랫동안 고민했다. 

    항상 그 시작은 상대방의 관심사와 흥미를 묻는 것에서 시작한다. 


나: 뭐하는 거 좋아해요? 

리: 머 딱히.. 

나: (웃어야 한다) 머 딱히 좋아하는 게 없어도 13년이나 살았는데 그래도 머 관심 있는 건 있을 거 아녜요. 

리: 머 야구 정도?

나: 오! 야구를 좋아해요? 의왼데요. 야구 좋아하는 선수 있어요?

리: 이승엽 선수 좋아해요. 

나: 오! 나도 좋아하는데. 진짜 홈런 칠 때마다 보고 통쾌해가지고는 진짜 멋있지요?

리: 예, 끝내주지요. 이상하게 야구 볼 때가 가장 기분이 좋아요. 


말이 늘고 있다는 증거는 그 친구의 

무언가를 내가 건드렸다는 뜻이다. 




그리고 그렇게 첫 상담은 끝이 난다. 

그 어디에도 영어에 대한 말은 없다.

이것을 심리학 용어로는 Rapport(래포:유대관계)라고 한다. 


수업의 첫 시간에 하지 말아야 할 일은 아래와 같다. 


1) 영어 굳이 잘 못하니깐 여기 수업에 대해서 물으러 온 거다. 굳이 시험을 칠 필요는 없다. 

2) 부정적인 이야기를 계속하며 똥 막히는 소리만 해댄다. -> 영어공부를 못하면 인생이 어쩌고 저쩌고. 



수업의 첫 시간에 할 일은 아래와 같다. 


1) 영어를 잘하고 싶은 동기부여가 될 거리를 만든다. 

2) 긍정적인 이야기를 하면서 희망과 긍정의 기운이 감돌도록 한다. 


리나와 어머니가 집으로 돌아가고 나면 나는 바빠진다. 

야구에 대해서 공부해야 한다. 


야구를 리나만큼은 잘 알아야 리나의 흥미를 Lead(이끔)할 수 있다. 

그 아이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이든 그건 중요하지 않다.

내가 여기서 원하는 건 단 하나다. 

이미 그 아이의 삶에서 강한 흥미를 돋우는 무언가가 있는데 그 무언가 위에다가 

영어를 덥어 씌우는 거다. 


이런 상황의 내가

반드시 준비해야 할 것 중 하나는 

아리랑 TV의 스포츠 영상을 캡쳐해두는 일이다.   



아리랑 티비는 한국에서 일어난 일을 영어로 방송한다. 친숙한 우리의 이야기가 영어로 전달된다. 


전혀 관심도 없고 흥미도 없는 내용으로 아이를 가르치는 것은 정말 힘들고 어려운 일이다. 즐거움을 끌어당길 수도 없고 의미를 만들 수도 없다. 아이가 자신이 좋아하는 콘텐츠(내용)로 충분히 영어실력을  향상할 수 있다는 것을 믿어야 한다. 다만 초반부에 영어교육적으로 이것을 잘 리드해주어야 한다. 


위 영상의 스크립트를 보자. 이 스크립트에 얼마나 많은 문법적인 규칙과 표현이 들어갔는지 잠시 분석해보겠다. 


Hello everyone. I'm Steven Choi with the sports brief. 

(이 문장은 2 형식이고 명사구가 함께 버무려졌다)
Starting off with Friday's KBO League action, the Nexen Heroes hosted the SK Wyverns in Mokdong as both were looking for their second wins of the season. 

(분사구문으로 시작한 이문장은 3 형식 문장으로 부사절로 연결되어 문장이 길어졌다)
SK's Travis Banwart took on Nexen ace Andy Van Hekken. 

(1 형식의 문장으로 전치사를 연결했다)

Nexen wasted no time with two runs in the 1st inning, followed by three in the 4th, and another three in the 5th, started by Lee Taek-geun's homer. 

(3 형식의 문장으로 시작한 주절은 전치사 구로 이어졌고 분사구문으로 이어지고 난 후 접속사를 통해 길어졌다가 다시 분사구문으로 마무리한다)

And more homeruns for Nexen in the 6th as Yoo Han-joon and Park Byung-ho went deep. 

(명사구와 부사절이 버무려졌다)

Van Hekken threw a gem with 9 strikeouts as Nexen defeated SK, 14-3. 

(3 형식 문장으로 시작해 부사절로  마무리되었다) 

Looking across the league
KIA took down kt, 5-0. (1 형식 문형으로 took down을 썼다) 
Samsung won over LG, 7-3 (1 형식 문형으로 won over을 썼다)
Lotte beat Doosan, 5-0. (3 형식 문형으로 beat를 썼다)
Hanwaha : NC  


여기서 한번 우리 주의 깊게 이야기해보자. 내가 만약 초등 6학년 아이를 앞에 두고 진한 색으로 분석한 부분만 주야장천 이야기한다면 과연 그 친구가 흥미를 이어갈 수 있을까? 학습이란 본디 이전에는 없던 무언가를 자신에게 일깨우는 과정이므로 힘이 들고 고단한 것이 정상이다. 하지만 최대한 즐거움과 의미의 측면에서 

그 고단함을 낮추면 낮출수록  롱런하게 되고  롱런해야 실력이 는다. 


영어를 살에 끌어들이기! 


우리는 살아가면서 다양한 상황에서 다른 행동을 한다. 이 다양한 행동과 상황을 영어로 옮기는 것부터가 진정한 영어공부의 시작이다. 사실 우리가 영어로 하고자 하는 말은 지금 우리가 매일 모국어로 하는 말과 별반 다르지 않다. 한국어로 전혀 말하지 않던 것을 영어를 말해야 한다는 이유만으로 말하게 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모국어 실력이 영어실력과 밀접하게 연결된다는 뜻은 바로 여기서 출발한다.


영어를 말하는 것도 자신 영어를 쓰는 것도 자신이다. 그 자신이 쓰고 말하고자 하는 바의 모국어 범위를 영어로 넓혀 가는 것이 제 2 외국어로서 영어를 배우는 이가 매일 하는 작업에 지나지 않는다. 


교보문고에 리나가 내 책을 사러 갔다고 가정해보자.

내가 리나에게 물었다.


"책을 살 때 어떻게 했어??"


리나는 아래와 같이 대답한다. 


" 서점에 들어갔어요. 

선생님 책을 찾기 위해 둘러봤어요.

책을 집어 들었어요.

책을 펼쳐봤어요.

책을 덮었어요.

가격도 확인했어요. 

계산대로 갔어요.

회원카드를 꺼내어 적립했어요.

엄마에게 받은 책값을 치렀어요.

책과 회원카드 그리고 거스름돈을 받았어요. "


이 것이 리나가 하고 있는 말이고 이런 자신의 말부터 영어로 막힘없이 말할 수 있는 수준으로 넘어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일까? 그건 매 순간 영어로 이 상황, 이 동작을 어떻게 말할 수 있을까를 고민해보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이 우리가 어학연수를 가게 되면 얻을 수 있는 효과 중 하나이다. 매 순간 영어로 생각하고 고민해야 하는 압박이 주어진다. 


이렇게 자신의 삶에서 영어의 확장 범위를 넓혀 가는 것이 귀납적 연역법이다. 여러 가지 사례를 통해서 하나의 법칙을 배워간다는 뜻이다. 오랜 시간이 지나고 나면 굳이 1 형식부터 5 형식을 알지 않아도 분사구문, 동명사, To부정사를 알지 않아도 영어를 사용할 수 있는 단계에 이를 수 있다. 


이런 실시간 외국어 추론 훈련은 상당히 빠른 속도로 영어를 훈련하는데 도움이 되지만 문제가 있다. 바로 많은 학생들이 마주하는 학과시험, 내신, 수능, 토플, 알츠, 토익, 지알이와 같은 시험에는 이 정도 행동 영어의 수준으로는 되지 않는다.  그다음 단계가 바로 상황을 표현하는 영어이다. 단순히 행동이 아니라 어떤 상황에 대한 생각을 표현하기 위한 영어다.


이 모든 훈련을 자신이 좋아하는 관심사에서 시작하면 오래 할 수 있다.

오래 하다 보면 자연히 늘게 된다. 


그렇지만 이런 궁극의 학습법은 꾸준히 해 나가더라도 시험을 대비해서 혹은 단기간에 눈에 띄는 결과를 만들기 위해서 해야 하는 학습법이 존재한다. 그것이 바로 연역적 학습법이다. 단기간에 영어실력을 늘리는 방법은 영어문장을 최대한 체계화해서 머릿속에 하나의 툴을 가지는 것이다. 이 과정은 짧으면  짧을수록 좋다. 이 과정이 끝이 나고 나면 다시 귀납적 연역법 툴로 돌아가야 한다.


<영어가 단기간에 체계화가 되는가에 대한 글이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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