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평생에 종교를 가져본 적이 없다. 친인척을 포함한 가족 혹은 친구들 중 그 누구도 내게 권하지 않았기에, 초등학교 시절 심심해서 그저 친구 따라 몇 번 가본 경험 외에는 종교와는 거리가 먼 인생을 살아왔다.
누군가의 권유로 나의 종교가 결정되는 건 아니지만, 사실 이제껏 살아오면서 종교의 필요성 혹은 호기심을 느끼지 못했다. 세상을 움직이는 건 어쩌면 종교의 힘이라고 생각이 들 때도 있지만, 나 자신만을 생각해보면 딱히 그렇지도 않기 때문이다.
내가 아직 간절하지 않아서 일까, 인생을 너무 쉽게 산 탓일까, 아직 고생을 덜 한 탓일까, 어쩌면 세상 물정을 잘 모르는 탓인 것도 같다. 종교를 가진 주위 사람들이 훨씬 많은데, 내가 잘못하고 있는 걸까.
누군가에게 기도를 해야 한다면, 난 누구에게 빌어야 할까. 언젠가 내게 종교가 생길지도 모르지만, 무교인 지금의 나는 기도가 필요할 때마다 온갖 만물을 떠올리기도 하고, 내가 아는 모든 종교를 빌려보기도 한다. 아무나 누구라도 내 기도를 들어주었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