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칠 듯 말 듯 계속 내리던 비가 멈추고 날이 갰지만, 내 마음은 여전히 빗속에 머무는 듯하다. 온갖 고민과 생각들이 마음에 세차게 내리고 그 빗물이 불어나 감당하기 힘들게 넘쳐흐른다. 해가 뜨기 시작한 날씨에 창문을 열어 환기를 시작하지만 내 마음은 내 뜻대로 되질 않는다.
그나마 다행인 건 눈물이 흐를만한 울컥하는 감정은 아니라는 거다. 오히려 더 고요해지고 내 마음을 지나치게 들여다보게 된다. 마음속 넘쳐흐르는 빗물을 그저 가만히 보고 생각에 잠길 뿐이다. 빗물에 불필요한 것들이 같이 떠내려가면 좋겠지만, 가만히 보고 있으면 이것저것 별게 다 떠내려간다.
우울이라는 감정의 이름을 누가 지었을까 괜히 궁금해진다. 누군가가 이러한 감정을 최초로 정의하지 않았더라면, 인간의 기본적인 감정에 포함하지 않을 수 도 있지 않았을까. 이따금씩 찾아오는 우울 또는 비관주의에 해당하는 멜랑콜리한 이 기분을 몰랐을 수도 있겠다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