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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티끌 Mar 12. 2021

잠에서 깨는 순간 기억이 안나는 꿈

정말 몇 개의 선명한 꿈을 제외하고는, 당장 지난밤에 꾼 꿈이 왜 오늘 낮에는 기억이 나질 않는 걸까. 꿈에서 깬 직후에는 부분 부분 떠올랐다가 이내 기억 속에서 다 사라지고 만다. 꿈은 보통 단기 기억이고 장기 기억으로 전환되지 않는다고 한다. 오늘 꿈을 꾸지 않고 잘 잤네,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꿈을 꾸었지만 기억을 못 한다는 거다.


나는 꿈을 자주 꾸는 편이다. 그리고 자주 깨기도 한다. 꿈에서 한창 누군가에 쫓겨 뛰다가 숨을 헉헉 대며 깨기도 하고, 어떤 슬픈 사정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엉엉 울다가 진짜 눈물을 흘리며 깨기도 한다. 놀래서 깨고, 무서워서 깨고 아주 다양한 이유로 꿈에서 깨는데, 언제 한 번은 너무 무서운 꿈에서 깼다가 심장이 벌렁대는 바람에 다시 잠들기가 힘들었다. 드라마나 영화에 나올법한 시나리오의 꿈들을 꾼다. 도대체 어느 영향을 받아서 이런 꿈을 꾸는 걸까 궁금할 정도였다.


내가 고등학생 때, 꿈을 기억하지 못한다는 게 내심 아쉬웠던 적이 있었다. 그래서 머리맡에 작은 수첩을 하나 두고 꿈에서 깨거나,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기억나는 대로 다 옮겨 적기 시작했다. 비몽사몽 힘도 안 들어가는 손을 놀려 꿈에 대해 적었다. 나름 자세하게 적었다고 생각하지만, 나중에 읽어보면 이해가 되지 않는 그런 내용들 투성이었다. 그리고 분명 내가 아침에 적은 건데 내가 이런 꿈을 꾸었다고? 기억이 나질 않는 거다. 정말 인간의 뇌는 참 신기하다고 느꼈다. 그 아침의 기억의 유효시간이 끝나서 오후엔 기억이 소멸된다.


내가 그동안 기억하지 못하고 떠나보낸 꿈이 꽤나 많겠구나 생각이 든다. 사라진 꿈들을 다 모은다면 판타지 소설 몇 편은 쓰지 않았을까. 이 세상 사람들의 사라진 꿈들을 다 모은다면 다른 세계 하나를 만들어 낼 수 있지 않을까. 이런 터무니없는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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