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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티끌 Mar 23. 2021

고양이가 세상을 구한다

고양이가 세상을 구한다는 말에 적극 동감하는 바이다. 종종 내 밑으로 와 다리에 얼굴을 비비고 꼬리를 감싸는 고양이는 세상을 구하기에 충분하다고 느낀다. 고양이를 가만히 보고 있으면 숨 쉴 때 오르락내리락하는 배가 귀엽고, 인기척이 느껴서 감았던 눈을 뜨고 빤히 쳐다보는 모습이 귀엽고, 온 힘을 다해 하품할 때 보이는 그 자그만 이빨이 귀엽다.


나는 추울 때면 고양이를 찾는다. 이전보다 훨씬 무거워진 고양이지만 그럼에도 내 품에 쏙 안기는데, 팔은 좀 아파도 그게 그렇게 따뜻하다. 물론 탈출하려고 버둥대지만 우리 이쁜 고양이 놓아주기가 싫다. 가만히 내 품에 안긴 고양이의 숨결을 느낀다.


우리 고양이는 눈 오는 걸 좋아한다. 물론 밖에 나가 눈을 맞는 건 엄청 싫어하지만, 가만히 창가에 앉아 내리는 눈을 바라보는 걸 좋아한다. 펑펑 내리는 눈이 신기한지 이리저리 눈을 굴려가며 창밖을 보는데, 내가 나가서 매일 눈을 뿌려주고 싶은 심정이다. 한참을 눈 구경하다가 이내 그 자리에서 잠이 든다. 동그랗게 말려있는 그 자그만 털 뭉치가 또 그렇게 귀엽다.


집사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해내고 있는 중이다. 내 온 마음을 바쳐 사랑해줘야지, 인간과 고양이의 시간은 다르니까 고양이의 시간에 맞춰 더 많이 사랑해줘야지. 내가 끝까지 옆에서 지켜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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