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그 애

by 티끌

학과 선후배 모두 모여 놀던 그 술자리에서 몰래 연락해 따로 나왔던 날이 기억난다. 행여 누가 볼세라 다시 캠퍼스로 들어가 소운동장에서 만나기로 약속했다. 먼저 나와 널 기다리는데 얼마나 설렜던지, 그 짧은 시간이 그렇게나 길게 느껴졌다.


인기척에 뒤를 돌아봤을 때, 가로등 아래로 보이는 너의 모습에 새삼 또 수줍게 웃었다. 어두운 밤, 너의 손을 잡고 걸었던 캠퍼스 운동장이 아직도 기억난다. 어두우니 우리를 알아보지 못할 거라면서 꽉 잡고 놓지 않았던 그 손이 참 따뜻했다.


조금은 취해 열이 오른 얼굴을 식혀주던 선선한 밤공기에 캠퍼스의 약간의 소란함이 더해졌다. 넓은 캠퍼스를 여기저기 안 가본 곳 없이 산책하곤 했다. 그때 우리는 그저 손잡고 걷는 게 뭐 그리도 좋았을까.


날 데려다주던 길, 탔던 버스에서 내리기도 하고, 몇 번을 뒤돌아 왔던 길을 걷곤 했다. 헤어질 때면 왜 이렇게 시간이 빨리 흐르는지 속상해하던 우리 모습이 생생하다. 분명 내일이면 또 볼 텐데, 그 잠깐 헤어지는 게 참 힘들었다.


자연스레 인적이 드문 나무 아래 산책로에서 입 맞추던 그날도 떠오른다. 어두워서 잘 보이진 않았지만 서툴었던 그때 그 기억만큼은 또렷하다. 춥지도 덥지도 않은 봄날의 그 기억이 매년 봄만 되면 떠올라 네 생각에 잠기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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