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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티끌 Mar 24. 2021

그때 그 애

학과 선후배 모두 모여 놀던 그 술자리에서 몰래 연락해 따로 나왔던 날이 기억난다. 행여 누가 볼세라 다시 캠퍼스로 들어가 소운동장에서 만나기로 약속했다. 먼저 나와 널 기다리는데 얼마나 설렜던지, 그 짧은 시간이 그렇게나 길게 느껴졌다.


인기척에 뒤를 돌아봤을 때, 가로등 아래로 보이는 너의 모습에 새삼  수줍게 웃었다. 어두운 , 너의 손을 잡고 걸었던 캠퍼스 운동장이 아직도 기억난다. 어두우니 우리를 알아보지 못할 거라면서  잡고 놓지 않았던  손이 참 따뜻했다.


조금은 취해 열이 오른 얼굴을 식혀주던 선선한 밤공기에 캠퍼스의 약간의 소란함이 더해졌다. 넓은 캠퍼스를 여기저기 안 가본 곳 없이 산책하곤 했다. 그때 우리는 그저 손잡고 걷는 게 뭐 그리도 좋았을까.


 데려다주던 길, 탔던 버스에서 내리기도 하고,  번을 뒤돌아 왔던 길을 걷곤 했다. 헤어질 때면  이렇게 시간이 빨리 흐르는지 속상해하던 우리 모습이 생생하다. 분명 내일이면   텐데,  잠깐 헤어지는   힘들었다.


자연스레 인적이 드문 나무 아래 산책로에서  맞추던 그날도 떠오른다. 어두워서  보이진 않았지만 서툴었던 그때  기억만큼은 또렷하다. 춥지도 덥지도 않은 봄날의  기억이 매년 봄만 되면 떠올라  생각에 잠기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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