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처방전

by 티끌

작년 초여름, 제주 한달살이를 다녀왔다. 당시 나는 졸업 전 마지막 학기에 재학 중이었지만, 코로나 덕분에 비대면 온라인 수업으로 전환되는 바람에 굳이 학교를 가지 않아도 됐었고, 졸업한다며 하던 일을 다 그만둔 상태였기 때문에 집에서 혼자 꽤나 무료했다. 이전부터 줄곧 버킷리스트로 꼽았던 제주살이를 이번 기회에 해보자 다짐했고, 다짐한 지 일주일도 안돼서 제주행 항공 티켓을 구매했더랬다.


내 인생에 손꼽을 정도로 과분히 행복했던 때로 기억한다. 그 제주에서의 5월 한 달 동안 하루도 행복하지 않았던 날이 없었다. 매일 아침 부지런히 일어나 맞이하는 제주의 아침이, 집에서 얼마 걷지 않아도 금세 도착하는 바다가, 우리 집 마당에서 지내던 마스코트 보더콜리가, 노을 질 때면 누워있던 루프탑의 해먹이, 이곳저곳 이쁜 카페 다니며 마신 커피가 다 좋았다. 아직도 생생히 기억날 만큼 말이다.


그 뒤로는 피곤하거나 힘든 일이 생기면 자연스럽게 제주가 생각난다. 내게 제주는 추억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에너지를 내게 하기도 하고, 이 일이 지나면 제주도 다시 가야지 하며 보상심리로 작용하기도 한다. 추억을 먹고사는 것처럼, 내게 큰 힘이 되는 게 제주인 것이다.


제주 처방전이 필요할 때이다. 아플 때 약국에서 받는 약 처방처럼, 무기력한 지금의 내겐 제주 처방전이 필요하다. 그저 아무 생각 없이 바다만 바라보고 있고 싶다. 제주의 그 평화로움과 여유를 즐기고 싶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제자리, 제 자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