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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티끌 Mar 26. 2021

제주 처방전

작년 초여름, 제주 한달살이를 다녀왔다. 당시 나는 졸업  마지막 학기에 재학 중이었지만, 코로나 덕분에 비대면 온라인 수업으로 전환되는 바람에 굳이 학교를 가지 않아도 됐었고, 졸업한다며 하던 일을  그만둔 상태였기 때문에 집에서 혼자 꽤나 무료했다. 이전부터 줄곧 버킷리스트로 꼽았던 제주살이를 이번 기회에 해보자 다짐했고, 다짐한  일주일도 돼서 제주행 항공 티켓을 구매했더랬다.


내 인생에 손꼽을 정도로 과분히 행복했던 때로 기억한다. 그 제주에서의 5월 한 달 동안 하루도 행복하지 않았던 날이 없었다. 매일 아침 부지런히 일어나 맞이하는 제주의 아침이, 집에서 얼마 걷지 않아도 금세 도착하는 바다가, 우리 집 마당에서 지내던 마스코트 보더콜리가, 노을 질 때면 누워있던 루프탑의 해먹이, 이곳저곳 이쁜 카페 다니며 마신 커피가 다 좋았다. 아직도 생생히 기억날 만큼 말이다.


그 뒤로는 피곤하거나 힘든 일이 생기면 자연스럽게 제주가 생각난다. 내게 제주는 추억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에너지를 내게 하기도 하고, 이 일이 지나면 제주도 다시 가야지 하며 보상심리로 작용하기도 한다. 추억을 먹고사는 것처럼, 내게 큰 힘이 되는 게 제주인 것이다.


제주 처방전이 필요할 때이다. 아플 때 약국에서 받는 약 처방처럼, 무기력한 지금의 내겐 제주 처방전이 필요하다. 그저 아무 생각 없이 바다만 바라보고 있고 싶다. 제주의 그 평화로움과 여유를 즐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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