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by 티끌

우연을 가장한 인연을 만들기 위해 얼마나 애를 썼는지 모른다. 눈 한번 마주치려고, 말 한마디 건네보려고 얼마나 눈치를 보고 타이밍을 쟀는지 너는 모른다. 아마 지금까지도 그저 우연이 쌓인 거라고 생각하겠지만, 사실 그건 우연이 아니라 온전히 내 노력이었다. 너와 나눈 몇 마디가 그리고 너와 마주했던 그 날의 기억이 내 가슴에 콕 박혀 아직도 남아있다. 혹여나 잊힐까 몇 번을 곱씹어본다.


좀 더 적극적이지 못했던 나를 이제 와서 후회한다. 그저 우연한 마주침에 기뻐하고 만족했던 내가 후회스럽지만, 시간은 되돌릴 수 없으니 그저 그 우연함이 너의 기억 속에 남아있기를 바랄 뿐이다. 너의 기억 속에 내가 만든 우연이 하나라도 남아있다면, 그렇다면 조금 위안이 될 것 같다.


어렸던 그때, 내 마음은 꽤나 애틋했고 그 마음 다해 좋아했었다고 결국 전하진 못했지만, 이렇게라도 말해본다. 덕분에 조금 성숙해질 수 있었다고, 그때가 참 그립다고 전해 본다. 마음만 먹으면 소식을 전해 들을 순 있겠지만, 더 이상 굳이 애쓰지 않기로 했다. 부디 건강하고 평안하길, 딱 이 정도의 선에서 응원하고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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