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날

by 티끌

비 오는 날, 그 쏴아 하고 내리는 빗소리를 들으며 낮잠 자는 걸 좋아한다. 비 오는 날 그 특유의 습기와 선선한 날씨가 잠을 잘 오게 한다. 낮임에도 조금 어둑한 빛이 창문 커튼 틈새로 들어오는 걸 보며 뒤척이다가 금세 잠에 든다.


잠깐 잠에 들었다가 깨고 나면 가만히 귀를 기울여본다. 여전히 들리는 빗소리에 기분이 좋아진다. 아직 이 비 오는 날의 기분을 만끽할 시간이 남아있다는 사실에 기분이 좋아진다. 이내 침대에서 일어나 따뜻한 차를 한잔 마시기로 한다. 불을 켜지 않은 채, 가만히 소파에 담요를 둘러싸고 앉아 차를 홀짝인다. 적막 속 빗소리만 들리는 지금 이 시간이 참 평화롭다고 느낀다.


몸이 좀 따뜻해지면 창문을 살짝 열어본다. 비 내리는 소리가 한층 커져 들린다. 내리는 비가 눈에 들어오고 또 한참을 쳐다보다 문을 닫는다. 밖에 나가볼까 잠깐 고민하다 이내 다시 소파에 앉는다. 밖에 나가 우산 쓰고 비 오는 거리를 걷는 것도 분명 좋겠지만, 이 안락함을 조금 더 즐기고 싶다.


비 오는 날이면 드는 이 특유의 기분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비가 오면 다들 센티해진다고들 하는데, 그런 기분은 아닌 것 같고 정의 내리기가 꽤나 애매한 기분이다. 오늘처럼 비 내리는 날이면 표현하기 어려운 이 기분을 즐기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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