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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티끌 Mar 29. 2021

비 오는 날

비 오는 날, 그 쏴아 하고 내리는 빗소리를 들으며 낮잠 자는 걸 좋아한다. 비 오는 날 그 특유의 습기와 선선한 날씨가 잠을 잘 오게 한다. 낮임에도 조금 어둑한 빛이 창문 커튼 틈새로 들어오는 걸 보며 뒤척이다가 금세 잠에 든다.


잠깐 잠에 들었다가 깨고 나면 가만히 귀를 기울여본다. 여전히 들리는 빗소리에 기분이 좋아진다. 아직 이 비 오는 날의 기분을 만끽할 시간이 남아있다는 사실에 기분이 좋아진다. 이내 침대에서 일어나 따뜻한 차를 한잔 마시기로 한다. 불을 켜지 않은 채, 가만히 소파에 담요를 둘러싸고 앉아 차를 홀짝인다. 적막 속 빗소리만 들리는 지금 이 시간이 참 평화롭다고 느낀다.


몸이  따뜻해지면 창문을 살짝 열어본다.  내리는 소리가 한층 커져 들린다. 내리는 비가 눈에 들어오고  한참을 쳐다보다 문을 닫는다. 밖에 나가볼까 잠깐 고민하다 이내 다시 소파에 앉는다. 밖에 나가 우산 쓰고  오는 거리를 걷는 것도 분명 좋겠지만,  안락함을 조금  즐기고 싶다.


비 오는 날이면 드는 이 특유의 기분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비가 오면 다들 센티해진다고들 하는데, 그런 기분은 아닌 것 같고 정의 내리기가 꽤나 애매한 기분이다. 오늘처럼 비 내리는 날이면 표현하기 어려운 이 기분을 즐기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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