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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티끌 Apr 12. 2021

물려받은 이름

난 종교가 없지만 엄마는 꽤나 오랜 기간 불교에 의지하고 위로받으며 지금껏 살아왔고, 이전만큼은 아니지만 여전히 주말이면 절을 찾는다.


내 이름은 엄마 이름을 물려받았다. 천주교에서 세례명을 지어주듯 불교 역시 법명이 존재하는데, 유년시절 엄마는 자신의 본명보다 법명으로 불리는 것을 좋아하셨다. 그 옛날 촌스러운 이름보다 좋은 한자를 사용한 법명이 더 마음에 들었던 것일 수도 있고, 종교적으로 이름을 부여받았다는 또 다른 의미였을 수도 있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가졌을 때, 자식의 이름으로 그 법명을 물려주겠다고 어쩌면 당연하게 생각을 했다고 한다. 그렇게 난 이름이 생겼고, 본명보다 애정 하던 그 이름을 딸에게 넘겨주었다는 사실에 내 이름에 나 역시 큰 애정이 생겼다.


어쩌면 엄마는 그 이름을 내게 물려줌과 동시에 또 한 번에 유년시절을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름과 함께 어떤 책임감이 내게 생긴 것 같다. 내 이름을 걸고 잘 살아야지 그런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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