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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티끌 Apr 17. 2021

귀갓길에 받은 선물

어느덧 날이 풀렸습니다. 추운 겨울이 가고 따뜻한 봄이 오듯, 승객 여러분들께서도 계획하신 일 하고 싶던 일  잘 풀리는 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기분 좋은 금요일 밤입니다. 부디 안전하고 행복한 귀갓길 되시길 바랍니다. 안녕히 가십시오.


평소와는 다르게 약간의 연장근무를 하고 조금 늦게 집에 가는 지하철에 탔다. 운이 좋게 금방 자리에 앉았고, 가방에서 에어팟을 꺼내 끼고 노래를 들으며 잠깐 눈을 붙일 셈이었다. 이십 분쯤 지났을까, 귓가에 기관사님의 형식적인 안내 멘트가 아닌 다른  어렴풋이 들려왔다.


자연스럽게 듣던 노래를 잠시 멈추고 귀 기울여 보았다. 절로 웃음이 나는, 한편으로는 가슴이 찡 울리는 기관사님의 말씀에 기분이 한결 좋아졌다. 나뿐만이 아니었다. 주변에서 너무 감동적이라며 소곤거렸고, 기관사님의 말씀을 곱씹어보았다.


이따금씩 오늘 같은 날이 있다. 말 한마디로도 누군가를 충분하게 행복하게 해 줄 수 있다는 사실을 새삼 다시 느꼈다. 기관사님의 그 한마디가 나를 포함한 수많은 승객들에게 선물이 되었다. 귀갓길에 마음이 포근해지는 경험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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