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확실한 미래가 보장되지 않는 현재의 삶에서 나는 무엇에 의지하고 무엇을 위해 살아가야 하는가, 항상 고뇌한다. 당장 오늘 내일은 벌어먹고 살지만, 한 달 뒤는? 일 년 뒤는? 10년 뒤는? 짧은 미래는 예측이 가능하지만 조금 먼 미래를 상상하면 전혀 그려지지 않는다. 목적 없이 살아가고 있다고 느낀다. 거창한 미래를 꿈꾸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소박한 미래라도 꿈꾸는 게 맞지 않을까?
돈을 모은다. 차곡차곡 쌓이는 통장잔고는 눈에 보이지만, 이 돈이 훗날 어떻게 쓰일지는 감이 안 온다. 뭐든 시작할 수 있는 자본이 될 거라고 막연하게만 생각하지만, 여전히 의문투성이다. 왜 돈을 모으는 가에 대한 해답을 내리지 못하면서 남들이 하는 대로, 시키는 대로 일단 돈을 모으기 시작했다.
내가 뭘 하고 있는지도 모르면서 하루하루를 보낸다는 건 무의미하다. 안 그래도 작았던 내 하루의 가치와 성취가 점점 흐릿해져 가는 걸 느낀다. 이런 고뇌 혹은 딜레마에 빠진 지 오래지만, 어떻게 탈출해야 할지 감이 안 온다. 장래희망 같은 건 생각해 본 지 오래고, 당장 내 눈앞에 떨어진 일들을 해결하고 치워버리기 바쁘다. 난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하는지, 이 사회를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4년이나 다닌 대학교에서 배운 전공을 써먹지 못하는 지금의 내 모습이 한심하다가도 허무하다. 이럴 거면 대학은 왜 갔지, 왜 그 비싼 등록금을 내고 지금 아무것도 못하는 멍청이가 되어버린 거지, 자책하고야 만다. 부정적인 기운이 스멀스멀 날 감싸기 시작해 곧 먹어 치워 버릴 것 만 같다. 아 안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