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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티끌 Apr 21. 2021

안돼

 확실한 미래가 보장되지 않는 현재의 삶에서 나는 무엇에 의지하고 무엇을 위해 살아가야 하는가, 항상 고뇌한다. 당장 오늘 내일은 벌어먹고 살지만,   뒤는?   뒤는? 10 뒤는? 짧은 미래는 예측이 가능하지만 조금  미래를 상상하면 전혀 그려지지 않는다. 목적 없이 살아가고 있다고 느낀다. 거창한 미래를 꿈꾸는  아니지만 그래도 소박한 미래라도 꿈꾸는  맞지 않을까?


돈을 모은다. 차곡차곡 쌓이는 통장잔고는 눈에 보이지만, 이 돈이 훗날 어떻게 쓰일지는 감이 안 온다. 뭐든 시작할 수 있는 자본이 될 거라고 막연하게만 생각하지만, 여전히 의문투성이다. 왜 돈을 모으는 가에 대한 해답을 내리지 못하면서 남들이 하는 대로, 시키는 대로 일단 돈을 모으기 시작했다.


내가 뭘 하고 있는지도 모르면서 하루하루를 보낸다는 건 무의미하다. 안 그래도 작았던 내 하루의 가치와 성취가 점점 흐릿해져 가는 걸 느낀다. 이런 고뇌 혹은 딜레마에 빠진 지 오래지만, 어떻게 탈출해야 할지 감이 안 온다. 장래희망 같은 건 생각해 본 지 오래고, 당장 내 눈앞에 떨어진 일들을 해결하고 치워버리기 바쁘다. 난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하는지, 이 사회를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4년이나 다닌 대학교에서 배운 전공을 써먹지 못하는 지금의 내 모습이 한심하다가도 허무하다. 이럴 거면 대학은 왜 갔지, 왜 그 비싼 등록금을 내고 지금 아무것도 못하는 멍청이가 되어버린 거지, 자책하고야 만다. 부정적인 기운이 스멀스멀 날 감싸기 시작해 곧 먹어 치워 버릴 것 만 같다. 아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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