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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티끌 Apr 20. 2021

난 네가 하나도 반갑지 않아

한때 인간관계에 집착하던 때가 있었다. 모든 관계에서 난 좋은 사람이어야 하고, 모두와 두루두루 잘 지내고 싶었다. 욕심을 부린 탓에 신경 써야 할 관계들이 늘어났고, 결국 내 스트레스와 걱정으로 돌아오곤 했다.


굳이 내가 먼저 나서지 않기로 했다. 내게 남을 인연들은 자연스레 걸러지는 게 당연했고, 내가 정성을 쏟아부어도 아닌 사람은 아닌 사람이라는 걸 알았다. 서로가 노력하는 관계, 서로에게 부담 대신 힘이 되는 그런 관계들을 찾기 시작했다. 이후 자연스럽게 전화번호를 바꾸게 되었는데, 내 전화번호가 지나치게 많은 사람들에게 공유가 되었다는 점이 계속해서 마음에 걸렸기 때문이다.


나름 내 인연의 사람들에게만 바꾼 번호를 공유했다고 생각했는데, 간혹 반갑지 않은 연락이 올 때가 있다. 번호를 알려준 기억이 없는데 어떻게 알곤 이렇게 연락이 오는 건지, 내가 반가워하지 않는다는 걸 당사자는 아는지 모르는지. 혼자만 일방적인 연락을 해오는데, 내가 반가워하지 않는다고 또 서운해한다. 어쩌라는 건지, 인간관계에 미련을 버리면서 동시에 이런 사람들이 구분이 되기 시작했다.


정말 무의미한 관계들, 내 손을 떠난 관계들, 그저 옛 과거 추억에 빠져 허우적대는 관계들, 좋지 않은 기억이 돼버린 관계들에게서 연락이 올 때마다 착잡해진다. 물론 내 일방적인 부정일 수도 있겠지만, 더 이상 나 보다 남을 생각하는 그런 관계는 맺지 않기로 했기 때문에 잘 끊어내기 위해 노력한다.


난 네가 하나도 반갑지 않아. 사실 너도 알고 있을 거라고 생각해, 우리의 관계가 진작에 끝났다는 걸 말이야. 알면서도 모르는 척하는 너의 마음을 내가 헤아려주길 바라는 건 네 욕심이지 내 의무는 아니야. 알았으면 앞으론 그냥 각자 잘 살았으면 좋겠어. 널 저주하진 않아 그저 무관심할 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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