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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티끌 May 06. 2021

엄마가 궁금해

엄마는 엄마가 된다는 게 두려웠을까, 무심코 보게 된 질문에 잠깐 고민하다가 엄마에게 던져보았다. 감히 지금의 나로서는 추측하기 힘든 엄마라는 세계의 일이기 때문에, 내가 생각하는 답변은 무의미하다고 생각했다. 내 질문에 엄마는 1초의 망설임도 없이 전혀 두렵지 않았다고 답했다. 예상 못했던 답변에 엄마의 이야기를 조금 들어보기로 했다.


엄마는 맏딸인 날 낳기 전, 두 번의 유산을 했고 그 과정에서 한 생명을 품는다는 건 두려움과는 먼 정말 소중하고 행복한 경험임이 분명하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부모의 역할을 해야 한다는 압박보다는 감격과 설렘이 더 컸다고도 말했다.  엄마에게 유산 경험이 있었다고는 어렸을 적 어렴풋이 들었던 기억이 나지만, 이렇게 완전한 어른이 되어 이 이야기를 다시 들으니 엄마가 참 대단해 보였다.


두 번의 유산을 겪은 뒤 태어난 내가 그렇게나 특별할 수가 없다고 했다. 인생에서 제일 행복했던 순간을 꼽으라면 망설임 없이 나를 임신했을 때라고 말하고 싶다고 한다. 내가 감히 예상하지 못할 만큼의 부모로서의 행복감이겠구나 싶었다.


엄마에게 엄마의 인생 이야기를 물었던 적이 있었나, 생각이 들었다. 내 나이 때의 엄마는 어떤 어른이었을까, 확실한 건 지금의 나보다는 어른스러웠을 거라고 예상해본다. 그 시절의 엄마가 궁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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