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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티끌 May 11. 2021

고미고미

어렸을 적부터 함께한 애착 인형을 가진 사람들이 은근히 부러웠다. 추억이 담긴 인형 하나 없다는 게 괜히 아쉽기도 했다. 다 큰 어른이 된 지금에서야 인형이 갖고 싶어 졌다. 이전에 지나가다 본 큰 인형이 갖고 싶다는 동생의 말에 부모님은 흔쾌히 동생에게 인형을 사주며 내게도 사지 않겠냐고 물어왔다. 그 당시엔 맏딸이고 어른이기에 인형은 필요 없다며 허세 아닌 허세를 부렸지만 집에 돌아오자마자 후회했다.


인형이 갖고 싶었지만 왜 갖고 싶다고 말을 하지 못했을까. 다 큰 어른도 꼭 안고 잘만한 포근한 인형 하나쯤은 가져도 괜찮은데 말이다. 얼마 뒤 쑥스럽지만 엄마에게 털어놓았다. 그때 인형을 사지 않은걸 두고두고 후회하고 있다고, 인형을 사려고 하는데 이왕이면 부모님이 사주는 인형이 갖고 싶다고 말이다. 엄마는 웃으며 지난 동생이 산 인형보다 큰 인형을 사주셨다. 이름은 고미고미, 곰인형인데 보통의 인형보다 큰 곰인형이라 곰 더하기 곰이다.


그렇게  침대에는 매일  안고  곰인형이 자리를 잡았다. 조금 과장해서  몸만  인형이 침대를 차지하고 있는 모양새가 웃기긴 하지만, 기쁜 마음을 숨길 수가 없다. 조금 많이 늦은 나이에 애착 인형이 생긴 것만 같다. 철부지처럼 보였을 수도 있지만  말에 귀를 기울여주고,  마음을 헤아려준 부모님께 감사하다. 부모님이 선물해 준 고미고미와 오래 함께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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