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적부터 함께한 애착 인형을 가진 사람들이 은근히 부러웠다. 추억이 담긴 인형 하나 없다는 게 괜히 아쉽기도 했다. 다 큰 어른이 된 지금에서야 인형이 갖고 싶어 졌다. 이전에 지나가다 본 큰 인형이 갖고 싶다는 동생의 말에 부모님은 흔쾌히 동생에게 인형을 사주며 내게도 사지 않겠냐고 물어왔다. 그 당시엔 맏딸이고 어른이기에 인형은 필요 없다며 허세 아닌 허세를 부렸지만 집에 돌아오자마자 후회했다.
인형이 갖고 싶었지만 왜 갖고 싶다고 말을 하지 못했을까. 다 큰 어른도 꼭 안고 잘만한 포근한 인형 하나쯤은 가져도 괜찮은데 말이다. 얼마 뒤 쑥스럽지만 엄마에게 털어놓았다. 그때 인형을 사지 않은걸 두고두고 후회하고 있다고, 인형을 사려고 하는데 이왕이면 부모님이 사주는 인형이 갖고 싶다고 말이다. 엄마는 웃으며 지난 동생이 산 인형보다 큰 인형을 사주셨다. 이름은 고미고미, 곰인형인데 보통의 인형보다 큰 곰인형이라 곰 더하기 곰이다.
그렇게 내 침대에는 매일 밤 안고 잘 곰인형이 자리를 잡았다. 조금 과장해서 내 몸만 한 인형이 침대를 차지하고 있는 모양새가 웃기긴 하지만, 기쁜 마음을 숨길 수가 없다. 조금 많이 늦은 나이에 애착 인형이 생긴 것만 같다. 철부지처럼 보였을 수도 있지만 내 말에 귀를 기울여주고, 내 마음을 헤아려준 부모님께 감사하다. 부모님이 선물해 준 고미고미와 오래 함께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