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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티끌 May 12. 2021

스페인에 가고 싶다

운동을 좋아하지 않는 나에게 그나마 나은 운동이라 함은, 걷기 운동이다. 좋아하는 노래를 듣거나 혹은 그저 주위의 소리를 들으며 걷는다. 그저 걷기만 해도 어지러운 마음이 정리가 되고, 불어오는 바람을 힘껏 들이키면  안으로 작은 설렘이 들어오는 듯하다.


나에게 산티아고 순례길은 이전부터 손에 꼽아온 버킷리스트였다. 조금만 체력을 길러 다녀와야지 미루다가 아뿔싸, 코로나 19 때문에 그 의지가 꺾여버리고 말았다.


종교적인 이유에서가 아니라 그저 오랜 시간 걷고 싶었다. 누군가는 삶의 터닝포인트라고 말하는 그 산티아고 순례길을 내가 걷는다면, 난 무엇을 얻고 잃는 시간이 될지 궁금했다. 내리쬐는 햇빛과 흐르는 땀을 즐기며 걸을 수 있을지, 몸이 아프고 금세 지쳐 포기하게 될지, 끝이 보이지 않는 그 길을 따라 과연 마지막에 도착할 수 있을지, 나는 현재로썬 예상할 수 없는 내 모습이 궁금했다.


지금까지 살면서 체력적으로 극한의 경험을 한 적이 있던가, 되돌아 보니 난 정말 곱게 자랐구나 싶다. 큰 고생 없이 큰 무리 없이 그저 그렇게 지나왔구나 싶다. 산티아고 순례길은 내 스스로 체력의 한계에 도전해본다는 것에 의미가 있기도 하다.


비행기를 타고 스페인에 가는 그날 까지, 부디 이 열정과 의지가 사그라들지 않기를 스스로에게 주문을 걸어본다. 기약할 순 없지만 그 어느 날 순례길을 걷고 있는 내게 응원하는 마음을 담아 기도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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