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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티끌 May 14. 2021

자격지심을 인정하기로 했다

한 친구가 있다. 나와는 외모부터 성격까지, 자라온 환경과 하고 있는 일까지 모두 다른 한 친구가 있다. 대학교 신입생 시절 만난 이 친구와 초반에는 그다지 친하지 않았다. 너무 달랐기 때문에 어쩌면 당연했겠지만 다투기도 많이 다퉜다.


그 당시엔 이 친구의 의견은 일단 반박했고, 내 고집부리기 바빴다. 내가 너보다 못한 게 뭐야, 하는 마음에 투덜대기도 했다. 이 친구는 그저 수많은 나의 대학교 친구들 중 스쳐 지나갈 저 아래 우선순위가 낮은 그런 친구라고 생각했다. 대학교를 졸업하고 몇 년 뒤, 지금 몇 안 남은 나의 인연 중 하나가 그 친구이다. 이렇게 인연을 이어오게 된 건 내 마음가짐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나는 그때 그 친구에게 열등감과 거기에서 비롯되는 자격지심이 가득했다. 부러운 게 많은 친구라 이 사실을 인정하기 싫어 애써 부정해왔던 것이다. 이 하나의 사실을 인정하고 나니, 당시의 우리의 다툼과 의문들이 모두 해결되었다. 친구에겐 사과를 건넸고, 성숙하지 못한 내 모습에 반성했다.


열등감과 자격지심이 얼마나 쓸모없는 것인지 알았다. 그런 마음들이 날 썩어 문드러지게 만들고, 잘못 없는 누군가를 미워하게 만든다. 하지만 그 사실을 인정하고 스스로 개선의 의지가 있다면, 소중한 인연이 하나 생길지도 모른다. 쉽지만 어려운 게 내 마음을 인정하는 일이다. 스스로 부정하고 있는 무언가가 있는지 고민해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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