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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티끌 May 15. 2021

어디까지 했더라

난 참 단순한 사람이다. 온갖 고민과 마음고생으로 하루 온종일을 힘들어하다가도 자고 나면 말끔히 개운해진다. 내가 무엇 때문에 힘들어했었지? 기억이 잘 나질 않는다. 이런 단순한 내가 좋은지 나쁜지 잘 구분이 안 간다.


친구 혹은 연인과 싸우고 나서도 같은 모습이다. 북받쳐 올라 펑펑 울다가도, 머릿속이 터질 것 같다가도, 서운함과 분노에 치를 떨다가도 자고 일어나면 그 모든 감정들이 소멸되어 차분해진다. 그래서 당장 해결되지 않을 마음만 다치는 그런 다툼이 일어나면 일부러 잠에 들려고 노력하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난 내 마음에는 종료 버튼이 있다고 상상하곤 한다. 더 이상의 감정 소모가 없도록, 좋지 않은 감정을 길게 끌고 가지 않도록 강제로 종료 버튼을 눌러 멈추게 하는 것이다. 흔히들 제품이 잘 안되면 전원을 껐다 켜라고 말하는 것처럼 나 역시도 종료 후 재시작을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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