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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티끌 May 23. 2021

나 혼자 여행

처음으로 혼자 떠난 일본 도쿄 여행이 떠올랐다. 저녁엔 조금 쌀쌀하지만 매일이 날씨가 좋았던 3월의 도쿄 여행이었다. 이제껏 다닌 여행들 중 유일하게 혼자 떠난 도쿄여서 그런지 온 정성을 쏟기도 했고, 그만큼 긴장을 했더랬다.


누군가와 대화하고 함께하는 여행보다는 그저 오롯이 나 혼자만의 시간을 즐길 수 있어서 좋았다. 도쿄타워 밑에 가만히 앉아 주위를 둘러보니 혼자 온 사람은 몇 되지 않았다. 롯폰기 야경을 보러 전망대에 도착해 주위를 둘러보면 역시나 혼자 온 사람은 몇 되지 않았다. 나만 혼자라는 사실에 위축되고 외롭다기보다는 오히려 너무 여유롭고 행복했다.


매일 밤 잠들기 전, 다이어리와 군것질 그리고 맥주 한 캔을 들고 숙소 로비로 나갔다. 혼자 하루를 정리하며 마시는 맥주는 세상 맛있었고, 고단했던 하루를 정리하는데 최고였다. 다른 숙박객들의 대화 소리와 스피커에서 나오는 노래를 배경음악 삼아 다이어리를 썼던 그 순간이 아직도 생생하다. 이 여행은 혼자 떠난 여행이기에, 이 여행을 기억해줄 사람은 나뿐이라는 사실에 열심히도 다이어리를 썼다. 내가 기억하지 못하면 이번 여행은 누구의 기억에도 남지 않을 텐데, 그렇다면 너무 속상할 거야.


해외여행은 꿈도 못 꾸고 있는 이 시국에, 그때 기록했던 다이어리를 다시 펼쳐 본다. 어렸던 나는 일정을 빡빡하게 채웠었고 용케 다 소화해냈더라. 걷기도 많이 걷고 힘들었을 여행일 텐데 다이어리 속 예전의 나는 뭐가 그리 좋은지 글만 봐도 행복이 넘쳐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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