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과 메신저
싸이월드가 저물어가면 2011년, 대학교 새내기였던 나는 유행처럼 번지는 페이스북에 가입했다. SNS라는 말도 어색하던 시절, 신문방송학과 전공자로서 새로운 서비스에 뒤쳐지기 싫었다. 곧 주변의 모든 친구들이 페이스북에 가입했고 아직도 그 시절 피드를 확인해보면 친목도모를 위한 게시글이 남아있다. 페이스북에는 현재 접속 중인 친구에게 메시지를 보낼 수 있는 간단한 채팅도 사용할 수 있었다. 그 덕에 나는 친구들과 새벽까지 기숙사에서 페이스북 채팅을 하곤 했고, 마음이 맞으면 갑작스레 술을 마시러 나기도 했다.
하지만 페이스북 메신저(페메)는 지금, 페이스북에서 강제 분리된 모바일 메신저 앱이다. 게시물을 공유하거나 친구를 소환할 때 유용하게 사용했지만, 어느 순간부터 앱 자체를 강제 분리시키더니 툭하면 실행되는 번거로운 존재가 돼버렸다. 적어도 나에겐.
그럼에도 불구하고 페메는 사진, 영상 등 다양한 콘텐츠와 피드에서 소통이 가능한 페이스북이라는 가장 거대한 플랫폼 위에서, 메신저까지 한 번에 가능한 유용한 메신저다. 엄마, 아빠, 부장님도 다 보고 있는 카톡보다, 페메는 때때로 개인적인 공간이 될 수도 있다. 웬만하면 적어도 주변에 페이스북 계정 하나쯤은 가지고 있기 때문에 필요한 대화를 하는데도 어려움이 없다. 무엇보다 카톡과 반대로 멀티 디바이스를 지원해 로그인만으로 메신저를 사용할 수 있다. 스마트폰-컴퓨터-태블릿 제한 없이 넘나드는, 인터넷만 가능하다면 이용 가능한 메신저이기 때문이다.
테크크런치에 따르면 지난 4월 페이스북 메신저 월 사용자가 12억 명을 돌파했다. 16년 7월 이후로 약 7개월 만에 2억 명의 사용자가 더 늘었으니, 파급력이 어마어마하다. 월 사용자 10억이 넘는 다른 메신저는 왓츠앱인데, 이도 페이스북이 가지고 있으니 주커버그는 세계에서 제일가는 메신저 두 개를 가진 셈이다. 이 정도면 세계적으로 메신저가 가지는 힘이 어느 정도 인지 가늠할 수 있겠다. 특히 페이스북은 더 그렇다.
우리나라는 '카카오톡'이라는 거부할 수 없는 메신저가 있어서(이유는 안 쓰면 주변의 불편이 모두 가중되기 때문이다) 페메를 주로 활용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지는 모르겠다. 물론 그전에 페이스북 메신저 앱이 너무 별로다. 어떤 이유에서인지 굉장히 무거우며, 페이스북과 같이 배터리를 귀신같이 잡아먹는다. 당장 앱스토어만 확인해봐도 무수히 많은 별점 테러를 확인할 수 있다. 아무튼, 내 주변 사람들은 페이스북을 시간 때우기용으로 쓰는 편인데, 우연히 스브스 뉴스를 보니 요즘 10대들은 이런 페메를 많이 사용하고 고백부터 이별까지 한다고 한다.
이거 너무 인스턴트 러브 아닌가 싶지만 한편으로는 이해가 가기도 한다. '요즘 애들은~'이라고 운을 띄우면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지 않고, 간혹 온라인과 현실 구분 없이 자기표현을 하는 격동의 시기를 보낸다고 할 가능성이 높다. 그만큼 10대들은 받아들이는 게 빠르고, 그 시대의 가장 빠르게 변하고 있는 어떤 부분을 단면적으로 보여주기도 한다. 또한 페이스북이 생활의 일부가 되어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 만큼, 이들에게 페메는 카톡과 다른 새로운 통로를 열어주고 있을지도.
카톡이 언제까지 건재할지는 모르지만, 확실히 다양한 피드에서 즐거움도 감동도 공유할 수 페이스북이 10대들에게 강력하게 어필이 될 것이다. 카카오톡 채널은 카카오 플랫폼 안에서의 소비형 콘텐츠로 채워지는 반면, 페이스북은 다양한 플랫폼을 받아들여 끝없이 새로운 콘텐츠가 넘나들기 때문이다. 페이스북에서 수많은 게시물에 서로를 태그 하면서, 댓글놀이를 하는 것 자체가 이들에겐 거대한 문화다. 꼭 스마트폰으로 카톡을 열지 않고도, 이러한 것들을 공유할 수 있는 것이 큰 메리트다. 나중에는 ‘카톡해’ 보다 ‘페메 해’라는 말을 자주 들을지도 모르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