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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yunikun Dec 11. 2017

#5 좋은 리모컨을 찾아서

단순한 것이 최고는 아니다. 그러나 최고는 늘 단순하다.

2017년이 한 달도 남지 않았다.

서점에는 2018년을 예측하는 ‘트렌드’ 관련 책이 빼곡히 쌓여있다.

‘~년의 트렌드’ 하면 생각나는 서울대 소비자학과 김난도 교수의 트렌드 코리아는 어김없이 베스트셀러 자리를 차지했다. 10주년 기념판이란다. 벌써 이 책을 본 지가 10주년이라니. 연말 연초의 베스트셀러를 독차지하는 이 책을 시샘한 탓인지, 새 해의 트렌드를 전망한다는 주제로 나오는 책은 이제 한두 권이 아니다. 흥미가 가는 건 모바일 트렌드다. 같은 출판사의 책이지만 전공 탓인지 손이 조금 더 간다고나 할까. 이 이야기는 나중에 하고....


아무튼 연일 4차 산업혁명의 시대라고 떠들어댄다. 4차 산업혁명이라는 말은 오래전부터 들어도 아직까지 실체를 모르겠다. 빅데이터, 모바일, IoT, 자율주행, 무인기술.. 

아무 생각 없이 드라마를 보던 중 눈에 들어오는 장면이 있었으니.

SBS 사랑의온도

이 장면은 뭘까. 물론 요즘 가정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이기도 하다.

하지만 굳이 리모컨을 세 개씩 올려놓고 저 장면을 촬영했어야 했나?... 리얼리티를 살리기 위해서일까.

아니면 TV의 PPL이라고 치자. 이해하려고 해도 주인공이 집어 든 리모컨은 TV 전용 리모컨이 아니다.


그렇다면 각각 무슨 리모컨인지 추리해보자.

가장 버튼이 많은 것은 IPTV 리모컨일 것이다. IPTV용 리모컨은 자잘한 기능을 다 구겨 넣었기 때문에 심플할 수 없다. 이건 초창기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버튼이 적은 심플한 모델은 위쪽에 마이크 버튼이 달린 것을 보니 음성인식을 지원하는 스마트 TV용 리모컨으로 보인다. 나머지 하나 수많은 버튼이 달린 리모컨은 무엇일까. 이미 IPTV 셋톱용, TV용까지 나왔는데. 아마도 IPTV, 스마트 TV 상관없이 사용할 수 있는 통합 리모컨으로 보인다. 


모바일이다 IoT다 해서 통합/융합의 개념이 강조되고, 멀티펑션을 제공하는 디바이스나 서비스가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단 한 가지 변화하기 어려운 것이 리모컨이다. 그동안 리모컨에 변화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스마트 TV에 마우스처럼 이용하기 위해 터치를 적용하기도 했고, 텍스트 입력을 위해 작은 키보드형 리모컨이 나오기도 했다.

왼쪽은 LG 스마트 TV 용이고, 오른쪽은 소니 스마트 TV용 리모컨이다. 두 모델 모두 노래방 리모컨을 생각나게 하는 키보드가 달려있다. LG는 부피를 줄이기 위해 뒷면에 키보드를 장착하고, 리모컨을 내려놓았을 때를 생각에 좌우 높이가 다른 디자인을 적용한 것으로 보인다. 소니는 플레이스테이션의 명가답게(?) 얼핏 보면 게임기를 연상시키기도 하지만, '뭘 필요로 할지 몰라 다 넣어봤습니다' 하는 느낌이다.


이렇게 다양한 리모컨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집에서 집어 드는 것은 TV와 IPTV를 넘나들며 자유롭게 사용이 가능한 통합 리모컨이다. 대형마트에서도 저렴한 가격에 구입이 가능한 이 리모컨은 정말로 만능이다. 적외선 신호를 주고받을 수 있어 리모컨 신호를 받는 기기에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 리모컨을 여러 개 사용하지 않아도 되니까 편리하다. 그래도 최근 나오는 올레 TV, CJ헬로비전 등의 리모컨은 다행히 통합 리모컨의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이런 현상을 보면 와이파이니, 블루투스 니 해도 가장 직관적인 건 적외선 포트라는 말이 있다. 적외선 포트 하나로 TV, 에어컨까지 IoT란 말이 무색하게끔 컨트롤할 수 있으니 말이다.


사진 - 삼성전자 뉴스룸

삼성전자가 최근 출시한 QLED TV의 리모컨은 직관적인 인터페이스를 적용하려고 노력했다. 원리모컨(One remote control)다른 불필요한 버튼을 없애고 원형 컨트롤러와 꼭 필요한 버튼만을 남겨놓았다. 음성인식을 주로 활용하라고 하는 듯 하지만, 음성 컨트롤을 직접 사용해본 결과 인식률이 썩 좋지는 않다. 특히 한글과 영어를 넘나들기도 불편하다. 원리모컨의 이름에 걸맞게 TV와 연결된 다양한 기기를 이 리모컨 하나로 컨트롤할 수 있는 점은 칭찬할만하다.


새로운 기술을 누구보다 빨리 사용해보고 싶고, 접하고 있지만 언제나 최신 기술이 편리함을 가져다주는 것은 아니었다. 때로는 불편하게 느껴지는 기술에 적응하면 더 편리한 생활을 누릴 수 있기도 하다. 사용자 경험(User Experience)을 변화시킨다는 건 늘 어렵다. 결국 적응의 문제일까. 삼성전자 뉴스룸의 마지막 말을 빌린다. 오스트리아 건축가 마가레테 쉬테 리호츠키(Margarethe Shutte-Lihozky)가 디자인과 관련해 남긴 명언이다.

단순한 것이 최고는 아니다. 그러나 최고는 늘 단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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