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Hyunikun Dec 08. 2017

#4 아날로그, 사람들이 찾게 만드는
바로 그것

아날로그의 반격

필름 카메라, LP, 종이로 된 다이어리. 절대 없어지지 않는 것, 그리고 디지털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잊을 수 없는 것. 아니 오히려 더 많이 찾는 것들이다. 사진 찍는 것을 좋아하는 나는 필름 느낌을 내는 사진 필터를 주로 사용한다. 선명하고 쨍한 느낌보다 어딘가 낡은 듯하면서 '사진'이라는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불과 몇 년 전엔 최신형 MP3를 내버려두고 CD플레이어를 다시 구입해 음악을 듣기도 했고, (껌전지를 아는가?) 일부러 메시지보다 엽서를 쓰기도 한다.

'아날로그의 반격', 원제는 'The Revenge of Anlaog', 부제는 'Real Things and They Matter'로, 반격보다는 복수, 그리고 진짜 사물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이제는 불편한, 여러 단계의 과정을 거쳐야 하는 구식이 돼버린 아날로그. 그리고 기술은 점점 발달해 디지털 시대를 열었다. 하지만 놀랍게도 우리가 레코드판, 종이, 필름을 찾는 이유는 디지털 때문이다. 저자는 아날로그의 부활을 플라스틱 LP, 잘 나가는 종이의 대명사 몰스킨 그리고 인스탁스와 같은 필름 카메라를 예로 들어 설명한다.

공통점은 더 이상 많은 사람들이 찾지 않고, 매니아층만 남아버렸거나 시간이 흘러도 고유의 특성을 가지고 있는 것들이었다. 소리가 일정하지 않았던 레코드판이 그랬고,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종이가 그랬다.


아날로그는 결국 '본질'을 간직한 채 많은 사람들이 찾게 만드는 것이었다. 오히려 아날로그를 찾게 만든 것은 디지털이었다. 아마존, 이베이와 같은 온라인 시장이 발달하면서 중고 거래가 활발해졌고, 레코드판의 인기는 희소성을 더하면서 커졌다. 수백 번 백업을 하는 것보다 태우지 않는 종이, 그리고 그 위에 직접 글을 써 내려가는 것이 좋은 우리는, 몰스킨을 찾는다. 아무리 카메라 화질이 좋아져도 사진을 직접 보고 만질 수 있는 필름을 원했고, 친구들과 얼굴을 맞대고 즐기는 보드게임은 킥스타터와 같은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을 통해 멋지게 부활했다.


아날로그는 '인간과 사물 사이에 가능한 경험'이라는 부분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우리는 무언가를 배울 때 그저 가만히 듣고 지나가는 것과 직접 시도해 봤을 때, 후자가 더 기억에 남는다. '겪어봐야 안다'는 말처럼. 이렇게, 아날로그는 인간이 사물을 통해 경험할 수 있는, 가장 원초적인 '욕구'는 아닐까.

종이가 있으면 우리는 글을 쓰기 위해 부팅을 하고 앱을 실행할 필요가 없다. 그냥 펜을 들고 쓰기 시작하면 된다. 디지털로 다운로드된 일정한 소리의 음악보다 레코드판의, 라디오의 불규칙한 사운드가 끌릴 때도 있다. 어쩌면 아날로그적 행위는 우리를 조금 더 여유롭고,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감성을 이끌어 내는 과정과 같다. 디지털은 아날로그를 밀어내기보다 이끌어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자석의 양 극처럼, 사람을 끌어당긴다.


책의 한 구절이 기억에 남는다.

'정서와 관련된 모든 단어가 아날로그 영역에 있었어요. 반면 디지털 영역은 모두 완벽함과 속도에 관한 단어들이었지요.'


매거진의 이전글 #3 푸른 새는 다시 지저귀는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