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은 알고 있다: 원인 모를 통증과 피로
분명 충분히 잠을 잤는데도, 아침에 눈을 뜨면 마치 밤새 보이지 않는 노동이라도 한 듯 정신은 희미하고 온몸의 근육은 젖은 솜처럼 무겁습니다. 특별히 무리한 운동을 한 것도 아닌데 어깨와 등은 항상 거대한 돌덩이를 얹은 듯 딱딱하게 뭉쳐 있고, 심할 때는 두통까지 이어집니다. 중요한 발표나 낯선 모임을 앞두면 어김없이 위장이 꼬이는 듯한 느낌과 함께 소화가 안 되고 속이 더부룩합니다. 큰마음 먹고 병원에 가봐도 혈액 검사나 내시경에서는 아무런 이상이 발견되지 않고, 결국 "신경성", "스트레스성"이라는 모호한 진단과 함께 돌아섭니다. 명확한 원인을 찾지 못해 답답하고, 심지어는 이 진짜 고통을 아무도 이해해주지 못한다는 생각에 외로워졌던 경험, 혹시 없으신가요?
우리 초민감자(HSP)들에게 이러한 원인 모를 통증, 만성적인 피로, 그리고 예민한 소화기 증상은 너무나 익숙한 불청객입니다. 우리는 종종 이러한 신체 증상들을 그저 남들보다 예민한 성격 탓으로 돌리거나, 의지가 약해서 그렇다며 스스로를 '저질 체력'이라 낙인찍고 채찍질하곤 합니다. 하지만 당신의 몸은 나약해서 비명을 지르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당신의 섬세한 신경계가 감당할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서고 있다는 가장 정직한 신호를 보내는, 가장 지혜로운 조언자입니다. 당신의 몸은 당신에게 꼭 필요한 메시지, 즉 '돌봄이 필요하다'는 신호를 보내기 위해 가장 원시적이고 정직한 언어로 말을 걸고 있는 것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왜 우리의 몸이 유독 더 자주, 더 강렬하게 이러한 신호를 보내는지 그 근본적인 원인을 신경과학적 관점에서 깊이 탐색해 보고자 합니다.
초민감자의 신체 증상은 단순히 심리적인 문제나 '꾀병'이 아닙니다. 민감한 신경계가 세상을 경험하는 방식에서 비롯된, 명백한 생리적 결과물입니다. 우리의 몸과 마음은 분리되어 있지 않으며, 섬세한 마음은 섬세한 몸을 가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 근본적인 이유를 세 가지 측면에서 더 깊이 살펴보겠습니다.
초민감자의 신경계는 기본적으로 '과각성(Hyper-arousal)' 상태에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는 위험에 대비하는 '투쟁-도피' 시스템, 즉 교감신경계가 항상 낮은 수준으로 활성화되어 있다는 의미입니다. 비초민감자는 스트레스 상황이 끝나면 '휴식-회복' 시스템인 부교감신경계가 활성화되어 몸을 평온한 상태로 되돌리지만, 초민감자는 그 전환이 원활하지 않아 늘 미세한 긴장 상태를 유지하는 것과 같습니다. 이 상태가 지속되면, 우리 몸은 만성적인 스트레스 상황으로 인식하고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을 계속해서 분비합니다.
단기적으로 코르티솔은 염증을 억제하고 에너지를 공급하는 긍정적인 역할을 하지만, 만성적으로 과다 분비되면 오히려 부신(Adrenal Gland)을 지치게 만들어 부신 피로를 유발합니다. 결국 코르티솔 조절 시스템이 망가지면서, 염증 반응을 제대로 통제하지 못해 원인 모를 통증(섬유근육통 등)이 생기고,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사용하지 못해 만성 피로에 시달리게 되는 것입니다. 아침에 일어나기 힘들고, 오후에는 급격히 에너지가 떨어지며, 밤에는 오히려 정신이 말똥말똥해지는 'wired but tired' 상태가 바로 이 때문일 수 있습니다.
우리의 뇌는 몸 전체 에너지의 약 20%를 사용하는, 가장 에너지를 많이 쓰는 기관입니다. 초민감자의 핵심 특성인 '깊은 정보 처리(Depth of Processing)'는, 이 에너지 소비를 극대화합니다. 비초민감자가 10의 에너지로 처리할 정보를, 우리는 50 또는 100의 에너지로 처리합니다. 예를 들어, 동료의 간단한 이메일 한 통을 읽을 때도, 우리는 그 문장의 뉘앙스, 사용된 단어의 숨은 의도, 이전 대화와의 연관성, 그리고 답장을 보냈을 때 예상되는 상대방의 반응까지 수많은 변수를 동시에 시뮬레이션합니다. 사소한 대화 하나에도 수많은 가능성을 시뮬레이션하고, 다른 사람의 감정을 분석하며, 과거의 데이터를 끊임없이 참조하는 이 모든 과정은 눈에 보이지 않는 막대한 양의 정신적 노동입니다.
이렇게 뇌에서 에너지를 과도하게 사용하면, 신체 기능을 유지하고 회복하는 데 필요한 에너지가 부족해져 극심한 피로감과 무기력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뇌가 모든 포도당을 가져다 쓰기 때문에, 근육을 움직이고, 면역체계를 유지하며, 손상된 세포를 복구하는 데 쓰일 에너지가 절대적으로 부족해지는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충분히 쉬어도 피곤하고, 다른 사람들보다 쉽게 지치는 근본적인 이유입니다.
높은 공감 능력으로 인해 타인의 감정을 자신의 것처럼 흡수하는 초민감자의 특성은, 종종 신체화(Somatization) 현상으로 이어집니다. 신체화란, 처리되지 않은 감정적 스트레스가 신체적 증상으로 나타나는 것을 의미합니다. 우리의 뇌와 장은 '뇌-장 축(Gut-Brain Axis)'이라는 긴밀한 신경망으로 연결되어 있어, 감정적 스트레스는 장내 미생물 환경을 바꾸고 소화 기능을 직접적으로 저하시킵니다. 예를 들어, 직장 상사에게 받은 부당한 스트레스나 억울한 감정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고 억누르면, 이 감정적 에너지가 길을 잃고 위장으로 향해 소화 불량이나 과민성 대장 증후군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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