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의 연속성'을 일깨우는 향기

계절의 문턱, 시간의 절벽 앞에 선 당신에게

by 이지현

어느 날 저녁, 창문을 여는 순간 문득 깨닫게 됩니다. 어제와는 다른, 서늘하고 날카로운 결을 가진 공기가 훅 밀려 들어옵니다. 여름내 무성했던 나뭇잎들은 어느새 빛바랜 색으로 갈아입을 채비를 하고, 하늘은 더 높고 투명해졌습니다. 계절이 바뀌는 이 분명한 신호 앞에서, 많은 사람들은 새로운 계절에 대한 기대를 이야기하지만, 우리 초민감자(HSP)들의 마음에는 종종 설명할 수 없는 스산함과 함께 깊은 불안이 찾아옵니다. '여름'이라는 이름의 찬란하고 활기찼던 세계가 끝나고, '가을'이라는 미지의 쓸쓸한 세계로 건너가야 하는 시간. 우리는 매년 몇 번씩, 이 '계절의 경계선'이라는 아찔한 절벽 앞에 홀로 서게 됩니다.

사람들은 이를 그저 '계절을 탄다'는 가벼운 말로 표현하지만, 우리에게 이 감정은 단순한 감상에 젖는 것을 넘어, 깊은 '존재론적 불안'에 가깝습니다. 뜨거운 태양 아래 자유로웠던 '여름의 나'와, 스산한 바람 속에 움츠러들어야 하는 '가을의 나' 사이의 단절감. 이 두 개의 다른 자아가 충돌하는 경계선 위에서, 우리는 마치 나의 존재가 유한하고 소멸하는 자연의 일부임을 온몸으로 깨닫는 듯한 고통과 불안을 느낍니다. 이번 글에서는 이처럼 우리를 매 계절 고통스럽게 하는 '시간의 단절감'을 철학적인 관점에서 탐색하고, 이 끊어진 세계들을 부드럽게 이어줄 가장 오래되고 지혜로운 다리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바로 수천 년의 시간을 품고 있는 고대의 나무와 수지(Resin)의 향기입니다. 프랑킨센스(Frankincense)와 미르(Myrrh)와 같은 향기는, 봄, 여름, 가을, 겨울이라는 인간이 만든 시간의 구분을 넘어, 유유히 흐르는 강물처럼 결코 끊어지지 않는 당신의 '존재의 연속성'을 일깨워 줍니다. 이 향기로운 여정을 통해, 당신은 더 이상 시간의 절벽 앞에서 두려워하는 대신, 영원의 관점에서 현재를 바라보는 평온의 지혜를 배우게 될 것입니다.




시간의 경계와 초민감성

'깊은 정보 처리'와 '끝'에 대한 과도한 몰입

초민감자의 뇌는 '깊은 정보 처리(Depth of Processing)'라는 강력한 엔진을 가지고 있습니다. 계절이 바뀔 때, 비초민감자의 뇌가 '이제 덥지 않아서 좋네'라는 단순한 생각에 머무를 때, 우리의 뇌는 '여름의 끝'이라는 개념에 깊이 몰입합니다. 뜨거웠던 햇살, 싱그러웠던 나뭇잎, 자유로웠던 휴가의 기억들. 우리는 이 모든 '사라지는 것들'의 가치를 누구보다 깊이 느끼고, 그 상실에 대해 미리 애도하기 시작합니다. 아직 오지 않은 겨울의 추위와 어둠까지 미리 끌어와 현재를 살기 때문에, 계절의 변화가 주는 자연스러운 흐름을 즐기지 못하고, '끝'이라는 단절의 고통에 짓눌리게 됩니다.


'높은 감정 반응성'과 신경계의 극적인 전환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갈 때, 우리의 몸과 신경계는 실제로 극적인 전환을 겪습니다. 일조량이 줄어들면서 '행복 호르몬'인 세로토닌 분비가 감소하고, '수면 호르몬'인 멜라토닌 분비가 늘어납니다. 초민감자는 '높은 감정 반응성'으로 인해, 이 신경전달물질의 미세한 변화에도 다른 사람들보다 훨씬 더 큰 감정적, 신체적 영향을 받습니다. 이유 없는 무기력감, 우울감, 그리고 늘어나는 수면 시간은, 바로 이 계절의 변화에 적응하려는 신경계의 격렬한 몸부림입니다. 편안함에서 스산함으로, 활력에서 차분함으로의 급격한 전환은, 우리의 몸과 마음에 멀미와도 같은 깊은 불편함과 불안감을 유발합니다.


'안전지대'의 상실에 대한 본능적 두려움

우리에게 익숙한 계절은 하나의 '안전지대'이자 '안식처'입니다. 예측 가능한 날씨, 익숙한 옷차림, 반복되는 일상. 이 모든 것이 우리의 섬세한 신경계를 안정시켜 줍니다. 계절의 변화는 바로 이 안전지대를 곧 상실하게 될 것이라는 예고와도 같습니다. 우리의 뇌에서 감정의 경보 시스템 역할을 하는 편도체(Amygdala)는 이 '익숙함의 상실'과 '예측 불가능성'을 생존에 대한 위협으로 인식하고, 불안과 두려움의 신호를 보내기 시작합니다. "이제 곧 춥고 어두운 위험한 시간이 올 거야"라는 원시적인 뇌의 외침이, 바로 우리가 느끼는 막연한 불안의 정체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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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아로마테라피스트 이지현입니다. 법학과와 스포츠의학을 전공한 뒤, 현재는 국제 아로마테라피스트로 활동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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