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밖은 회색, 마음도 회색 초민감자의 기분과 향기

비 오는 아침, 유독 무거운 몸과 마음

by 이지현

알람이 울리기 전부터 귓가를 파고드는 빗소리, 혹은 창문 틈으로 스며드는 무겁고 축축한 공기. 눈을 뜨자마자 마주한 회색빛 하늘은, 마치 오늘 하루가 이미 실패한 것처럼 암울한 예감을 안겨줍니다. 몸은 스펀지처럼 물을 머금은 듯 무겁고, 마음은 이유 없이 바닥으로 가라앉습니다. 커피를 마셔도 정신은 맑아지지 않고, '오늘 하루도 무사히 버텨내야 한다'는 생각에 벌써부터 지쳐버립니다. 다른 사람들은 "비가 와서 운치 있네"라고 말할 때, 왜 나만 이토록 날씨의 노예가 되어 감정의 롤러코스터를 타는 걸까요?


이처럼 날씨에 유독 감정이 크게 좌우되는 것은, 결코 당신의 의지가 약하거나 성격이 유별나서가 아닙니다. 이는 당신의 섬세한 신경계가 다른 사람들이 감지하지 못하는 대기의 미세한 변화(일조량, 기압, 습도)까지도 '중요한 신호'로 받아들이고, 그에 정직하게 반응하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우리 초민감자(HSP)들의 뇌는 세상의 모든 자극을 더 깊이, 더 섬세하게 처리하도록 설계되었습니다. 따라서 잿빛 하늘과 축축한 공기는 우리에게 단순한 날씨 정보가 아닌, 우리의 기분과 에너지 레벨을 직접적으로 좌우하는 강력한 감각적 입력값이 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태양을 띄울 수 없다면, 내 마음 안에 스스로 '심리적 햇살'을 띄워보는 것은 어떨까요? 이번 글에서는 이처럼 궂은 날씨에 속수무책으로 가라앉는 당신을 위해, 가장 빠르고 효과적으로 뇌에 '밝음'과 '활력'의 신호를 보내는 '아로마테라피'를 제안하고자 합니다. 향기는 우리의 복잡한 생각을 건너뛰고, 가장 원시적인 감각을 깨워 당신의 하루에 긍정적인 에너지를 불어넣는 가장 향기로운 '인공 태양'이 되어줄 것입니다.





왜 나의 기분은 날씨를 따라갈까?: 초민감자의 감각 기상대

'빛'과 '행복 호르몬' 세로토닌의 과학

우리의 기분과 수면, 식욕 등을 조절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신경전달물질이 바로 '행복 호르몬'이라 불리는 세로토닌(Serotonin)입니다. 이 세로토닌의 분비는 햇빛의 양과 매우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햇빛이 우리의 망막을 통해 뇌로 전달되면, 뇌는 세로토닌 생성을 촉진합니다. 하지만 비가 오거나 흐린 날처럼 일조량이 급격히 줄어들면, 세로토닌 생성량도 함께 감소하게 됩니다. 이로 인해 우리는 이유 없는 우울감, 무기력감, 그리고 유독 탄수화물이 당기는 듯한 식욕 변화를 느끼게 되는 것입니다. 초민감자는 신경전달물질의 미세한 변화에도 더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이 세로토닌 감소의 영향을 더 크게 체감할 수 있습니다.


'수면 호르몬' 멜라토닌의 역습

반대로, 어둠은 '수면 호르몬'이라 불리는 멜라토닌(Melatonin)의 분비를 촉진합니다. 멜라토닌은 우리가 밤에 깊은 잠을 잘 수 있도록 돕는 고마운 호르몬이지만, 해가 떠야 할 아침에도 날씨가 어두우면 뇌는 혼란에 빠집니다. 아직 밤인 줄로 착각한 뇌가 멜라토닌을 계속 분비하게 되고, 이로 인해 우리는 낮 동안에도 졸리고, 무기력하며, 활동 의욕이 없는 '저각성' 상태에 머무르게 됩니다. 아침에 일어나기 유독 힘들고, 하루 종일 안개가 낀 것처럼 머리가 멍한 느낌은 바로 이 멜라토닌의 역습 때문일 수 있습니다.


기압의 변화, 몸이 먼저 안다

"비가 오려나, 무릎이 쑤시네."라는 말처럼, 우리의 몸은 기압의 미세한 변화를 감지하는 능력이 있습니다. 특히, 비가 오기 전 기압이 낮아지면, 대기가 몸을 누르는 압력이 약해져, 우리 몸 내부의 압력이 상대적으로 높아지게 됩니다. 이는 관절이나 근육, 혹은 오래된 상처 부위의 신경을 미세하게 자극하여, 뚜렷한 이유 없는 통증이나 뻐근함, 그리고 몸이 붓는 듯한 무거움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초민감자의 뇌는 이처럼 미세한 신체적 불편함(신호)을 놓치지 않고 증폭시켜, "몸이 좋지 않으니, 기분도 좋지 않다"는 결론으로 연결시키기 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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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아로마테라피스트 이지현입니다. 법학과와 스포츠의학을 전공한 뒤, 현재는 국제 아로마테라피스트로 활동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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