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함 대신 '무사함'을 목표로 하는 아침의 다짐

아침에 눈을 뜨는 것이 버거운 당신에게

by 이지현

전날 저녁부터 스멀스멀 피어오르던 불안이, 아침 알람 소리와 함께 거대한 파도가 되어 당신을 덮칩니다. 오늘 하루도 잘 해내야만 한다. 이 다짐은 긍정적인 동기부여가 아닌, 온몸을 짓누르는 무거운 갑옷처럼 느껴집니다. 머릿속에서는 이미 오늘 하루 동안 겪어야 할 모든 일들(중요한 회의, 까다로운 동료와의 대화, 산더미 같은 업무)이 완벽한 시나리오대로 예행연습되고, 그 시나리오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날까 봐 심장이 쪼그라듭니다.

우리 초민감자(HSP)들에게 완벽한 하루라는 목표는 종종 가장 큰 스트레스의 원천이 됩니다. 모든 것을 깊이 처리하고, 높은 기준을 가진 우리의 뇌는, 좋은 하루를 모든 것을 완벽하게 통제하고 실수 없이 해내는 하루라고 정의 내리기 쉽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결코 우리의 완벽한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습니다. 예상치 못한 변수 하나, 사소한 실수 하나에 오늘 하루는 망쳤다고 좌절하며, 남은 하루를 자책과 무기력으로 채워버립니다. 결국, 잘해야 한다는 강박이 오히려 하루 전체를 무너뜨리는 역설이 발생하는 것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이처럼 우리를 지치게 하는 완벽한 하루에 대한 압박감을 부드럽게 내려놓는 새로운 관점을 제안하고자 합니다.




왜 우리는 완벽한 하루에 그토록 집착하는가?

깊은 정보 처리와 아침의 완벽한 예행연습

초민감자의 핵심 특성인 깊은 정보 처리(Depth of Processing)는 아침에 눈을 뜨는 순간부터 뇌를 과잉 준비 모드로 만듭니다. 우리는 그날 하루 동안 발생할 수 있는 모든 상황을 미리 시뮬레이션하고, 각본을 쓰며, 완벽한 대처 방안을 준비합니다. 이 머릿속 예행연습은 잠재적인 위험을 대비하려는 뇌의 성실한 노력이지만, 동시에 우리에게 이 각본대로 완벽하게 해내야 한다는 거대한 압박감을 줍니다. 각본에 없는 돌발 상황은 곧 실패로 인식되고, 이는 극심한 스트레스와 불안을 유발합니다.


내면의 비판자와 실수에 대한 극심한 두려움

우리의 내면에는 종종 완벽이라는 잣대로 모든 것을 심판하는 가혹한 내면의 비판자가 살고 있습니다. 이 비판자는 비판에 대한 우리의 높은 감정적 민감성을 먹고 자랍니다. 과거에 실수로 인해 비난받거나 수치심을 느꼈던 경험은, 우리의 뇌에 실수 = 위험 = 고통이라는 강력한 공식을 새겨 넣습니다. 이 고통을 피하기 위해, 우리는 애초에 실수하지 않는 것, 즉 완벽해지는 것을 유일한 생존 전략으로 삼게 됩니다. 좋은 하루를 보내야 한다는 압박감은, 사실 이 내면의 비판자로부터 공격받고 싶지 않은 깊은 두려움의 다른 표현일 수 있습니다.


높은 기준과 좋은 하루라는 이름의 과제

우리는 종종 자신과 세상에 대해 높은 기준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는 탁월함의 원천이 되기도 하지만, 동시에 휴식이나 일상마저도 잘 해내야 하는 과제로 만들어 버립니다. 좋은 하루 보내기는 어느새 우리의 할 일 목록 중 가장 중요하고도 무거운 항목이 됩니다. 99%의 평온한 순간보다, 1%의 사소한 흠결(예: 동료와의 작은 마찰)에 집착하며 "오늘은 좋은 하루가 아니었어"라고 실패를 선언합니다. 이처럼 좋은 하루라는 과제에 대한 압박감이, 오히려 우리를 현재의 작은 기쁨들로부터 멀어지게 만드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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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아로마테라피스트 이지현입니다. 법학과와 스포츠의학을 전공한 뒤, 현재는 국제 아로마테라피스트로 활동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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