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SP의 '인지적 마찰' 줄이기

일과 일 사이 '작업 전환'을 돕는 아로마테라피

by 이지현

방금 전까지 격렬했던 팀 회의가 끝났습니다. 당신은 자리로 돌아와, 밀려있던 기획안을 다시 화면에 띄웁니다. 하지만 이상합니다. 몸은 분명 책상 앞에 앉아있는데, 뇌는 여전히 회의실에 남아있습니다. 방금 들었던 동료의 날카로운 피드백, 내가 미처 하지 못했던 말, 그리고 그 순간의 긴장감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습니다. 새로운 업무에 집중하려 애를 쓸수록, 이전 업무의 '잔상'은 더욱 선명해지며 당신의 발목을 붙잡습니다. 10분이면 될 일을 30분이 넘도록 붙잡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며, '나는 왜 이렇게 전환이 느릴까?'라며 자책합니다.

이처럼 하나의 과제에서 다른 과제로 넘어갈 때 유독 많은 시간과 에너지가 소모되는 현상을 '인지적 마찰(Cognitive Friction)'이라고 합니다. 이는 결코 당신의 의지가 약하거나 게을러서가 아닙니다. 오히려, 당신의 뇌가 하나의 작업을 너무나 깊고 성실하게 처리했기 때문에 발생하는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우리 초민감자(HSP)들의 뇌는 '깊은 정보 처리(Depth of Processing)'를 하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하나의 작업에 깊이 몰입한 만큼, 그곳에서 빠져나와 새로운 작업에 몰입하기까지는 더 많은 '예열'과 '냉각'의 시간이 필요한 것입니다. 마치 무거운 기차의 방향을 트는 것이, 자전거의 방향을 트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이처럼 우리를 지치게 만드는 '인지적 마찰'의 정체를 깊이 탐색하고, 이 뻑뻑한 뇌의 기어를 부드럽게 바꿔줄 '아로마테라피'를 제안하고자 합니다. "정신 차려!"라는 이성적인 채찍질 대신, 우리의 가장 원시적인 감각인 후각을 깨워 뇌의 주의를 강제적으로 '환기'시키는 과학적인 방법입니다.




당신의 뇌는 왜 '작업 전환'에 더 많은 에너지를 쓸까?

'주의 잔여물(Attention Residue)'의 함정

심리학자 소피 르로이(Sophie Leroy)는 우리가 한 가지 일을 마치고 다음 일로 넘어갈 때, 우리의 뇌는 이전의 일을 완전히 떠나보내지 못하고 그 일부를 계속해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합니다. 이를 '주의 잔여물(Attention Residue)'이라고 합니다. 이 '잔여물'이 남아있는 한, 우리는 새로운 과제에 100% 집중할 수 없습니다. 초민감자의 뇌는 '깊은 정보 처리' 특성으로 인해, 이 '주의 잔여물'이 비초민감자보다 훨씬 더 많고, 더 끈적하게 남아있는 경향이 있습니다. 우리는 단순히 일을 끝내는 것이 아니라, 그 일의 모든 과정을 복기하고, 결과를 평가하며, 감정적으로까지 깊이 관여하기 때문입니다.


'작업 집중 네트워크'의 깊은 몰입

우리의 뇌가 특정 과제에 집중할 때, '작업 집중 네트워크(Task-Positive Network, TPN)'가 활성화됩니다. 초민감자는 이 네트워크에 한번 '몰입(Flow)'하면, 누구보다 깊고 강력한 집중력을 발휘합니다. 문제는, 이 몰입이 너무 깊은 나머지 뇌가 그 상태에 '고착'되어 버릴 수 있다는 점입니다. 하나의 작업에서 빠져나와 다음 작업으로 전환하는 것은, 이 고도로 활성화된 TPN의 스위치를 끄고, 완전히 다른 뇌 영역을 활성화해야 하는, 엄청난 에너지를 필요로 하는 과정입니다. '인지적 마찰'은 바로 이 전환 과정에서 발생하는 신경계의 저항감입니다.


완벽주의와 '열린 루프'의 무게

"그 일을 완벽하게 끝냈나?"라는 의심은, 작업 전환을 방해하는 가장 큰 장애물입니다. 초민감자의 완벽주의적 성향은, 우리가 일을 '완료'했음에도 불구하고, "혹시 부족한 점은 없을까?"라며 끊임없이 되돌아보게 만듭니다. 이는 뇌에게 그 일이 여전히 '끝나지 않은 일', 즉 '열린 루프(Open Loop)'라는 신호를 보냅니다. 우리의 뇌는 이 열린 루프를 닫기 위해 정신적 자원을 계속해서 할당하고, 이로 인해 새로운 과제를 위한 뇌의 용량(작업 기억)은 현저히 줄어들게 됩니다.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brunch membership
이지현작가님의 멤버십을 시작해 보세요!

안녕하세요,아로마테라피스트 이지현입니다. 법학과와 스포츠의학을 전공한 뒤, 현재는 국제 아로마테라피스트로 활동중입니다.

189 구독자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

  • 최근 30일간 29개의 멤버십 콘텐츠 발행
  • 총 166개의 혜택 콘텐츠
최신 발행글 더보기
매거진의 이전글HSP의 '신경성 위장'을 위한 아로마테라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