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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뜨자마자 '일정 변경' 문자를 받은 당신을 위해

당황한 뇌를 위한 '유연함'의 아로마

by 이지현

기분 좋게 눈을 뜬 아침, 혹은 출근 준비를 하며 머릿속으로 오늘 하루의 동선을 완벽하게 그려놓은 순간, 휴대전화가 울립니다. "죄송합니다만, 오늘 오전 미팅을 오후로 미뤄야 할 것 같습니다." 혹은 "급한 사정이 생겨 오늘 약속은 취소해야겠네요." 화면에 뜬 짧은 문자는 단순히 일정이 바뀌었다는 정보 이상의 충격으로 다가올 수 있습니다. 잘 정돈되어 있던 도미노 블록의 첫 번째 조각이 툭 하고 쓰러지는 것을 보는 듯한 기분, 머릿속에 견고하게 지어놓은 하루의 건축물이 와르르 무너지는 듯한 느낌을 받기도 합니다. 비초민감자들에게는 그저 스케줄러를 수정하면 되는 간단한 일일지 모르지만, 우리에게는 아침의 평온을 송두리째 뒤흔드는 거대한 파동이 될 수 있습니다.

계획이 틀어졌을 때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꽉 쥐고 있던 계획표를 놓아주는 유연함일지도 모릅니다. 딱딱하게 굳어버린 사고를 물처럼 흐르게 하고, "그럴 수도 있지, 오히려 잘됐어"라고 받아들이는 마음의 여유가 필요합니다. 이번 글에서는 예측 불가능한 변화 앞에서 유독 당황하고 스트레스를 받는 우리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경직된 신경계를 부드럽게 풀어줄 아로마테라피를 제안 합니다. 흐름과 순환을 상징하는 사이프러스(Cypress)와 균형을 잡아주는 제라늄(Geranium)의 향기는, 막힌 둑을 터주듯 당신의 마음이 새로운 상황으로 자연스럽게 흘러가도록 돕는 향기로운 길잡이가 되어줄 것입니다.




왜 초민감자는 일정 변경에 그토록 취약할까?

루틴은 신경계의 안전벨트

초민감자(HSP)에게 정해진 루틴과 계획은 단순한 일과표가 아닐 수 있습니다. 그것은 과도한 자극과 불확실성으로 가득 찬 세상에서 나를 보호해 주는 안전벨트와도 같은 역할을 합니다. 예측 가능한 하루는 신경계가 불필요한 경계 태세를 갖추지 않고 편안하게 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줍니다. 그런데 갑작스러운 일정 변경은 이 안전벨트가 예고 없이 풀리는 것과 같은 충격을 줄 수 있습니다. 보호막이 사라졌다는 느낌 때문에 뇌는 즉각적으로 불안을 감지하고, 다시 안전한 상태를 만들기 위해 비상 에너지를 끌어다 쓰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급격한 피로감을 느끼거나 예민해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반응일 수 있습니다.


깊은 정보 처리와 재시뮬레이션의 피로

우리의 뇌는 하나의 일정이 변경되면, 그와 연결된 모든 인과관계를 다시 계산해야 합니다. 회의가 오후로 미뤄지면, 점심 식사 시간은 어떻게 조정해야 하지?, 오후에 하기로 했던 집중 업무는 언제 하지?, 퇴근 시간이 늦어지면 저녁 운동은? 꼬리에 꼬리를 무는 시뮬레이션이 순식간에 머릿속을 채웁니다. 비초민감자가 "그럼 그때 하지 뭐"라고 단순하게 넘길 수 있는 일을, 우리는 수십 가지의 변수를 고려하며 재조정하느라 엄청난 인지적 에너지를 소모하게 됩니다. 변경된 사실 그 자체보다, 그로 인해 발생할 파급 효과를 처리하는 과정이 우리를 지치게 만드는 주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통제감 상실에 대한 두려움

미리 계획을 세우는 것은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을 줄이고, 내 삶을 내가 통제하고 있다는 감각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타인에 의해 일정이 변경되는 상황은 내 삶의 통제권이 외부 요인에 의해 흔들린다는 느낌을 줄 수 있습니다. "내 하루가 엉망이 되었어"라는 생각은 바로 이 통제감 상실에서 오는 무력감의 표현일지도 모릅니다. 초민감자는 자신의 환경을 스스로 조절할 수 있을 때 가장 편안함을 느끼기 때문에, 타의에 의한 변화는 존중받지 못했다는 느낌이나 무방비 상태에 놓인 듯한 불안감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당황한 뇌를 위한 신경과학적 이해

인지적 경직성과 스트레스 반응

스트레스를 받거나 당황했을 때, 우리의 뇌는 유연한 사고를 하기보다 기존의 방식이나 계획을 고수하려는 인지적 경직성을 보일 수 있습니다. 갑작스러운 변화는 뇌의 편도체를 자극하여 투쟁-도피 반응을 유발하고, 이는 전두엽의 유연한 문제 해결 능력을 일시적으로 저하시킵니다. 그래서 변경된 상황에 맞는 새로운 대안을 빨리 떠올리기보다는, "왜 하필 지금이야?", "안 되는데..."라는 부정적인 생각에 갇혀 맴돌게 되는 것입니다. 뇌가 변화를 위협으로 인식하고 방어 태세를 취하면서, 사고가 굳어버리는 현상이라고 이해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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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아로마테라피스트 이지현입니다. 법학과와 스포츠의학을 전공한 뒤, 현재는 국제 아로마테라피스트로 활동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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